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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보니 머리에 쥐 난다

드라마후비기

by hangil 2009. 9. 3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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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월~화 밤 10시를 전후한 TV는 오로지 '선덕여왕'을 중심으로 흘러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청률 40%를 넘나드는 MBC '선덕여왕'이 월화 밤 10시 시간대를 좌지우지하는 최강자라는 것은 이미 '상수(常數)'가 되었고, 타방송사들은 어떻게든 '선덕여왕'을 피해 국물이라도 건져볼까 하는 마음으로 편성의 묘안을 짜내느라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선덕여왕과 동시간대에 방송되는 SBS('드림')와 KBS2TV('공주가 돌아왔다') 드라마는 선덕여왕보다 5분 정도 드라마를 일찍 시작한다. 왜 그럴까? 이유는 안봐도 DVD. '우리 드라마를 먼저 보다 보면 한명이라도 시청자가 늘지 않을까, 그것도 아니면 조금이라도 채널이 늦게 돌아가지 않을까'라는 심정으로 어떻게든 시청자들의 눈을 잡아두려고 속셈인 것이다. 이들에 비하면 지겨울 정도의 광고가 붙어 10시 5분쯤 드라마가 시작되는 '선덕여왕' 제작진과 MBC 관계자들의 마음은 느긋하기 이를 데 없을거다.

선덕여왕이 시작되기 전 광고 시간에 채널을 돌려보면, 이런 광경도 볼 수 있다. 홈쇼핑에서 '1분 요약'이라고 해서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 상품의 특징을 아주 간략하게 요점만 정리해주는 거다. 물론 선덕여왕 외에 다른 드라마 때도 볼 수 있던 풍경이긴 했다. 하지만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이라는 '1분 요약' 시간에 정작 SBS와 KBS2TV에서는 '드림'과 '공주가 돌아왔다'가 이미 방송되고 있고, '1분 요약'이 끝나고도 선덕여왕 광고가 끝나지 않아, '1분 요약'을 한 번 더 하는 건, 그 자체로 한 편의 코미디 같아 보이기도 한다.

하기사 SBS는 '드림' 후속작인 '천사의 유혹'을 '선덕여왕'을 피해 밤 9시에 편성을 한다니 이 정도면 뭐 할 말 다했다. 가히 월화 밤은 '선덕여왕'의 세상이요, 절대지존이라 할 만 하다.

그런데, 최근 선덕여왕을 보면, 그 명성에 걸맞지 않는 모습이 심심찮게 발견된다.
비담, 춘추, 문노, 유신.... 최근엔 염종에 이르기까지 캐릭터 묘사는 대단히 많은 공을 들여 치밀하게 이뤄져 박수를 받을만 하나, 그에 비해 스토리 전개에 있어 엉성한 부분이 눈에 제법 띈다. 얼마전 나는 선덕여왕을 천추태후와 비교하며 디테일이 살아 있다고 평가한 적이 있는데, 인물 묘사에서는 여전히 유효한 평가이나 스토리에 있어서는 디테일이 생략되고 있는 것 같다.(물론 염종에 대해서는 인물 묘사가 너무 과하다 싶기도 하다. 예측하기 힘든 인물은 비담과 춘추 정도로도 충분한데 말이다.)

스토리 전개의 비약이 너무 심하고 불친절하게 느껴질 정도다. 일관성 없이, 그저 시청자들에게 '보이는대로 믿으라'고 강압적으로 들이미는 형국이다.
그저 '그런가보다' 하기엔 불쾌한 감정마저 든다. 예를 들어 보자.

