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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G메일·hot메일로 바꿉시다

뉴스후비기

by hangil 2009. 6. 1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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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들이여, 이메일 계정을 모두 G메일이나 Hot메일로 바꾸시라!
특히 정부여당, 나아가 경찰, 검찰, 국세청, 심지어 조중동과 재벌기업들에게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이메일 계정을 바꾸시라!

이 더러운 세상,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한다는 심정으로 나중에 혹시라도 만에 하나 어처구니 없는 낭패를 겪기 전에 보험 든다는 생각으로 국내 이메일 계정, 특히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의 계정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무시무시한 대한민국 검찰이 그나마 손을 쓸 수 없는 외국계 이메일로 계정을 바꾸시길 간곡히 권유드린다.

PD수첩 수사결과 발표하는 서울중앙지검 정병두 1차장. (출처-미디어오늘)

검찰은 PD수첩 제작진들을 전 농림부장관 등에 대한 명예훼손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자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하면서, 별 희한한 수사결과까지 발표했다. 바로 PD수첩 작가인 김은희 씨의 이메일에 담긴 사적인 내용까지 PD수첩의 죄를 만들어내는 근거로 사용한 것이다.

검찰이 PD수첩 수사발표 자료에까지 '친절하게' 담은 김은희 작가의 개인 이메일 내용은 지인과 나눈 지극히 사적인 감정과 의견의 표현으로 범죄와는 전혀 무관한 것들이다. 검찰이 공개한 이메일 내용을 차마 나까지 인용할 수는 없다. 다만 그 주된 내용은 한나라당이 절대 과반을 획득한 총선 결과에 대한 김은희 작가 개인의 실망감을 토로한 것들인데, 도대체 이게 PD수첩 방송과 어떤 관계가 있길래 모든 언론들의 눈과 귀가 집중된 자리에서 자료까지 만들어 배포하냔 말이다.

검찰은 이렇게 주장했다.

"허위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을 뿐 아니라 허위 내용을 방송한 의도를 추정할 수 있는 등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죄가 성립된다."

정말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 아니 소름끼치도록 무서운 일이다. 내가 나와 가까운 사람과 사적으로 나눈 대화가 어느 순간 나의 공적 업무를 모두 판단하고 심지어 죄를 덮어씌울 수 있는 세상이라니!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 상식적으로 반박할 가치조차 없다.
검찰의 논리라면, 지난 번 국회에 나와 천정배 민주당 의원을 두고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욕설을 퍼부은 유명환 외교부장관이 그 동안 펼쳐 온 대국회 활동은 모두 "민주당 국회의원과 국회를 모독할 인식이 있을 뿐 아니라 국회를 모독할 활동의 의도를 추정할 수 있는 등 명예훼손죄와 국회모독죄가 성립"되는 것이 아닌가? 유 장관이 김종훈 통상본부장과 귀속말로 나눈 지극히 사적인 대화지만 얼마든지 유명환 장관의 의도를 추정할 수 있는 것 아닌가?

3월 5일 동아일보 1면

검찰이 PD수첩 제작진의 이메일을 압수수색했다는 소식은 지난 3월 5일 동아일보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검찰은 법원으로부터 PD와 작가의 이메일 과 전화통화 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수사를 벌였는데, PD들이 주로 사용하는 메일은 MBC 사내 메일계정이라 압수수색이 쉽지 않아 제외된 반면, 모 포털의 계정을 사용하는 작가들의 이메일은 압수수색당했다. 그 결과가 이번 수사발표에 이런 식으로 담긴 것이다.

지난 4월 24일 한겨레는 서울교육감 후보로 나왔던 주경복 후보와 관련한 수사를 하면서 검찰이 전교조 간부 등 수사 대상자 100여명의 7년치 이메일을 통째로 압수수색한 사실을 폭로했다.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검찰에게 포털업체는 "서버에 보관중인 모든 전자우편을 빠짐없이 검찰에 보냈다"고 했다. 이메일을 압수당한 사람은 "개인의 사생활이 공권력에 의해 발가벗겨지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자리에서 자신의 이메일 내용이 까발려진 김은희 작가의 심정도 이와 마찬가지리라.

4월 24일 한겨레 기사

이런 일이 어떤 특수한 상황의 누군가에게만 벌어지는 특별한 일 같은가?
공영방송 MBC에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사회고발프로그램 PD수첩에서 일하는 프리랜서 작가도 이런 일이 자신에게 벌어질 거라고는 1년 전만 하더라도 꿈도 꾸지 않았을테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평생의 업으로 삼는 교사들도 7년전 자신의 이메일이 검찰의 손에 들어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을테다.

꿈도 꿀 수 없는,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진다. 에라이, 더러워서 피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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