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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와 떡 자른 강동구, 이제 강동구답다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10. 1. 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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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특보 출신 낙하산 사장 김인규가 주재하는 KBS의 2010년 시무식에 KBS 노동조합 강동구 위원장이 참석했다.
KBS 노동조합 설립 이후 사장이 주재하는 시무식에 노동조합이 참석한 건 처음이라고 한다.

김인규는 신년사에서 이를 의식해 "오늘 이 자리에 존경하는 강동구 노조위원장과 노조간부들이 참석한 것은 참으로 의미있는 일"이라고 만족을 나타내기도 했다.

KBS 시무식장에 나란히 선 강동구 KBS노조위원장(왼쪽 끝에서 3번째)과 김인규사장(" 4번째)


KBS의 노사 관계가 참으로 화기애애하다.
좋겠다, 김인규는.
자신이 사장이 되면 총파업을 하겠다던 노조위원장이 제발로 자기 곁에 서서 온 몸으로 노사 화합을 실천해주고 있으니 참 좋겠다. 자신이 사장이 되자 단식까지 해 '위독'하다며 병원까지 실려갔던 노조위원장이 언제 단식을 하기나 한 것인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 자기 곁에 섰으니 참 대견하기도 하겠다.

강동구가 김인규와 그렇게 짝짜꿍을 맞추리라 이미 훤히 예상했기에 별스런 소식은 아니지만 그래도 참 인두겁을 쓰고 어찌 이럴 수 있는지 참 대단하고도 대단하다.

지난해 11월 12월 KBS 노조는 성명에서 "우리는 김 씨가 끝내 정권의 낙하산으로 입성해 KBS의 정치독립성을 짓밟는다면" "5천 조합원의 고귀한 투쟁의지를 모아 낙하산 사장 저지를 위한 총파업 투쟁은 물론 정권 퇴진 투쟁도 불사할 것임을 분명하게 경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병순과 김인규 중 누가 사장이 될지 알기 힘든 때였고, 김인규보다 이병순이 연임할거라는 전망이 우세한 때였다. 이때 강동구의 KBS노조는 김인규만 콕 찍어 '총파업'을 선언했다.

단식농성에 돌입하며 결의에 찬 강동구


11월 16일에는 강동구의 KBS 노조 집행부 일동의 명의로 '구속, 해고 각오 투쟁 결의문'이라는 무시무시한 글이 발표되었다. 여기 KBS 노조 집행부는 "특보 출신 사장을 앉힌다는 것은 KBS를 독재 정권 회귀의 제물로 삼겠다는 야욕"이라며 "특보 사장이 KBS에 발을 들여놓겠다면 백정의 칼을 들고 12대 집행부 전원의 목을 쳐야 할 것", "우리는 영어의 몸이 되는 것을 자랑스러워 할 것", "평생직장을 잃어도 두렵지 않을 것", "역사의 십자가를 지고 투쟁의 전장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갈 것"이라고 문장 하나하나에서 결기가 묻어나오고 핏방울이라도 솟을 정도의 각오가 느껴지는 다짐을 대내외에 밝혔다.

그냥 수식이 아니라 이들은 이 결의문에서 재차 "지금 이 순간 12대 노조 집행부 전원은 구속과 해고를 결의한다"며 "정권에 맞서 불바다가 될 KBS 사수투쟁의 전장에 불나방처럼 모든 것을 내던질 것이다. KBS 노조 역사에 ‘독재정권의 KBS 장악에 맞선자들이 있었다’라는 한 줄 기록이면 족하다. 그것이 KBS 노조다"라고 비장한 각오를 분명히 밝혔다.

마침내 KBS노조의 바람대로 이병순이 연임을 하지 않고 김인규가 사장이 되자, KBS노조는 11월 19일 "총파업으로 배수진을 치고 정권의 하수인 김인규가 청정지대 KBS에 단 한 발짝도 들여놓지 못하게 할 것"이라며 "KBS 노동조합과 5천 조합원은 낙하산 사장을 저지하고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을 분쇄하는 날까지 의로운 총파업의 깃발을 결코 내려놓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 둔다"고 했다.

과연 KBS노조가 약속대로 총파업을 할까 궁금했다.

총파업에 앞서 KBS노조는 김인규 출근저지투쟁을 했다. 하루도 못가 실패했다. 그러자 KBS노조는 "MB 특보 김인규가 이명박 정권의 하수인답게 개구멍으로 공영방송 KBS에 첫발을 들여 놓았다"며 자화자찬했고, "출근저지투쟁의 열기는 성공적인 총파업 찬반투표로 이어져 5천 조합원 모두가 전사로 거듭날 것"이라며 여전히 자신만만해했다.

김인규 사장을 반대하며 단식한 강동구


하지만 KBS노조의 총파업 투표는 부결됐다. 과연 KBS노조를 믿고 총파업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신이 가장 컸다. 그러자 KBS노조는 조합원들로부터 불신당한 주제에 알아서 물러나기는커녕, 더 이상 참지못하고 제대로 된 새로운 노조를 만드려는 KBS 구성원들에게 칼끝을 돌렸다. 12월 20일 이 때 이미 KBS노조는 "지금은 KBS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공영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5천 조합원이 대동단결할 때"라며 사장이나 할 만한 말을 서슴지 않았다.

12월 14일에는 강동구 명의의 호소문까지 발표했는데, 여기서 강동구는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5천 조합원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조합으로 거듭나겠다"며 "믿고 성원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급기야 약 600명의 조합원을 시작으로 새 KBS노조의 건설이 눈 앞에 현실화되고, 강동구 KBS노조에서 조합원 탈퇴 러시가 일어나자 위원장은 여전히 자신이 맡는 말도 안되는 '통합노조'를 제안하는데 여기서는 "5천 조합원이 다시 대동단결해 김인규 체제와 가열찬 투쟁을 벌여 나갑시다"고 하기도 했다.

그랬던 강동구와 구 KBS노조가, 새해가 되자 자신들이 구속과 해고를 결의하면서까지 막고자했던 특보출신 낙하산 사장 김인규의 곁에 서서 함께 떡을 잘랐다.


그래, 이제야 강동구답다. KBS노조답다.
강동구가 총파업을 운운하고, 단식을 한다고 할 때는 정말 무슨 3류 코미디라도 보는 것처럼 어색하고 손발이 오그라들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1개월도 되지 않아 저렇게 낯짝 하나 바꾸지 않고 말끔한 차림으로 사장 옆에 설 수 있는 게 바로 강동구다.

그래서다. 새로운 KBS 노동조합. 즉 전국언론노동조합 KBS지부(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준비위원회)의 어깨가 더욱 무겁다. 저 따위 입밖에 내기조차 낯간지러운 껍데기들이 더 이상 눈을 어지럽히고 귀를 더럽히지 못하게, 새로운 KBS 노조가 진정성이 무엇인지, 공영방송을 지키기 위한 언론인의 역할이 무엇인지 보여주어야 한다.

당장은 힘들고 어려운 시련이 닥치겠지만, 마침내 웃는 사람은 저 강동구와 김인규가 아니라 진정으로 공영방송다운 공영방송 KBS를 만드려는 '새 KBS 노조'의 한사람, 한사람이 될 것이다. 저런 강동구가 마지막까지 웃으면, '노사화합'을 이야기하면서 '새노조'의 위원장을 지방으로 보내버리려하는 김인규가 마지막까지 웃게 된다면 그건 너무 슬픈 일이 아니냐. 그건 상상만으로도 역사에 대한 모독이다.

신동엽 시인이 말했듯 부디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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