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프로야구 중계 중단, 에이클라 잘못이 더 크다

뉴스후비기

by hangil 2009. 4. 23. 13:49

본문

프로야구 TV 중계 중단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프로야구를 즐기는 한 사람으로서 짜증이 크다.
퇴근길, DMB로 좋아하는 팀의 야구를 보는 게 적지 않은 낙이었는데 퇴근길이 심심하기 짝이 없다. 핸드폰 야구 게임으로 심심함을 달래는 게 고작이다.

집에 와서 막장 드라마가 판 치는 속에 박진감 넘치는 야구 중계를 보는 게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는데, 그마저도 사라졌다. 나뿐만 아니라 프로야구 팬들의 원성이 또한 점점 커지고 있다.

스포츠채널에서 중단된 프로야구 중계가 아프리카에서 중계되고 있다

그래서 도대체 문제가 뭔지 알아봤다.
물론 핵심은 돈이다. 하지만 중계권료를 둘러싼 이해당사자들의 다툼만으로 사안을 판단하기에는 제법 문제가 복잡하다. 금전적인 이익 뿐만 아니라 저작권의 문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방송통신융합으로 인한 방송환경 변화가 얽혀있다.

하나하나 풀어보자.

그에 앞서 이해당사자들이 누구인지 먼저 짚어보자.

첫째는 야구중계를 담당하는 케이블PP.

PP라 함은 Program Provider의 약자로 '프로그램 공급자'로 해석될 수 있는데, 정확하게는 '채널사용사업자'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SO라고 하는 케이블사업자에게 채널을 공급하는 방송사업자로, 예를 들어 티브로드라든지 큐빅스라든지 C&M 과 같은 케이블방송사업자를 통해 케이블방송을 신청하면 볼 수 있는 Mnet, tvN, 올리브, 큐채널 등이 PP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이해당사자들은 KBSN·MBC ESPN·SBS스포츠·엑스포츠 등등 스포츠전문채널 PP들인데, CJ 계열의 엑스포츠를 제외하고는 모두 지상파 계열의 케이블채널들이다. 이들이 프로야구 중계권을 얻어 그동안 자신들의 채널을 통해 프로야구를 중계해왔다.

두번째, KBO. 한국야구위원회다. 다 알겠지만 프로야구 자체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원래 스포츠채널들은 KBO와 중계권 협상을 하고, 프로야구 중계권리를 가졌다.

세번째, 에이클라. KBO로부터 프로야구 중계권 협상을 위임받은 에이전시(대행사)다. 현재 이 에이클라와 스포츠채널들이 중계권 협상을 진행하다, 방송중단이라는 파국을 만들어냈다.


자, 이제 문제를 짚어보자.

1) 표면화한 중계권료 문제

에이클라는 스포츠채널들에게 2009 프로야구 중계권료로 19억원을 제시했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17억원이었는데, 일단 중계권료가 2억원이 늘었다. 이것만 보면 스포츠채널들이 중계권료가 올라 몽니를 부리는 것으로도 볼 수 있으나 이건 별 문제가 아니다.

4월 20일 중앙일보. 이런식으로 제목을 뽑아 돈 문제로 치환하는 것은 여론몰이에는 좋겠지만 문제 해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2) 저작권 문제.


저작권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알아야 할 용어가 두 개 있는데, 하나는 '클린피드', 또 하나는 '더티피드'다. '클린피드'는 TV중계를 할 때 현장화면과 현장음이 그대로 담겨 있는 현장중계화면과 사운드 그대로를 말하고, '더티피드'는 클린피드에다 해설이나 캐스터의 중계 코멘트, 효과음 그리고 그래픽을 입히거나 편집과정을 거친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흔히 TV 중계를 통해 보는 프로그램이 '더티피드'다.

에이클라 측은 스포츠채널에게 19억원의 중계권료를 제시하면서 IPTV 측에 클린피드를 제공하는 대가로 2억원, 더티피드를 제공하면 3억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이때문에 에이클라 측은 중계권료가 2억원 올랐지만, 5억원을 돌려주니 오히려 2억원이 줄었다고 한다.(작년엔 1억원을 돌려줬다고 한다)

