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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호 의원님, 그냥 하던대로 하시죠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09. 1. 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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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이 다음 아고라에 올린 글이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네요.

'민주당 당명부터 바꾸세요'라는 제목으로 올린 이 글은 다음 아고라 사상 최고의 '반대추천'을 기록하고 있다고 하지요. 그 아래 달린 댓글도 만 건이 넘어갔고요.

진성호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 수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으니, 세세한 내용은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저는 다만 진성호 의원이 이런 내용의 글을 써서 아고라 같은 곳에 올릴 자격이 있는 '분'인지 한 번 짚어볼까 합니다.

그에 앞서 진성호 의원이 쓴 글의 몇 대목을 발췌합니다. 
 
국회는 민주주의 절차에 따라 국민들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법을 만드는 곳이니만큼 누구보다 더 국회법을 지켜야 합니다. 
지금 국회는 정당한 절차에 따라 국민들이 선출한 의원들이 주인입니다. 국민들은 현재의 여당과 야당 의석수를 선택하셨습니다. 민주당 입장에선 인정하고 싶진 않을지 모르지만, 현재의 80여석, 초라한 민주당 현 주소는 국민들의 뜻입니다. 결코 과거 군사 독재 정권이 힘으로 구성한 국회 구조가 아니라는 사실을 민주당 의원들이 가장 잘 아실 것입니다.


즉, 국회 절차에 따라 '상임위-법사위-본회의' 등에 올려 다수결에 따른 표결 절차를 거치면 될 것이지, 왜 물리력을 사용해 정당한 절차를 가로막냐는 주장이지요. 그리고 진 의원은 '야, 한나라당은 17대 때 안그랬냐?'는 비판에 대해,

일부 의원들은 과거 한나라당도 야당 때 그랬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나쁜 것은 과감히 고쳐야 합니다. 18대 국회가 시작할 때 저희들은 맹세했습니다. 더 이상 싸우는 국회가 아니라 생산하는 국회를 만들자고. 그런데 지금 현실은 너무나 안타까울 뿐입니다.


라며, 18대에서 국회의원이 된 자신은 그런 한나라당의 전력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처럼 양반같은 소리를 했지요. 자, 여기서 하나 짚어보겠습니다.



위 그림은 진성호 의원이 조선일보 기자 시절 운영했던 블로그 '유리 수염의 쿨월드'에 2004년 11월 8일 게재된 <여당 '신문법안', 국제 놀림감 되나?>라는 제목의 글을 캡쳐한 것입니다.

빨간 박스로 표시한 부분을 보면 진 의원은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이 추진하던 '신문법'에 대해 "세계 유례가 없는 언론탄압성 신문악법에다, 위헌 요소가 법안 곳곳에 그득합니다. 그런데도 여당은 힘으로 밀어부칠 기세입니다"라고 비난합니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신문법을 국회법에 정한대로 국회 문광위(지금은 언론관련법의 해당 상임위가 문방위지만 당시는 문광위)에 상정하고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올리려고 했지요. 그런데 조중동 등은 신문법을 조중동을 대상으로 한 표적입법이니 언론탄압법이니 격렬하게 반발했지요. 연일 지면을 동원해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 그리고 신문법에 찬성했던 시민단체를 비난했구요.

이런 조중동에 등 떠밀린 한나라당 역시 당시 이른바 '4대 개혁입법' 논란 가운데서 신문법에 대한 의사일정도 거부했구요.

이런 당시 상황에 대해 당시 진성호 기자는 국회법과 민주주의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려고 했던 열린우리당에 대해 "힘으로 밀어부칠 기세"라며 비난하고 '신문법' 등을 악의적으로 비난하는 일부 외신 보도를 등에 업고 신문법을 흠집냈던 거죠.

"힘으로 밀어부치다"라니요?
2004년 총선에서 국민이 선택해서 과반 의석을 차지한 열린우리당이 신문법을 포함한 4대개혁입법을 민주적 절차에 따라 처리하려고 했는데, '힘으로 밀어부치다'라고 표현하다니요? 당시 진 기자는 '반의회', '반민주주의' 였습니까?

진 기자의 행적을 몇 가지 더 살펴보지요.


위 그림은 2004년 10월 26일부터 11월 1일까지 약 1주일 동안 진성호 기자가 조선일보 지면에 쓴 기사 목록입니다. 보다시피 [여'신문법안'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타이틀로 5차례에 걸쳐 시리즈가 조선일보에 실립니다.

찾아서 해당 기사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하나하나 철저히 조중동의 시각에 입각해서 신문법을 난도질하는 기사지요. 문재완, 황근 등 지금도 한나라당과 절친한 '친조선일보, 친한나라당' 학자들을 동원해 그 내용을 채웠구요.

지금 진성호 의원을 포함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언론노조 총파업 과정에 MBC가 보인 보도태도를 대단히 문제삼고 있는데, 그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적어도 진 의원은 MBC한테 뭐라 할 자격은 없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나 더, 2004년 12월 31일자 조선일보에는 진성호 기자 이름으로 <‘新聞점유율 규제’ 신문법안 小委 통과 “확정되면 언론자유원칙 무너져”>라는 기사가 게재됩니다.

이 기사에서 진 기자는 "언론 자유를 침해하고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신문 시장점유율 규제’ 조항을 담은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안(신문법안)이 30일 열린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한나라당이 퇴장한 가운데 통과됐다"며 "이 법안은 이날 더 이상의 절차를 밟지 못하고 끝났으나 소위를 통과했다는 자체로도 정치권의 정치 협상의 와중에 언론 자유의 원칙이 무너졌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법이 상임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여야가 극한 대치를 피하고 어쨌든 머리를 맞대고 협상과 논의의 과정을 거쳐 애초 발의한 법안에서 내용도 상당 부분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지만, '의회주의자', '민주주의 신봉자' 진성호 기자는 "정치 협상의 와중에 언론 자유의 원칙이 무너졌다"는 식으로 비난하고 나선 거지요.

마지막으로 진 의원은 아고라에 올린 글에서 다음과 같은 주장도 했지요.

국회의원은 민주주의 절차에 따라 토론도 하고, 의견 개진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폭력으로, 불법적으로 국회 기능을 마비시킬 권한은 그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만약 이런 식이라면 국회의원 선거는 왜 합니까? 그냥 민주당이 법안도 만들고 통과도 시키시지요.
최소한의 토론조차 막고, 일부 상임위 회의실과 국회 본회의장을 무력으로 점거한 채 국회의 기본 활동을 막아버린 지금의 상황은 결코 민주주의가 아니란 사실을 민주당 의원들이 누구보다 더 잘 아실 것입니다.


도대체 법안을 발의한지 한 달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공청회 한 번, 제대로 된 의사수렴 과정 한 번 거치지도 않은 '언론악법'을 '속도전'이니, '입법전쟁'이니라면서 연내에 밀어붙이겠다고 나선 쪽이 누군데 지금 누구더러 '토론도 하고, 의견 개진도 할 수 있다', '최소한의 토론조자 막았다'고 손가락질 하는 겁니까?

'등산 자일을 동원한 게 누구 아이디어다' 이런 식의 무용담을 민주당이 이야기한다구요? 진 의원이 '전기도 끊고, 물도 끊고 인간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한계를 맛보게 하자'고 한 건 무슨 호러영화라도 찍으려 했던 건가요?

진 의원님, 제발 의회주의를 신봉하는양, 민주주의의 수호자라도 되는양, 합리적 사고를 가진양 얌전한 척 하지 마세요. 저같은 사람은 보기만해도 속이 울렁거리거든요. 그냥 하던대로 생긴대로 의정활동 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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