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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밟힌 영정, 조중동엔 없었다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09. 6. 1.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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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과 노제가 있은 다음날 새벽 서울광장은 다시 경찰버스에 의해 봉쇄됐고, 덕수궁 대한문 앞에 설치된 시민분향소는 경찰에 의해 강제 철거 당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마저 경찰의 군홧발에 짓밟혔다.

하지만 조중동에서 경찰의 과잉폭력진압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경찰에 분노한 시민들의 일부 과격한 행동만이 굵은 기사 제목과 사진으로 부각됐다.

이러한 보도태도는 마치 서로 약속이나 한듯 조중동이 똑같았다.

'각목' '돌' '폭력시위' 부각한 동아일보

6월 1일 동아일보는 <영결식 끝나자마자...각목 휘두르고 돌 던지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주말 서울도심 폭력시위"를 부각시켰다.
기사 제목 아래에는 "시위대 가운데 한 명이 경찰버스에 몽둥이를 휘두르고 있다"라는 캡션이 달렸다.

동아일보는 "각목", "돌", "몽둥이"를 어떻게든 부각시키려 한 것이다.
기사 본문에서는 "새벽까지 모여 있던 시위대가 30일 오전 5시 반경 600여명으로 줄어들자 경찰은 이들을 해산시키고 노 전 대통령의 노제를 위해 개방한 서울광장을 다시 봉쇄했다"며 시민추모위측의 '항의'를 소개했지만 그뿐이었다.

경찰의 과잉폭력진압에 대한 비판은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고, 반면 "반정부 구호 외치며 도로 점거"라는 중간제목이 등장했고, "일부 시위대는 투석전을 벌이고 각목과 삽, PVC파이프를 들고 경찰버스와 경찰관을 향해 휘둘렀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특히 사설 <국민이 민노총을 좀 더 알아야>에서 "국민장 다음 날 서울 도심에서는 민주노총 등 일부 과격단체가 주도한 불법폭력시위가 벌어졌다"며 "일부 시위대는 각목과 삽, PVC 파이프로 경찰버스를 파손하고 전경들을 폭행했다"고 주장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추모하는 시민들을 '민주노총 등 과격단체'와 '순수 추모시민'으로 분리해 이간질하려 했다.

'망치' '각목' '마스크' 등을 부각시킨 조선일보 기사

조선일보는 <주말 도심도로 점거 '산발 시위'>라는 제목의 기사에 "시위대 중 일부가 경찰의 서울광장 폐쇄 등에 항의하며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경찰버스 유리창을 내리치고 있다"라는 캡션이 달린 사진을 실었다. 기사 본문에는 "시위대 150여명은 망치를 동원해 버스 타이어 바람을 뺐고, 이중 10여명이 경찰버스 안으로 들어가 경찰의 시위 채증을 막으려 하기도 했다. 분향소에 있던 화환에서 각목을 빼내 경찰에게 휘두르는 이들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가 주목한 건 "마스크", "망치", "각목"이었다. 역시 시민분향소를 경찰이 철거한 것에 대한 비판은 어디에도 없었다.

'각목' '곡괭이' '돌'이 등장한 중앙일보 기사

중앙일보 또한 <국민장 끝나자마자 각목·곡괭이·돌...>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이 서울 대한문 앞 도로에 세워 놓은 경찰 버스를 각목으로 부수고 있다"는 캡션의 사진을 게재했다.

기사본문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이 끝난 지 하루만에 서울 도심에서 불법 폭력시위가 등장했다"며 "일부 시위대는 각목이나 곡괭이 등으로 경찰 버스 유리창을 깨거나 타이어 바람을 뺐다", "특히 일부는 버스로 난입해 무장해제 상태로 안에 있던 경찰을 폭행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각목", "돌", 심지어 "곡괭이"까지 부각시켰다. 역시 경찰의 과잉폭력진압에 대한 지적은 없었고 "시위대는 오후 9시를 넘어서면서 구가 줄었다. 깃발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촛불을 든 시민들이 그 자리를 채워 갔다. 분위기는 차분해졌고 새벽까지 대한문 앞에서 집회가 이어졌다"며 "시위대"와 "촛불 든 시민들"을 분리시켰다. 하지만 평화로운 서울광장을 경찰이 봉쇄하고, 평화롭고 차분하기 그지없었던 시민분향소를 경찰이 강제철거하고 짓밟은 것은 보도하지 않았다.

조중동의 속셈이야 분명하다.
뜨거운 추모행렬에 '불법폭력시위'의 이미지를 덧씌워 찬물을 끼얹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발길을 막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조중동이 호들갑스럽게 다룬 토요일의 일부 과격한 시위가 29일부터 30일까지 있은 모든 일을 대표하는 현상이었을까?
시민들이 가득 채운 서울광장에서는 아무런 폭력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경찰이 국민장이 끝나자마자 무리하게 봉쇄하고, 시민분향소까지 강제철거하고, 30일 범국민대회를 원천봉쇄했기 때문에 일부 과격한 행동이 발생한 것을 조중동은 정말 모르는 것일까?

 

조중동은 정말 나쁜 신문이다.

 

덧) 아래는 한겨레(위)와 경향신문의 기사다.

한겨레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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