바로 여기서 문제가 복잡해지는데, 스포츠채널들은 중계권료 협상과 클린피드, 더디피드를 IPTV에 파는 문제는 따로 협상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이클라 측이 프로야구 중계권을 쥐고 헐값에 콘텐츠를 사들여 IPTV에게는 비싼 값에 팔아넘겨 폭리를 취하려한다는 게 스포츠채널 쪽의 주장이다. 실제로 에이클라 측은 IPTV 업체들과 100억원 정도로 중계권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즉, 수십대의 카메라와 장비, 인력을 동원해 프로야구 경기를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낸 건 스포츠채널들인데, 에이클라(KBO) 측은 그 프로그램을 2억 또는 3억에 사서 IPTV에다 100억원 정도에 되판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쟁점이 되는 것은, 과연 프로야구 중계 프로그램에 대한 권리가 프로그램을 만든 방송사에게 있느냐, 아니면 프로야구를 개최해 방송사들이 중계할 수 있도록 판을 만든 KBO에게 있느냐는 문제다. 이건 쉽게 단정지어 이야기할 수 없다. 중계권료 협상과는 별개로 당사자들 사이의 진지한 논의와 협상은 물론 방송계 나아가 사회적 차원에서 토론되어야 할 문제다. 프로야구는 이른바 '국민 스포츠'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에이클라 측에서는 "해외 어떤 스포츠 종목의 중계권 권리에서도 원천권리자에게 '클린피드'를 귀속하는 것이 관례"라며 클린피드에 대한 권리가 KBO(에이클라)에게 있는 것으로 말하는데, 일견 이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한데, 그것을 원래 중계권을 가진 쪽과 다른 플랫폼(여기서는 IPTV)에 '제공하는 권리'는 또 어떻게 봐야 하는지는 토론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런데, 어쨌든 나는 에이클라 측이 2억원 또는 3억원에 사서 100억원 정도에 팔아먹으려는 것은 욕심이 과하다고 본다.

3) 방송환경 변화의 문제

에이클라 측은 이렇게 항변한다고 한다. 작년엔 IPTV에 공급하는 댓가로 1억원을 되돌려줬는데 올해는 올려줬고 결과적으로 중계료가 낮아진 게 아니냐고. 수치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핵심이 빠졌다. 작년엔 IPTV가 활성화되지도, 안착화되지도 않았고 올해 본격 출범했기 때문이다. 작년엔 IPTV에 프로그램을 넘겨봤자 보는 사람도 거의 없고 장사도 안됐다면 올해부터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물론 지금 얼마나 IPTV가 활성화되었는지는 또 따져볼 문제이기는 하다.

그런 상황에서 케이블 스포츠채널로서는 경쟁매체인 IPTV에 자신들의 콘텐츠를 헐값에 넘기는 게 더욱 수지가 맞지 않는 셈이다.


이렇게 문제가 복잡한 상황이라 문제를 다 풀기에는 만만치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다 보내면, 아마 올해 프로야구 중계는 하지 못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지적처럼 이해당사자들의 이러한 갈등으로 인해 정작 피해를 보는 것은 프로야구 팬들과 시청자들이다.

따라서 지금은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

내 생각에는 먼저 에이클라와 스포츠채널 측이 이미 진행했던 프로야구 중계권료 협상은 그것대로 빨리 매듭을 짓고 프로야구 중계를 하루 빨리 속개해야 한다. 이미 스포츠채널 쪽에서는 17억원 중계권료로 계약을 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IPTV에 대한 콘텐츠 제공 문제가 결부되면서 지금의 파행 사태가 오게 된 것이다.

먼저 에이클라 측은 IPTV 문제는 제쳐두고 먼저 스포츠채널들과 중계권료 협상부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래서 프로야구 중계가 정상화된 뒤 IPTV에 대한 프로그램 제공 문제는 따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대리인을 내세워 돈벌이에만 급급한 듯한 모습을 보이며 사태를 방관하고 있는 KBO는 적극적인 중재, 아니 당사자로서 책임을 가지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스포츠경기 중계에서의 원천소스(클린피드)와 가공물(더티소스)의 저작권과 전송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이 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가격은 어떻게 산정되어야 하는지, 외국 사례와 한국 사회의 사정을 두루 감안해 합리적인 대안이 나와야 한다.

아울러 스포츠채널들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한국 프로야구는 중계되지 않고 일본 프로야구가 중계되는 지금의 상황은 대단히 비정상적이다. 이에 대한 프로야구 팬들과 시청자들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는 다 알 것이다. 무조건 가격을 다운시키려 하지 말고, 현실적인 협상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또한 당장의 중계권료 협상과 저작권과 전송권, IPTV 문제 등을 총괄하는 주무기관인 방통위도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고 사회적 논의를 이끌 필요가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먼저 프로야구 중계부터 하루 빨리 속개되어야 한다.

덧1) 나도 롯데 경기 보고 싶다고~~

덧2) 참고한 자료들
-프로야구 중계권 문제, 안 풀리네(미디어오늘 기사)
-에이클라측의 중계권 협상관련 세부 주장

-"프로야구 중계 파행 사태 원칙과 상식으로 조속히 해결하라!"(스포츠채널노조 입장)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