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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판 바꿔 에너지 아낀다'면 차라리

조중동 잡다구리 후비기

by hangil 2009. 4. 2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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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신문들이 지구온난화를 걱정해 에너지 절약과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자전거 타기'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것이 한반도 대운하나 4대강 정비와 연관되어 있고, 이명박 정부의 시책에 적극 부합하는 것이라고 해도 그 자체는 어쨌든 나쁘지 않다.

그런 가운데 중앙일보가 오늘 <베를리너판으로 '판형 바꾼 효과' / 전력 40% ↓, 연간 CO2 1990t 줄여>라는 기사를 썼다. 3월 16일 신문 판형을 이름조차 생소하고 발음조차 힘든 '베를리너판'으로 바꿨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더니, 그덕에 전력 사용을 40% 줄이고, 이산화탄소를 연간 1900톤이나 줄였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데이터는 이렇다.

판형을 바꿔 윤전기를 최신 기종으로 교체했는데, 새 윤전기는 "시간당 최대 9만부를 인쇄할 수 있다"(평소에는 시간당 7만5000부)고 한다. 기존 윤전기는 시간당 평균 5만부였고, "인쇄 속도가 빨라지면서 11세트였던 윤전기는 6세트로 줄었다"고 한다. 그 덕에 전기소비량이 40%, 하루에 총 1만5000키로와트, 연간 450만키로와트가 절약된다고 한다. 이만큼의 전력 절약은 이산화탄소 1908톤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중앙일보는 올해 냉난방 온도 지키기와 절전운동을 벌일 예정이고, 이를 위해 여름에는 노타이, 겨울에는 내복입기를 실시한다고 한다. 조명도 줄이고, 사용하지 않는 PC와 TV 전원도 끌 방침이라고 한다. 아울러 '지구를 위한 서약'을 이끌어간다는 CGO라는 직책도 발령냈다고 한다.

좋은 일이다.
에너지를 아끼고, 지구온난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데, 암 칭찬할 일이다. 중앙일보가 이렇게까지 지구를 아끼고 환경에 대한 관심이 큰 지는 미처 몰랐다. 훌륭하다. 짝짝짝~

그런데, 중앙일보가 그렇게까지 지구를 사랑한다면, 그래서 에너지를 그렇게 아끼고 싶다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확실하고도 쉬운 방법이 있다.

제안한다.
중앙일보 CGO(Chief Green Officer)인 이규연 사회에디터께서는 적극 검토해주시면 고맙겠다.

뭐냐, 중앙일보 신문을 발행하지 않는 것이다. 차마 중앙일보 직원들의 생계 문제가 있어 아예 폐간하라고는 못하겠고, 오프라인 신문을 없애는 건 어떠냐는 것이다. 오프라인 없애고, 온라인만 운영하면 윤전기도 필요없고, 신문지 제작에 필요한 종이도 아끼고, 그야말로 에너지 절약에 삼림까지 아끼는 최고의 방법이 아닐까?

뭐, 애초에 에너지 생각을 했다면 베를리너판으로 바꾸기보다 발행부수를 줄이면 되는 쉬운 방법이 있었는데, 그건 이미 지나간 일이니 덮어두자.

그리고 오프라인 신문을 차마 없애지 못하겠다면 발행부수라도 대폭 줄이는 게 어떨까? 정확한 통계가 없어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지만 찍자마자 버려지는 무가지가 엄청난 양이라는 건 이 바닥의 상식이지 않은가.

만약 중앙일보가 에너지 절약과 이산화탄소 줄이기, 나아가 지구온난화 극복을 위해 '오늘부터 신문을 발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고 발표한다면, 나는 그 순간부터 중앙일보의 열렬한 팬이 될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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