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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다 여대생과 남보원

쇼오락후비기

by hangil 2009. 11. 10.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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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미녀들의 수다'에 게스트로 출연한 어느 여대생의 발언을 두고 또 인터넷에서 난리가 났다.
왜 이렇게 호들갑일까?

물론 "키 작은 남자는 루저"라는 여대생의 발언이 대단히 자극적이고, 듣는 사람에 따라 대단히 불쾌한 발언일 수는 있다.
참고로 나는 남자고 키는 175cm를 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저 발언이 그렇게 불쾌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유쾌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런가보다' 싶다.

몇가지 경우를 놓고 판단해보자.

첫째, 저 여대생이 "키 작은 남자는 루저"라고 해서 정말 키 작은 남자는 루저가 되는 것일까? 저 여대생의 발언이 있기 전에는 키 작은 남자는 루저가 아니었는데, 저 여대생의 발언이 있고부터 비로소 키 작은 남자들이 루저로 전락하기라도 하는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신장과 인생의 성공 유무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거라면, 왜 이렇게 저 여대생의 발언을 놓고 호들갑을 떨어야 하는 것일까? 어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인사담당자가 나와 '키 작은 사람은 아웃'이라고 발언을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외모에 집착하는 여대생 하나가 조금 자극적인 발언을 했을 뿐인데.


둘째, 저 여대생의 발언은 미수다라는 프로그램에서 나왔다. 말 그대로 '미녀'라는 여성들이 나와 수다를 떠는 프로그램이다. 수다를 떨기 위해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정말 수다를 떨었을 뿐이라면? 물론 나는 미수다의 수다가 좀 더 의미를 가져주길 바랬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미 이 프로그램을 보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여겨 시선을 끊은지 오래다. 하지만 저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사람들은, 굳이 '놀러와'를 보지 않고 '미수다'를 보는 사람들은 '미녀들의 수다'를 보고, 듣고 싶어서 보는 거 아니었나? 그 프로그램에서 여대생이 조금 과하다싶은 수다 좀 떨었기로서니 이 웬 호들갑들이란 말일까?

셋째, "키 작은 남자는 루저"라는 말이 요즘 여대생들의 이성에 대한 생각을 반영한 것이라면? 그렇다면 정말 한국 사회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잘 보여준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저 여대생의 이성에 대한 인식이 헛소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당장 '미녀들의 수다'라는 허접한 프로그램이 '미녀'들의 얼굴과 몸매를 내세워 몇년째 존재하고 있는 현실, 가끔 '미남들의 수다'라는 특집까지 만들어내서 화제가 되는 현실, 걸그룹의 음악보다는 그들의 외모와 섹시한 댄스에 환호작약하는 현실, 스펙이 강조되고 집착하는 현실, 무엇보다 사람보다 돈과 권력이 우선하는 한국 사회의 현실에 비춰보면 저 정도 발언이야 뭐가 생뚱맞을까? 이왕이면 자기 아이가 키가 컸으면 좋겠고, 이성친구가 키도 크고 몸매도 늘씬하고(혹은 몸짱이고) 얼굴도 잘 생겼으면 좋겠다 싶지 않은가? 저 여대생은 '키는 경쟁력'이라고 했다. 솔직히 동의하지 않는 사람 손 들어보라. 왜 속으로는 다들 외모를 좇으면서 그걸 밖으로 드러낸 사람에게는 난리일까?

넷째, '키는 경쟁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키 작은 남자는 루저'라는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저 여대생의 발언은 일부 된장녀의 허영심으로 치부하면 그만이다. 난리칠 일이 뭐 있나.


요즘 개콘의 코너 가운데 '남보원'이 인기라고 한다. 나는 솔직히 보면서 크게 재미를 느끼지는 않는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가보다. 깨놓고, 남보원의 소재는 일부 극단적인 사례를 들어 여성들을 비하하는 것 아닌가? 여성들은 거의 대부분 남성들을 부려먹으려 하고, 돈 안쓰려고 하고, 대접받으려고 하는 존재들로 그려지고 있지 않은가? 왜 거기에는 같이 일어서서 구호도 외치고 '풍자'를 했다며 좋아하면서, 예능프로그램에 일반인 여대생 한 명 나와 수다 좀 한 걸 가지고는 이 웬 생난리일까?

오히려 나는 그 여대생과 제작진에게 방송 이후에 더 짜증이 난다. 여대생은 '루저'라는 표현이 대본에 쓰여 있었다며 제작진에게 책임을 돌렸고, 제작진은 '대본대로 읽으라는 것은 아니었다'며 또 여대생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이다. 어처구니없다. 방송에서는 분위기에 휩쓸려는지, 어쩐지 모르지만, 자신있게 발언해 놓고 방송 이후 난리가 터지니, 그제서야 뭔가 잘못한 거 같은가? 재밌을 거 같아서 대본에도 써놓고, 편집 과정에서도 걸러내지 않아놓고 이제와서 난리가 나니깐 제작진은 잘못이 없다는건가? 여대생이 미니홈피에 썼다는 사과글, 나는 진심으로 믿지는 않는다. 그리고 제작진은 참으로 비겁하기 짝이 없다.

어쨌거나 아주 그냥 난리들이다. 네이버로부터 인정받은 매체들, 언론사닷컴, 스포츠신문, 연예매체, 경제매체 가릴 것이 뉴스캐스트에 하나같이 '루저' 발언 논란을 띄워놓았다. 적어도 여대생의 발언을 '진심'으로 가정한다면, 그 여대생은 저 언론들보다 솔직하기라도 하다. 어영부영 화제에 편승해 별 영양가 없이 논란만 부풀리면서 잇속을 챙기려는 언론들보다는 말이다.

그리고 속으로 '저 예쁘고(잘생기고), 몸매 착하고, 키도 큰 사람이 좋아요'라는 사람은 저 여대생에게 돌을 던지지 말자. 또 중요한 건 내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이구, 너 잘나셨네'라고 그냥 넘기자. 그런 거 하나하나 상종하면 정신 건강에도 별로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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