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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익 할아버지'들의 열정에 놀라다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08. 12. 1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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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경제를 살리겠다'며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아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지 딱 1년이 되는 날이네요.

어떤 분들은 1년 전 오늘을 떠올리며 땅을 치며 분노하는 사람도 있을거고, 또 어떤 분은 1년 전 오늘을 대단히 감격스럽게 회상할 수도 있겠지요.

오늘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는 '국민행동본부'라는 우익단체가 주최하는 '대선 1주년 기념 특별강연회'가 <"정권교체는 과연 되었는가">라는 주제로 개최되었습니다. 안내문에 붙은 행사명은 '좌익정권 종식 1주년 행사'인가 그렇더군요.

이날 행사의 연사로는 교과부의 역사특강 강사로도 나선 바 있는 이동복 씨, 그리고 장제원 한나라당 의원,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 조갑제 씨 등이었는데, 이들이 모두 다 나왔는지, 또 다른 사람이 나왔는지는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조갑제 씨는 확실히 나왔습니다. 제가 프레스센터 20층에 올라갔을 때 조갑제 씨가 열변을 토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이날 행사, 정말 놀랐습니다. 그리고 우니나라 '우익 할아버지'들에 대해 경이로움과 그들의 열정에 '존경심'까지 들었습니다. --;

이런 저런 일로 프레스센터 20층을 적지 않게 왔다갔다 한 적이 있는데, 이 공간에 오늘만큼 많은 사람이 북적이는 모습은 여태껏 본 적이 없습니다.





'국제회의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프레스센터 20층 공간은 제법 넓습니다. 근데, 이 공간에 사람이 꽉~ 찼습니다. 그 많은 사람이 조갑제 씨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기울이고 박수를 치더군요.

그것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이 넘쳐나서 회의장 안에까지 미처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회의장 밖 복도에 앉아서까지 TV로 중계되는 조갑제 씨의 강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노인분들이 조갑제 씨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기울이며 조갑제 씨가 '좌익세력의 선동매체 MBC를 재허가 하면 안된다', '지난 좌익정권 사람들을 반드시 처단해야 한다'는 등 발언을 할 때면 열렬히 박수를 쳐댔습니다.

'반공', '좌익척결', '김정일 타도' 섬칫한 단어들이 쏟아지는 이날 행사, 저로서는 어색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만, 는 오늘 이들의 행사를 보면서 정말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우익 할아버지들의 열정이 이토록 뜨거운 것이었나?'

'우익들이 이토록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었나?'

물론 정반대로 이들의 한계 또한 분명했죠.
이날 행사장에서는 젊은 사람을 찾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40대 정도의 중년도 눈에 띄지 않더군요. 눈에 들어 오는 젊은이라고는 '백골유격단'이라는 어깨띠를 두른 두세명의 젊은이, 그리고 가판을 설치해 후원을 받고 책을 팔고 있는 국민행동본부 관계자 정도였습니다.



사실 '우익 할아버지'라고 하면 그동안 탑골공원과 종묘공원의 할아버지들, 그리고 성조기를 흔들며 시청 앞에서 광기에 차 팔뚝질을 하는 할아버지들을 흔히 떠올렸는데, 오늘 '공부하는 우익 할아버지'는 정말 생경했습니다.

이들이 이렇게 모인 이유는 뭘까?
과연 진보단체가 어떤 강연을 하면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열성적으로 강의를 들을까?
'촛불'이 물러난 자리를 이제 보수의 열정이 채우는건가?

몇가지 고민을 던져주는 '이명박 정권 탄생 1주년'의 풍경이었습니다.
좀 생각을 정리해봐야 할 듯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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