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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문 촛불-숭례문 화재' 연결짓는 조선일보의 기발한 센스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09. 6. 2.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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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기발한 상상력과 센스에 감탄을 금치 못하겠다.
오늘 조선일보 '기자수첩'에 <'숭례문 교훈' 잊은 '대한문의 촛불>이란 글이 실렸다.
조선일보의 '문화부' 기자라는 허윤희가 썼다.

'문화부' 기자라서 그런가, 허윤희의 '문화재 사랑'은 참으로 눈물겹다.
허윤희는 "덕수궁 돌담길 바닥에는 10여개의 촛불이 종이컵 위에 놓인 채 방치돼 있었고, 대한문 처마 밑에도 7개의 촛불이 타고 있었다. 초를 바닥에 세워둔 채 잠이 든 사람도 있었다""사적 124호인 덕수궁 앞이지만 누구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시민들을 질타했다. "화마에 휩싸인 숭례문을 보며 온 국민이 발을 굴렀던 것이 불과 15개월 전"임에도 시민들은 덕수궁이 화재 위협에 방치되도록 그냥 뒀다는 거다.

허윤희는 또 "덕수궁 담벼락에 추모사 쪽지들을 붙이는 것도 문화재보호법 위반"이라며 지난날 SBS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제작 당시 제작진이 덕수궁 담벼락에 종이를 붙여 여론의 비난을 받았던 일을 비교해 "사적지에 방송국이 종이를 붙이면 문화재 훼손이고, 일부 시민이 붙이는 것은 괜찮은 것인가"라고 통탄해 마지 않았다.

덕수궁 돌담길을 가득 채운 시민들의 촛불 행렬

허윤희와 조선일보의 문화재 사랑은 정말 감동을 자아낼 정도다.
나는 허윤희나 조선일보만큼 문화재를 사랑하지 않아서인지 모르겠지만, 덕수궁 대한문 앞을 가득 채우고, 덕수궁과 정동길을 줄지어 밝힌 촛불을 보며 단 한 순간도 '화재'의 가능성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국보 1호 숭례문에 몰래 기어들어가 신나를 들이붓고 일부러 화재를 일으킨 어느 할아버지처럼 덕수궁 앞의 그 어떤 시민도 몰래 대한문 안으로 들어가 불을 낼 거라고는 나의 상식으로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프라하의 연인' 제작 당시 덕수궁 돌담길에 붙은 벽보. 전 세계 언어로 '사랑한다'를 썼다 한다.

방송사에서 애초 '포스트잇'을 붙이겠다며 사용허가를 받아놓고 강력접착제로 종이를 붙였다가 뗄 때도 끌 등을 이용해 담벼락을 훼손한 것과 이번에 시민들이 고작 테이프를 이용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쪽지나 포스터 등을 붙인 게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 있는 일인지, 나는 정말 의문이지만 허윤희와 조선일보에게는 그만큼 문화재에 위협적으로 보였나보다.
(관련기사 : 덕수궁 돌담 훼손한 ''프라하의 연인'')
(관련글 : '내 마음 속의 대통령', 덕수궁 돌담길 추모글들 바라보니...)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기간에 덕수궁 담벼락에 붙은 벽보

허윤희와 조선일보에 대한 칭찬은 그만 하고, 몇가지 물어보자.

-허윤희와 조선일보는 왜 시민들이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촛불을 들고 돌담길에 쪽지를 붙였다고 생각하나?
-그 사람들이 대한문에 불을 지르고 돌담길을 훼손하려고 일부러 그곳을 찾았다고 보나?
-허윤희와 조선일보는 애초 시민들이 시민분향소를 어디다 설치하려 했는지 혹시 아나?
-국민장이 치뤄지던 기간 내내 시민들이 경찰과 서울시, 행안부에 요구했던 것이 혹시 무엇인지 아나?
-혹시 허윤희와 조선일보는 시민들이 "제발 서울광장을 개방해달라"고 그토록 애원했던 사실은 아나?
-마지막으로 '문화부' 기자 허윤희는 지금 경찰이 다시 서울광장을 경찰버스로 봉쇄함으로 인해 예정된 문화행사들조차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사실은 혹시 알고 있나?
-알고 있다면 '문화부' 기자로서 그런 사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정말 궁금하다. 기회되면 꼭 '기자수첩'으로 써주시길 바란다.
(관련보도 : 서울광장 봉쇄 계속…'공권력 남용' 논란 가열/서울 광장 언제까지 봉쇄?‥"무리한 봉쇄" 비판)

사진출처-한겨레


'문화부' 기자가 설마 '문화재 사랑' 기자는 아닐터, 경찰에 의해 서울광장이 봉쇄되어 문화행사가 열리지 못하는 것에 대해 '문화부' 기자다운 식견을 보여주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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