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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교사 많으면 수능 성적도 좋다

뉴스후비기

by hangil 2009. 4. 1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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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의 제목 '전교조 교사 많으면 수능 성적도 좋다'는 지극히 편협한 일부 사례만으로 뽑은 것으로 전형적인 조중동식 제목 뽑기입니다. 왜 이렇게 제목을 뽑았는지는 아래를 보시면 이해가 될 겁니다. 그리고 편협하긴 하나 전혀 억지스런 명제도 아님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어제 한국교육과정평가원(교과원)이 수능 시험이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수능 성적을 공개했다. 교과원이 공개한 자료는 지역별, 학교유형별 수능 성적 내용을 담고 있다.

교과원의 수능 성적 공개를 두고 전교조에서는 학교간 경쟁을 부추기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고 반발했다.

나 또한 전교조의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하나, 이번에 공개된 자료를 보니, 전교조에서 굳이 반발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한켠에서 든다.

왜냐하면, 이 자료는 전교조 교사들이 공교육 발전에 얼마나 많은 공을 세우고 있는지를 반증하는 증거자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그동안 줄곧 '전교조'와 '공교육 하향평준화'를 연결지었던 보수언론의 분석방법을 따를 경우에 그렇다.

오늘자 동아일보와 예전 동아일보 기사를 통해 이를 증명해보겠다.

4월 16일 동아일보 1면


4월 16일 동아일보 3면


4월 16일 동아일보 5면


오늘 동아일보는 교과원의 수능 성적 공개를 두고 무려 4개 지면을 통해 대대적으로 분석 기사를 실었다. 그것도 1면과 3, 4, 5면 등 주요지면에서 그랬다. 나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편집인데, 동아일보가 이런 짓을 한두번 하는 게 아니니 그냥 넘어가자.

오늘 동아일보 1면 탑기사의 제목은 <자율-경쟁-열정... '빛고을'이 '수능 고을'로>이다.
교과원이 내놓은 자료를 보니 2005년부터 2009년에 걸쳐 수능성적이 가장 좋았던 지역이 광주광역시로 나타난 것을 두고 이렇게 제목을 뽑은 것이다.

동아는 이를 두고 "'광주의 힘'은 교사의 우수성과 노력 그리고 학교 간 경쟁이다"라고 평가했는데, 동아일보가 애써 무시했는지 모르겠지만 동아가 이야기한 '교사의 우수성'은 내가 보기에 '전교조 교사의 우수성'과 같은 말이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9월 18일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시도교육청으로 제출받은 '초중고 교원단체 및 노조 가입현황' 자료를 이번과 마찬가지로, 1면과 3, 4면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실었다. 당시 학교 홈페이지 학교정보공개 범위에 전교조 가입 현황을 넣으냐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는데, 동아일보는 방침이 확정되기도 전에 자신들의 지면을 통해 까발렸던 것이다.

(관련글 : 기가 차는 동아일보 지면 편집)
(동아일보 관련기사 : 교총 소속 충남 60% 최고 - 서울 30.1% 최저)

의도는 뻔하다. 자신들을 포함한 보수세력이 보기에 '교육개혁'을 발목잡고 교육에 경쟁을 도입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전교조을 흠집내기 위해서였다. 일부 전교조에 부정적인 여론을 이용해 '자, 봐라. 어느 학교, 어느 지역에 전교조 교사가 이렇게 많은데 이거 문제 아니냐'라는 식으로 여론몰이를 하려는 속셈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동아일보의 속셈은 기사 행간에 노골적으로 묻어나는데, 가령 "부산에서는 상대적으로 교육열이 높은 해운대교육청은 교총 회원이 2372명으로 전교조 조합원 766명을 크게 앞섰다"고 했고, "2008학년도 대입에서 서울대에 71명을 합격시킨 서울 대원외고와 32명을 합격시킨 전주 상산고는 각각 70여 명의 교사 중 전교조 소속 교사는 한 명도 없었다"고 했다.

즉 '전교조 교사보다 교총 회원이 많으니, 교육열이 높아지고, 전교조 교사가 한 명도 없으니 서울대를 이렇게나 많이 보내게 됐다', 뭐 이런 의미다. 나아가 '학부모님들, 이래도 전교조 교사가 많은 학교에 아이를 보내겠습니까?'라든지, '자, 봐라. 니네 학교에 전교조 교사가 이렇게 많다. 어쩔래?' 이런 식으로 학부모와 학교, 교사들을 협박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그런데, 어제 교과원이 발표한 자료에서 최근 5년간 수능성적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광주는 전교조 교사 비율이 전남 다음으로 높은 지역이다. 동아일보가 작년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전체 교원 중 전교조 조합원 비율은 전국 평균 18.2%였는데, 전남이 35.3%로 가장 높았고, 광주가 31.8%로 두번째를 차지하였다.

