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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서른의 대학가요제'...아쉬움

쇼오락후비기

by hangil 2007. 6. 19.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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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서른의 대학가요제'...아쉬움


MBC ‘대학가요제’가 올해로 서른 돌을 맞았다.
  MBC는 9월 30일(토) 밤 9시 40분 대학가요제 30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특별공연 등으로 꾸며진 <2006 MBC 대학가요제>를 방송한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대학가요제는 올해 대구 경북대학교 대운동장에서 열린다. 경북대는 지난 해 ‘잘 부탁드립니다’를 불러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타고 혜성처럼 등장했던 ‘Ex’의 리드보컬 이상미의 모교이기도 하다.
  
  나이 서른에 '대학가요제'는?
  
  예선을 거친 12개팀이 이날 쟁쟁한 실력을 겨루게 되는데, 이들의 풋풋하고도 생기넘치는 노래는 물론 화려하게 준비된 특별공연도 신나게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줄 예정. 먼저 Ex가 ‘잘 부탁드립니다’로 오프닝 무대를 꾸밀 예정이고 1부에서 3부에 걸쳐 내놓으라 하는 노래꾼들과 춤꾼, 밴드들이 등장한다.
  
  

△30주년을 맞은 '2006 MBC 대학가요제' ⓒMBC

  
  1부는 ‘Hip-Hop Meets The Campus Song’이란 제목으로 양동근, 타이거 JK, 리쌍, 다이나믹듀오 등이 대학가요제에서 탄생한 노래들을 힙합 버전으로 부를 예정이다. 이어 ‘Rock Stage’에서는 체리필터, 크라잉 넛, Ex가 역시 역대 대학가요제 수상곡 가운데 ‘사랑이라는 건’, ‘첫 눈이 온다구요’ 등 잔잔한 노래들을 록 버전으로 부른다. 이밖에 ‘Outside 대학가요제’에서는 거미와 브라이언이 듀엣으로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을 부를 예정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30주년답게 특별한 무대도 준비되어 있다. 1977년 시작된 대학가요제를 기념해 77학번인 이문세가 ‘내 젊음의 시작, Since 1977’이란 특별공연을 준비하고, 올해 30살이 된 싸이가 ‘Generation Since 1977년’을 준비한다. 마지막은 인순이가 ‘죽지 않는 열정, Since 1977’로 장식하게 된다.
  
  그러나...
  
  이처럼 무대는 화려하고 볼 거리, 들을 거리는 많아졌지만 해마다 대학가요제를 보면서 아쉬움이 남는다. 초기 대학가요제가 군부독재에 억눌렸던 대학문화의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부족하나마 약간이라도 했었다면, 지금의 대학가요제는 그저 기성 대중문화판이 그대로 캠퍼스 안에서 재현되는 것 이상이 아니다. 다만 그 주체가 ‘대학생’일 뿐이다.
  
  대학가요제는 지난 94년 처음으로 실내 공연장에서 야외로 나왔다. ‘건강한 시대정신, 참신한 실험정신’을 내걸며 고려대학교 노천극장에서 개최된 대학가요제의 오프닝곡은 바로 서울대 민중가요 노래패 ‘메아리’가 부른 ‘선언’이었다. 뿐만 아니라 축하가수로 김광석이 나와 ‘타는 목마름으로’를 부르고 안치환이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를 불렀다. 그리고 대상은 지금 ‘불독맨션’을 이끌며 다양한 락의 실험을 시도하고 있는 이한철이 받았다. 당시 김영삼 문민정권 초기 이른바 절차적 민주주의가 구현되기 시작하던 시대상황의 영향이 대학가요제에 그대로 녹아 있었던 것이다. 그 이후 대학가요제가 굳이 전국 각지의 대학캠퍼스 대운동장, 노천극장 등을 돈지도 이미 12년이 흘렀다. 과연 당시 대학가요제가 내건 ‘건강한 시대정신’은 아직 유효한지, 아니 대학생다운 ‘참신한 실험정신’이라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대학생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대학’가요제인지, 아니면 대학 캠퍼스를 무대로 하기 때문에 ‘대학’가요제인지, 과연 대학문화와 함께 호흡하고, 시대와 함께 숨쉬는 대학가요제는 더 이상 불가능한 것인가. ‘나이 서른에 대학가요제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서른 살이 된 대학가요제를 보며 드는 생각이다.

(이 글은 2006년 9월 30일에 쓴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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