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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보수신문의 악의적 '구글 까'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09. 4. 2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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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실명제'(정부 등은 '제한적 본인확인제'라고 부르는)를 거부한 구글코리아의 조치를 두고 최시중 방통위원장 등 한국 정부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보복을 준비하는 가운데, 보수신문들은 지면을 통해 '구글까'를 계속하면서 정부를 측면에서 지지·엄호하고 있다.

근데, 이미 한 차례 여기 '미디어후비기'에서도 지적했다시피, 보수신문들의 '구글까'의 방법이 매우 치졸하고 유치하고 악의적이기 짝이 없다.

(관련글 : "구글이 한국에서 무너지고 있다"는 조선일보)

오늘 동아일보에는 '기자의 눈'이라는 기자칼럼에 <중국에 숙이고 한국엔 뻣뻣한 구글>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쓴 사람은 김범석 기자.

4월 24일 동아일보

지난 22일 구글코리아 이원진 대표가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오간 이야기를 가지고 쓴 칼럼이다.

김 기자가 꼬투리를 잡고 구글을 깐 대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이원진 대표가 간담회에서 앞서 "앞으로 한국 사용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많이 개발할 생각"이라며 '현지화'를 강조했는데, 정작 '인터넷 실명제'를 거부한 논리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내세워, 이를 두고 "그가 조금 전까지 목청 높여 강조하던 현지화와는 정반대 개념이 정당화 논리로 등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둘째는, 구글이 중국에 진출할 때는 검색 금지어를 받아들이며 현지법을 존중하더니 한국에서는 거부하는 이중잣대를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그걸 두고 동아일보는 제목을 "중국에 숙이고 한국엔 뻣뻣한 구글"로 뽑았고, 김 기자는 "‘구글 측이 한국시장은 짧게 봐도 좋은 만만한 시장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드는 기자회견이었다"고 했다. 중국과 비교하는 논리는 구글코리아의 발표 이후 구글을 비판하는 측의 단골 메뉴가 됐다.


유치짬뽕이다.

구글코리아가 내세우는 '현지화'와 '인터넷 실명제'를 거부하며 내세운 '글로벌 스탠더드'로서의 '표현의 자유'의 원칙이 어떻게 상충되는지 나로서는 정말 이해불가다.

구글이 추진하는 '현지화'는 한국 이용자들을 위해 그들에 맞춘 서비스를 하겠다는 것이고, '인터넷 실명제' 거부 논리 또한 "사용자에게 도움이 되는 법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이용자를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상충되는 게 전혀 없다.

그럼에도 동아일보 김범석 기자는 구글이 마치 자기들 필요에 따라 말을 바꾸는 존재인 것처럼 몰아간 것이다.

중국과 비교하는 논리 또한 마찬가지다.

구글이 중국에 진출할 때 검색금지어를 받아들인 것을 두고 '구글이 이익을 위해 중국정부에 굴복했다'고 비판할 수 있다. 금전적 이익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일정 부분 훼손한 구글 측의 조치에 대해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 정부의 '인터넷 실명제'를 거부한 것을 두고 '중국에겐 숙이더니, 한국에는 뻣뻣하다'고 비판하는 건 적어도 언론으로서 할 일은 아니지 않을까? 그럼 중국에서 잘못했으면 한국에서도, 또 어떤 나라에서도 계속 잘못해야 한다는 걸까?

'인터넷 실명제', 아니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 제도인지는 설명하지 않고(구글코리아 측은 이번 간담회에서 '중국도 실명제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로부터 어떤 보복을 당할지 모르는 결정을 내린 구글 쪽을 비판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명분이 없다. 특히 중국과 비교하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한국 정부를 만만하게 봐서 구글이 얻을 게 뭘까?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
이원진 대표는 "이런 결정은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데, 적어도 중국과 비교하려면 이 말이 거짓말임을 김범석 기자 같은 사람은 증명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김 기자는 구글이 '한국에는 빳빳한' 이유는 밝히지도 못하고, 기자간담회 대화 내용을 자기 편한대로 짜맞추기한 듯한 흔적도 드러냈다.

다음은, 이원진 대표의 기자간담회 당시 일문일답과 관련 아이뉴스24의 기사 일부다.

- 한국 시장의 사업 가치를 중시했다면 정부와 마찰을 빚는 결정을 했겠느냐는 얘기가 있다. 중국에서는 검색어 제한 등을 따랐는데 한국이 중국보다 시장이 적어서 그런 것 아닌가.

"한국 인터넷 시장이 중국에 뒤지지 않는다. 한국을 중국보다 덜 중요하게 봐서 결정한 건 아니다. 이런 결정은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에서의 검색 검열을 한국이 중국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건 맞지 않다."
(조원규 대표)"중국과 이번 제한은 다르다. 중국 검색 제한은 한국의 성인인증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중국은 (한국처럼) 실명인증을 안 한다."

기사 전문 보기 : 구글 "실명제, 인터넷 활성화에 역행"


아이뉴스24의 기사가 틀리지 않다면, 보다시피, 중국과 비교하며 '시장 규모의 차이 때문이 아니냐'고 묻는 질문에 이 대표는 "한국 인터넷 시장이 중국에 뒤지지 않는다. 한국을 중국보다 덜 중요하게 봐서 결정한 건 아니다"고 분명히 답했다.

그런데, 김범석 기자는 "이 대표는 '한국과 중국은 다르다'는 말로 맞받았다"며 마치 구글이 시장 규모의 차이 때문에 중국과 다른 조치를 내린 것처럼 교묘하게 짜맞췄다. 이 대표는 물론 조원규 대표까지 "한국과 중국이 다르다"고 한 것이 시장을 말하는 게 아니라 '검색 검열'이나 '검색 제한'을 두고 이야기했음에도 김 기자는 이를 생략하고, "구글 측이 한국시장은 짧게 봐도 좋은 만만한 시장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지 멋대로의 의문을 가진 것이다.

어떻게 자기 얼굴 내놓고, 이런 글을 뻔뻔하게 쓸 수 있는지, 역시 동아일보 기자답다.

글이 길어졌는데, 조선일보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4월 22일 조선일보

4월 22일 조선일보는 <황금알 낳을 줄 알았더니… 유튜브, 알고 보니 '돈 먹는 하마'>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기자는 염강수다.

염 기자는 "'황금알'을 낳을 것으로 기대했던 유튜브는 시간이 갈수록 '돈 먹는 하마'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아무리 현금이 많은 구글이라도 더 이상 유튜브를 유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고 썼다.

그리고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최근 구글이 크게 성공을 거둔 '검색광고' 이외에 손대는 사업(유튜브 등)마다 대부분 부진한 것을 두고 예전 잘나가던 시절의 담배회사와 비교하기도 했다"며 "담배회사들이 전문 분야인 담배제조·판매에서 엄청난 수익을 얻자 여러 다른 사업에 손댔지만 결국 실패했던 '과거'와 구글의 '오늘'이 겹쳐 보인다는 것이다"고 썼다.

이틀 전 조선일보 지면에 등장했던 "구글이 한국에서 무너지고 있다"고 했던 기사와 연결된다. 그 기사에는 구글 건물이 무너지는 이미지에다 '실패'라는 단어를 붙여놓았고, 이번 기사에는 "실패"했던 담배회사들의 과거를 "구글의 '오늘'"에다 이어붙였다.

구글이 망하길 바라는 조선일보의 바람을 이 기사에서 읽었다면 오버일까?
참고로, 이원진 대표는 22일 간담회에서 "유튜브는 돈을 적극적으로 벌어야 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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