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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례 처벌? 가지가지한다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09. 10. 2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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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가 공무원노조의 '민중의례'를 금지시키는 공문을 각급 기관에 보냈다. '민중의례'가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시키고 있다"는 이유다. 정말 하다하다 별 짓을 다한다. 물론 이 또한 통합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하기로 한 것에 대한 대대적인 보복의 일환이고, 정부와 보수신문들이 매일같이 난리법석을 피우고 있는 공무원노조에 대한 마녀사냥의 한 수단일테다.

'민중의례'를 금지시킨다고 공문까지 보내고 언론에 보도자료까지 배포한 행안부의 짓거리 자체가 뒷골 땡기도록 우습기도 하지만, 내세우는 이유는 더욱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행안부는 민중의례에 대해 "소위 노동운동권에서 행해지고 있는 의식으로 '애국가' 대신 주먹을 쥔 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을 하지 않고 '민주열사에 대한 묵념'을 하는 의식"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이 주먹을 쥔 채 민중가요를 부르고 대정부 투쟁의식을 고취하는 이러한 행위는 헌법의 기본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로서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 신분인 공무원의 품위를 크게 손상시켜 국가공무원법 제63조 및 지방공무원법 제55조의 공무원 품위유지 의무에 위반된다"고 했다.

"헌법의 기본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란다. 살 떨리게 무시무시하다. '위헌적 행위'라 할 정도로 심각한  사안인데 왜 공무원노조만 문제삼는지 모르겠다. 행안부는 '민중의례'를 노동운동권에서 행해지는 의식이라고 했는데, 그러면 민주노총(한국노총은 국민의례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도 문제삼아야 한다. 나아가 '노동운동권'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의 행사 때나 대학 학생회 행사에도 '민중의례'가 이뤄지는데 모두 금지시켜야 그래도 일관성이 있을 것 아닌가. 만만한 게 홍어X이라고 '공무원'신분인 공무원노조가 그렇게 만만하다는 것인가.

그리고 '순국열사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은 '헌법 기본질서'에 부합하고, '민주열사에 대한 묵념'은 왜 '헌법 기본질서'를 훼손하는지도 도저히 모를 일이다. 민주화를 위해 애쓰다 돌아가신 분들을 추모하는 게 정녕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위협한다는 말인가.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독재정권이 민주화운동세력을 대하던 태도는 아마도 그랬을테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도 과거 독재정권과 똑같이 민주화운동을 하신 분들을 반정부세력,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고 있음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까발린 사건인 셈이다.

'민중의례'를 금지시키겠다면 차라리 이참에 '국기에 대한 경례'도 부활시켜라. 이 또한 이명박 정부에게 딱 들어맞는 모습이다.

80년대 중반까지 매일 오후 6시면 학교 운동장과 거리 곳곳에서 애국가가 울려퍼지고, 그 순간 길을 가던 모든 사람이 멈춰서서 국기가 내려가는 곳을 보며 가슴에 손을 얹고 부동자세를 취하던 적이 있었다. 애국가가 울려퍼지는데 그냥 가던 길을 가면 왠지 '간첩' 혹은 '불순분자'로 오인받을 것 같고, 나의 애국심이 의심받는 것 같고, 심지어 손을 가슴에 얹지 않는 사람도 이상하게 보일 정도였다. 가슴에 손을 얹어도 국기에 대한 맹세를 따라 외는 것처럼 입을 오물오물거리지 않아도 왠지 누군가 지켜보는 것 같았다. 친구들과 한참 공을 차다 학교 운동장에서 애국가가 울려퍼질 때처럼 난감할 때가 또 있었는지...


영화 '품행제로'에 당시의 모습이 잘 그려졌는데, 이제는 잊혀져 코미디영화에서나 다뤄질 풍경인줄 알았더니, '민중의례'를 금지시키는 이 정부의 모습을 보니, 그냥 과거로 남겨질 일이 아닌 것 같다. 군사독재정권 하에서 벌어졌던 '국기에 대한 경례'와 지금의 '민중의례 금지'가 뭐가 다를까.

'대한늬우스'도 이미 부활시킨 정부다. 이참에 국기에 대한 경례도 부활시키고, 한걸음 더 나아가 통행금지도 부활시켜라. 어디 한번 갈 때까지 가보자.

국기 하강식

             채 상 근

소변을 보는데
국기 하강식 애국가가 흘러나온다
국기에 대한 맹세가 시작됐다
나는 지금 물건만 똑바로 쳐다본다
물건을 똑바로 세웠다
갑자기
오줌이 나오질 않는다
나는 확실한 애국잔가보다
국기에 대한 맹세가 끝나고 애국가도 끝났다
다시,
오줌이 줄기차게 나온다
아아, 나의 온몸은 애국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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