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19금 검색엔진 빙', 조선닷컴 탑으로 오르다

조중동 잡다구리 후비기

by hangil 2009. 6. 9. 17:25

본문

6월 9일 오후 4시 40분 현재 조선닷컴 메인화면

6월 9일 오후 4시 40분 현재 조선닷컴 메인화면의 탑이다.
메인화면 기사 제목은 <"국내선 못본 음란물이..." 네티즌 사용기 속속, MB '빙' 인기폭발>이고, 원래 기사 제목은 <"MS의 빙은 '19禁 검색엔진'?" 네티즌 관심 뜨거워>다. 기사를 쓴 기자 이름(바이 라인)은 없고 '조선닷컴'으로만 명시되어 있다.

처음 해당 기사를 본 곳은 네이버 메인화면의 '뉴스캐스트'.
뉴스캐스트 조선일보 편집판에 <"MS의 빙은 '19禁 검색엔진'?">이란 기사가 떠 있길래 클릭해서 봤는데, 설마 이 기사가 조선닷컴 메인화면 탑으로까지 올라가 있을 줄은 몰랐다.

기사내용은 한 마디로 구리구리하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인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새로 선보인 인터넷 검색 엔진 ‘빙’(Bing)이 단숨에 야후를 제친 것으로 나타나 화제가 되고 있"는데, "특히 빙이 음란물 노출에 취약하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관심이 더욱 커지는 양상"이라는 거다.

MS가 새로 선보인 검색서비스 '빙'이 단숨에 야후를 제쳤다니, 그 양상과 원인을 살펴볼 만 하긴 하지만, '빙이 19禁(금) 검색 엔진때문인 거 아니냐?'는 따위의 내용이 '1등신문'이라는 조선일보가 운영하는 조선닷컴 메인화면 탑 기사로 오를만한 가치가 과연 있을까?

과연 조선일보는 왜 이 따위 기사를 메인화면 탑으로 올렸을까?
나는 그 이유를 두 가지 정도로 추측한다.

첫째, 아주 단순한 이유다. 트랙픽을 높히기 위함이다.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띄운 게 바로 그 이유고, 메인화면 탑으로까지 올려놓음으로써 방문자를 잡아두겠다는 거다. 이런 기사를 메인화면 탑에까지 올려놓고 장사를 하겠다면, 뭐 그냥 그러려니 하겠다. 근데, 그 이유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둘째 이유로 넘어가자. 내가 보기엔 조선닷컴이 이 정도 기사를 메인화면 탑으로 띄운 이유가 바로 '구글'과 연관되어 있다고 본다.

기사 본문을 보자. 기사 본문에는 "빙이 서비스를 공식 시작한 지 1주일도 안 돼 야후를 제치자 '검색 지존' 구글마저 위협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는 대목이 등장한다. 또 "MS가 지난 3일부터 미국 등을 시작으로 공식 서비스에 나선 빙은 '의사 결정형 검색 엔진'(Decision Engine)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구글이 검색어에 대한 수많은 결과를 나열식으로 보여준다면 빙은 사용자 측면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며 '빙'의 특징을 더욱 친절히 소개한다.

나는 이 대목을 이렇게 읽었다. "MS의 '빙'이 '검색 지존' 구글을 위협했으면 좋겠다. 수많은 검색 결과를 나열식으로 보여주는 구글보다는 사용자 측면에 좀 더 초점을 맞춘 '빙'이 더 좋다. 심지어 '빙'은 음란물까지 검색해주니 '빙'에서 검색해봐"라고.

즉, '19금 검색 엔진-빙'을 띄워주는 이 기사가 실은 '구글'을 타겟으로 했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나는 지난 4월 구글이 한국 정부의 '인터넷 실명제'(또는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거부한 이후, 조선일보를 중심으로 한 보수신문들이 얼마나 '구글 까기'에 여념이 없었는지를 살펴본 바 있다.

'19금 검색 엔진-빙'을 조선닷컴 메인화면 탑으로 올린 것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게 아니냐는 거다.

이 정도 정략적 이유가 아니고서는 정말 조선닷컴이 왜 이 따위 기사를 메인화면 탑으로 올렸는지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덧) 글을 올리기 전 다시 조선닷컴 메인화면을 확인해보니, 기사 제목이 바꼈다. <"MS의 빙은 '19禁 검색엔진'?" 음란물 무한검색에 들뜬 네티즌들>로. 마치 음란물 검색에 여념이 없는 네티즌들을 비판하는 듯한 제목이지만, 기사 내용은 그대로다. '음란물 무한검색에 들뜬 네티즌'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빙'에다가 '19금 검색엔진'이란 딱지를 붙여놓고, 메인화면 탑으로 올린 조선일보 보다 문제가 있으랴.

6월 9일 오후 5시 10분 현재 조선닷컴 메인화면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