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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핵실험 '노무현 탓'이라 했던 조중동, 지금은?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09. 5. 26.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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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이 2차 핵실험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남한이 '국상' 중임에도 북이 핵실험을 한 것을 두고 여기저기서 거센 분노를 터져나오고 있다.

조중동 또한 이런 북의 행태에 대해 한 목소리로 비난했다. 조중동의 비난... 타당하지만 같잖다. 지들이 언제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챙겼다고.

북이 핵실험을 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노무현 서거'는 뒤로 미루고 지면을 핵실험으로 도배한 조중동의 보도를 살펴보니, 그들의 표리부동한 이중잣대에 다시금 분노하게 된다.

2006년 10월 10일 조선일보 사설

북이 1차 핵실험을 했을 때, 조중동은 너나없이 이를 기회로 삼아 노무현 정권을 흔들고 물어뜯기에 골몰했다. '참여정부의 대북화해협력정책 때문에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며 참여정부 내내 반복된 '노무현 탓'의 절정을 1차 핵실험 때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 이른바 '실용정부'를 내세우고 대북정책에 있어 '원칙'을 내세우며 강경 일변도로 나간 이명박 정권 하에서도 북은 핵실험을 하고 말았다. 북의 2차 핵실험은 누구 탓일까?

참여정부 때 조중동의 관점이라면 얼마든지 이명박 정권 탓을 할 수 있지만, 조중동은 그러지 않는다. 오히려 2차 핵실험의 상황까지 오게 한 이명박 정권의 대북강경책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똑같은 상황, 아니 1차 핵실험 때보다 더욱 엄중한 상황임에도 조중동의 정권에 대한 태도는 180도 달라진 것이다.

북이 1차 핵실험을 한 다음날인 2006년 10월 10일 조선일보는 1면에다 <대한민국 지키는 대결단을>이라는 사설을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북의 핵실험으로 "대한민국도 '다른 세상'로 떠밀려 왔""대한민국은 북핵 앞에 벌거벗은 무력한 처지"가 되어버렸는데, 이는 "이 정권이 지난 3년 반 동안 줄기차게 흔들고 외쳐댄 자주의 깃발과 '우리 민족끼리' 구호" 때문에 빚어진 "어처구니없는 결과"라며 사설의 대부분을 할애해 노무현 정권을 격하게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참여정부는 김대중 정권과 싸잡아 "이 정권 들어 3년 반, 김대중 정권 출범 이후부터는 지난 8년 동안 대한민국은 '북의 핵 외투를 벗기는 길은 햇볕정책뿐'이라며 오직 거기에 매달려 왔다""대통령과 대통령의 사람들이 북한정권의 본질에 무지했거나 '자주라는 이데올로기'에 가려 헛것을 본 것이다. 그 결과 7000만 민족 전체의 생사를 핵의 골짜기로 밀어넣어버린 것"이라고까지 노무현 참여정부를 몰아세웠다.

'노무현 정권 때문에 북이 핵실험을 했으니, 7000만 민족을 핵의 골짜기로 밀어넣어버린 것'이라면 과연 1차 때보다 20배는 강하다는 2차 핵실험을 하게 만든 이명박 정권은 7000만 민족을 핵의 낭떠러지로 밀어넣은 것이 아닐까?

심지어 조선일보는 "대한민국의 생존전략에 대한 대결단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사즉생의 결의로 이 결단의 순간을 맞아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는데, 노무현 정권을 탓하면서 '국민의 대결단'을 촉구한 것을 보면 과연 이 '대결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추측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2009년 5월 26일 조선일보 사설

하지만 조선일보는 2차 핵실험과 관련한 오늘자 사설 <북의 핵과 ICBM이 대한민국 위협하는 걸 방치할 순 없다>의 그 어디에서도 이명박 정권의 잘못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위를 위한 억지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개발을 가로막는 국제조약 등을 "그대로 둘 수 없다"며 핵무기 개발을 의미하는 주장까지 서슴지 않는 등 여전히 대북강경 일변도의 주장만을 쏟아냈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도 마찬가지였다.

2006년 10월 10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대한민국 비상사태다>라는 사설에서 "그동안 북을 감싸기에 급급했던 우리 정부의 햇볕, 포용정책이 전면 실패했음이 입증됐다""북을 제대로 모른 채 '우림 민족끼리'에 도취돼 펴온 친북 자주정책의 귀결이 지하 핵실험"이라고 노무현 참여정부를 몰아세웠다.

하지만 북이 2차 핵실험을 한 지금 동아일보는 '북에 강경하기에 급급했던 우리 정부의 실용정책이 전면 실패했음이 입증됐다'는 따위의 주장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민주당이 '이명박 정부의 냉전적 대북정책이 불러일으킨 결과'라는 성명을 낸 것에 대해 "그렇다면 한없이 유화적인 대북정책을 펴던 노무현 정부 때 북이 1차 핵실험을 한 것에 대해서는 어떤 말로 설명할 것인가"라며 "중대한 안보위협인 북의 핵실험을 놓고 정부를 탓하는 것은 무책임한 정치공세"라고 민주당을 비난했다.

동아일보의 낯 두꺼움에 실로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중대한 안보위협인 북의 핵실험을 놓고 노무현 참여정부를 탓하며 지독하게 흔들어댔던 자신들의 짓은 '무책임한 정치공세'가 아니고 무엇이었을까?

2006년 10월 10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 또한 1차 핵실험 당시 <북한 핵 앞에 벌거벗은 한국 안보>라는 사설에서 "노 대통령, 국민 앞에 사과해야"라는 중간제목까지 달아 "이런 총체적 난국을 초래한 이 정권은 책임을 모면할 길이 없다" "돌이켜 보면 노무현 대통령과 외교안보 라인이 취해 온 언동이 얼마나 무모하고 어리석었나가 자명해졌다"고 노무현 참여정부를 뒤흔들었다.

그러면서 중앙은 "노 대통령은 국민 앞에 철저하게 사과하고 현 외교안보 진영을 교체해야 한다"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대통령으로 남지 않으려면 말이다"고 협박까지 했다.

하지만 이번 2차 핵실험과 관련한 사설 <'핵 보유국 북한' 대응하는 안보 대책 시급하다> 그 어디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지 않았다. "시급하게 우리의 안보 대비책을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고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책을 더욱 강경하게 하라는 주문일뿐이다.

왜, 같은 핵실험이자, 오히려 사안의 심각성이 더 큰 핵실험임에도 조선일보는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대결단'을 요구하지 않고, 동아일보는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고 비판하지 않고, 중앙일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지 않는 것일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고 다시금 조중동의 염치없는 주장들을 살펴보는 지금, 노무현 대통령이 조중동에게 얼마나 괴롭힘을 당했는지 새삼스레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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