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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 액션첩보, 눈높이 좀 맞춰줘

드라마후비기

by hangil 2009. 10. 2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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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웬만해선 KBS로는 채널을 돌리지 않은데, '아이리스'에 대한 이야기가 뜨겁길래 봤다.

한줄 코멘트를 하자면, "'올인' 이후 6년 만에 찾아온 블록버스터다운 TV블록버스터 드라마"라고 할 만 한 것 같다.
캐스팅이나 드라마 스케일, 영화를 방불케하는 영상 등등에 대해서는 이미 웬만큼은 다들 공유하는 내용인 것 같다.

오랜만에 TV에서 만난 이병헌과 김태희가 반갑고, 김승우는 오랜만에 자신에게 딱 맞는 역할을 맡은 것 같아 보는 눈이 즐겁고, 김소연 역시 그동안 판에 박힌 멜로에서 존재감이 점점 사라지다 성공적인 연기변신을 한 것 같아 보기 좋다. 그리고 해외로케 역시 돈만 쏟아 붓는 게 아니라 스케일 있는 그림다운 그림을 만들어내니 '블록버스터'다운 이름값을 하는 것 같다.

물론 20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쏟아부었으니, 이만큼도 못만들면 그게 이상한 것이기도 한데, 그동안 '블록버스터'를 내걸고 대대적인 물량공세를 퍼부었던 드라마들이 하나같이 고전을 면치 못했으니, 그래서 더욱 '아이리스'가 반갑기도 하다.


그런데, 이제 드라마 초반부니 '그러려니' 싶기도 하지만, 앞으로 계속 반복되고 쌓이게 되면 실망감이 커질 것 같은 부분이 있다.
'아이리스'는 호화캐스팅에다 해외로케에 드라마 제작역량의 절대적인 비중을 할애한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청자의 눈높이를 제대로 충족시켜주기에는 지금으로선 부족함이 눈에 띈다.

'아이리스'는 액션첩보스릴러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긴박감 넘치게 액션과 스릴러가 진행되어야 장면에서는 정작 김이 새는 부분이 적지 않다.

어제만 하더라도 이병헌이 암살 현장을 답사하는 장면에서 정보기관의 정예요원이 자신의 모습이 훤히 드러나게 탑 위에 올라가 망원경으로 둘러본다든지, 청바지에 모자를 쓰고 현장으로 떠났던 이병헌이 어떻게 북측에서 배치한 저격수의 복장으로 갑자기 나타나게 됐는지, 북측 저격수로 가장한 이병헌의 존재에 대해 김승우가 무전을 통해 이미 이상한 낌새를 알아챘고, 비상령을 내렸는데도 어떻게 북측 요인이 버젓이 차에서 내려 환영인사를 받다가 총을 맞게 되었는지, 허술하다 싶은 부분이 너무 많았다.

진짜 궁금한 거 한가지. 어제 마지막 부분에서, 도대체 정준호는 어떻게 호텔로 들어갈 수 있었을까?

장르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이런 식이면 드라마에 몰입하기 힘들어진다. 시청자들을 드라마를 보면서 옥의 티를 찾아내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블록버스터' 답지 못한 구석도 있다. 대통령이 한밤중에 긴급 연락을 받고 바로 회의를 소집한다. 그런 대통령과 정부 핵심자들의 '1급비밀'이라 적혀 있는 종이쪼가리가 나눠진다. 그저그런 드라마라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블록버스터'라면 이런 부분에도 좀 투자를 해서 시청자의 눈높이를 맞출 필요가 있다. 대형화면을 통해 암살당한 북측 인사가 보여지고 누군가가 브리핑을 하거나, 하다못해 노트북을 통해 그럴듯한 그림을 보여주든지.

액션첩보 블록버스터라니, 한국 드라마에서는 의미있는 시도라 할 만하다. 하지만 영화나 미국드라마에서는 차고 넘치는 장르다.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이미 숱하게 접해온 다른 액션첩보 드라마와 영화에 길들여질대로 길들여졌다.

단적으로 '아이리스'가 많은 영감과 영향을 받았음이 분명한 '본'시리즈(본아이덴티티, 본슈프리머시, 본얼터메이텀)의 가공할 액션과 긴박한 스릴러와 '아이리스'의 그것과 비교하면 현격한 수준차이를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드의 '앨리어스'나 '24'시리즈와도 비교하기가 어색하다.


이미 '아이리스'는 10회 넘게 제작이 마무리되었다고 하니, 당분간도 크게 기대하긴 어렵겠다. 어쩔 수 없다. 일단은 액션첩보스리릴러 드라마에서 멜로와 연기, 그리고 스케일로 눈요기를 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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