문노를 독살한 염종

최근 새롭게 등장한 염종이란 인물이 문노를 암살했다. 드라마에서는 20년 동안 문노와 함께 뜻을 모아 '삼국지세' 편찬에 물심양면 힘을 모은 인물로 등장하는데, 별안간 비담이 스승인 문노에게 대드는 동안 독침을 쏴 암살한다. 이유는 오로지 하나, 문노가 '삼국지세'를 유신에게 갖다주려 해서다. 그 와중에 춘추가 등장하는데, 염종이 춘추를 언제 봤다고 20년 동안 뜻을 함께 한 문노를 그렇게 죽일 수가 있을까? 설득력이 없다.

염종(이미지출처 : http://zazak.tistory.com/


염종과 춘추

염종과 춘추의 관계를 좀 더 들여다보면, 더욱 그렇다. 춘추는 미생을 따라 염종의 도박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염종을 자기발로 찾는다. 춘추는 염종이 어떤 인물인지 얼마나 알고 또 어떻게 알았을까? 제 아무리 삼국에 정보원을 심어놓은 염종이라 하더라도 수나라 황실에 진상되는 도자기의 진위도 모르는 자가 어떻게 수나라에서 갓 신라로 돌아온 춘추에게 모든 것을 바치자고 마음 먹었을까? 그것도 자기가 알아서 찾아간 것도 아니고 자기발로 찾아온 춘춘에게 말이다. 역시 설득력이 없다.

미실의 품에 안긴 유신

지난주까지 선덕여왕의 중심축은 풍월주 비재를 통과한 유신이 풍월주에 오르는 것을 두고 미실과 유신/덕만이 대립하는 것이었다. 결국 유신은 하종의 딸과 혼인을 하는 등 미실의 품에 안기기로 결심하는 데 이 와중에 덕만은 울고짜고, 유신은 온갖 폼은 다잡고, 마치 유신이 미실에게 가면 큰 사단이라도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그런데 정작 유신이 미실의 품에 안기고 난 뒤, 그들 관계는 별 문제가 없다. 여전히 유신은 덕만과 함께 다니고, 덕만과 함께 계략을 짠다. 그런 유신을 미실파는 그저 바라만 볼 뿐이다. '이게 뭐야?'라고 묻고 싶다.

덕만에게 차갑기 그지없는 춘추

수나라에서 돌아온 춘추는 덕만을 만나기 전 이미 죽방을 만나 덕만이 천명과 어떤 관계인지, 천명이 죽고 난 뒤 덕만이 천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상세히 듣는다. 그런데 정작 덕만에게 춘추는 차갑기 그지 없다. 왜 그렇게 춘추는 덕만을 차갑게 대하는 것인지, 아무리 선덕여왕을 봐도 알 길이 없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놓고 추리를 해봐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젠장 드라마가 왜 이렇게 불친절한 거야'라는 짜증이 나게 되었다.

비담에게 꼼짝 못하는 춘추

'삼국지세'를 찾으러 간 비담은 책을 찢어 종이공을 만들고 있던 춘추를 만나게 된다. 분노한 비담은 춘추를 죽일 듯 하지만, 구타 정도로 끝낸다. 춘추는 그런 비담을 계속 무서워하게 되는데,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그토록 영민하고 속이 깊고 사람을 대할 때는 안하무인 그 자체인 춘추가 비담에게 한 번 두들겨 맞은 것 때문에 비담 앞에선 쩔쩔 맨다? 이 관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난감하다.

이미지출처 : http://zazak.tistory.com/


이미지출처 : http://zazak.tistory.com/


'선덕여왕'은 월화 뿐만 아니라 모든 프로그램을 통털어 '시청률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장 잘 나가는 드라마다. 그런 드라마치고 최근 보이는 이런 불친절함은 껄적지근하다. 선덕여왕은 지난 주 15일 시청률 40%, 21일 40.8%로 올랐다가 22일에는 38.9%로 내려갔고, 28일엔 36.9%까지 떨어졌다가 29일 38.2%로 약간 올랐다. 적어도 최근만 놓고 보자면 어느 정도 하락세다. 혹시나 선덕여왕의 불친절함 때문은 아닌지... 뭐 혼자만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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