교총 회원도 광주는 31.8%로 비슷했는데, 교총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교장, 교감 등 이른바 관리직 교원들도 대거 포함되어 있어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는 전교조 교사가 훨씬 많은 셈이다. 즉 앞선 동아일보의 관점대로라면 '전교조 교사가 많은 지역이 수능 성적도 잘 나온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동아일보는 "교사의 우수성과 노력"을 평가해놓고도 그걸 전교조와 애써 분리시키고자 기사 말미에 "전교조 소속 교사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33.1%에 이르지만 '학력 신장'이라는 목표 앞에서 '이념'이 설 자리는 없었다"고 했다. 참으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짓이다.

광주지역만 놓고 이런 추측을 하자니, '억지아니냐'고 할 것 같다.
답을 하자면, 광주지역만 그런 것이 아니다.

동아일보 3면 기사 중


동아일보가 거침없이 지면을 할애해 소개한 내용을 보면, 3면에 "수능 성적 상위권 지역의 특성 살펴보니..."라는 제목 아래, '지자체 공조'의 사례로 "곡성군 '군립학원' 세워 우수학생 지원"이 나온다. "5년간 언어와 외국어 영역의 1~4등급 비율 증가율에서 상위권에 오른 전남 곡성군"에는 인문계 고등학교가 곡성고, 옥과고 두 곳이 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두 학교의 특성화된 교육 프로그램이 주변 지역에 알려지면서 순천, 여수, 광양시, 고흥, 완도군 등 외지에서 신입생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다시 지난해 동아일보 전교조 조합원 현황을 살펴보면, 곡성고의 경우 전체 교원 35명 가운데 교총 회원이 9명에 불과하고 19명이 전교조 교사다. 동아일보 자료에는 어찌된 일인지 옥과고는 없다. 어쨌든 수능 성적이 우수하다는 곡성군에도 적어도 2개 학교 가운데 한 개 학교에는 전교조 교사가 많은 셈이다. 그것도 절반을 넘는다.

또 있다.

아래는 오늘자 조선일보 기사다. '수능 우수 시골학교에선'이란 부제를 단 이 기사는 경남 거창군의 사례를 다루며 "거창군은 학교 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학생들의 학력이 올라간 경우"라고 거창고와 거창대성고를 소개했다.

조선일보 기사


두 학교는 명사들을 초청해 학생들을 상대로 강연회를 열고, 특별활동도 지리산과 한라산을 걸어서 넘거나, 학생들만의 힘으로 텐트를 치고 지리산 기슭에서 야영을 하는 식으로도 경쟁을 한다고 한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2009학년도 수학능력시험에서 거창고는 과목별로 86~91%의 학생이 1~4등급에 속했고, 거창대성고는 62.1~91.1%가 4등급 이상을 받았다"고 한다.

다시 지난해 동아일보의 자료로 돌아가면, 거창고의 경우 전체 교원 28명 가운데 교총 회원은 1명 밖에 없고, 7명이 전교조 교사다. 전교조 교사 비율이 25%로 전체 평균을 훌쩍 넘었다. 거창대성고의 경우 특히 전교조 교사가 많은데, 45명 교원 가운데 교총 회원은 9명이고, 17명이 전교조 교사였다. 전교조 교사 비율이 37.8%로 대단히 높다.

자, 이쯤되면 수능성적 우수학교 또는 우수지역과 전교조 교사의 연관성이 어느 정도 증명되지 않았는가?

물론 지금까지의 주장은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 아니 억지다. 세세하게 따져보면 이런 공식이 적용되지 않는 사례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몇몇 특수사례를 뽑아 '전교조 교사가 많아서 학교 교육 발전의 발목을 잡는다'거나 '전교조 교사가 없으니 학생들 성적이 우수하더라'는 식으로 주장해온 보수언론, 특히 동아일보의 주장에는 정면으로 반박하는 유의미한 자료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학부모 여러분, 학교정보공시서비스(http://www.schoolinfo.go.kr/index.jsp)에 들어가면 교원단체 가입 현황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부디 아이를 전교조 교사 많은 학교에 보내서 수능성적을 올리세요. 그리고 전교조 교사들 활동도 많이 지지하세요. 그게 아이들 수능 성적 올리는 첩경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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