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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스타 박대기 기자가 제작거부를 호소한 사연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10. 1. 5.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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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으로 폭설 소식을 전한 KBS의 박대기 기자가 연일 화제다.
'폭설이 낳은 스타'라고도 하고, 박대기 기자의 취재 투혼에 대한 찬사도 뜨겁다.

그런데 그, 박대기 기자가 KBS 기자들을 상대로 "제작 거부에 돌입할 것을 호소"하고 나섰다.
물론 혼자는 아니다. KBS에 기자로 입사한 30기 이하 동료 기자 93명과 함께 제작거부 호소문에 KBS 공채 35기라는 박대기 기자도 자신의 이름을 올린 것이다.

출처-최진순 기자의 온라인저널리즘 산실


사연은 이렇다.

KBS 시사보도프로그램 '시사기획 쌈' 제작팀에 속해 있는 김현석 기자가 12월 31일, 사측으로부터 사전에 아무런 언급없이 1월 4일자로 춘천방송국에 발령을 받았다.

김현석 기자는 2008년 KBS 기자협회장과 '공영방송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대변인을 지내며 이명박 정부의 정연주 전 사장 불법 해임과 이후 낙하산 사장 이병순 반대투쟁에 앞장서 이병순으로부터 파면 징계를 받았던 사람이다. 다행이 양심적인 동료들의 노력으로 4개월 정직으로 징계 수위가 낮아지긴 했지만,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 온갖 고초를 겪었던 언론인 중 대표적인 한 명이다.

가운데가 김현석 기자. 왼쪽은 함께 징계를 받은 KBS 사원행동 양승동 대표. 오른쪽은 역시 함께 징계받은 성재호 기자(출처-미디어오늘)


바로 이런 사람을 MB 특보 출신의 낙하산 사장 김인규가 들어와 취임한지 한 달여만에그것도 한 해의 마지막날 갑작스레 지역으로 보내버린 것이다.

김현석 기자가 춘천으로 가기 전 자신의 인사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보도본부장에게 인사를 갔더니, 그가 "그러게 왜 되지도 않는 아이템 올려서 분란 만들고 그러냐"고 말했다고 한다. 김현석 기자가 최근에 취재를 시작한 아이템은 '해직자의 겨울'이었다. 즉, 이미 찍힐대로 찍혀 있던 김현석 기자가 KBS의 높으신 분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템을 냈다는 이유로 서울에서 춘천으로 쫓겨나게 된 것이다.

김현석 기자는 부당한 인사에 맞서기 위해 '인사처분취소 가처분신청'을 낼 계획이고, KBS 기자협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그런데 김현석 기자에 대한 보복 인사에 대해 가장 먼저 목소리를 낸 KBS의 기자들이 바로 30기 이하 94명이었다.

1월 4일 박대기 기자를 포함한 KBS 30기 이하 94명은 "우리는 김현석 기자에 대한 보복 인사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이를 위한 제작 거부에 돌입할 것을 호소합니다"라는 호소문을 발표했고, 이와 함께 김현석 기자의 동기인 21기 22명도 "사측은 부당 인사를 당장 철회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30기 이하 기자 94명의 '제작 거부' 호소문 
 
우리는 김현석 기자에 대한 보복 인사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이를 위한 제작 거부에 돌입할 것을 호소합니다.


<30기 이하 기자 94명- 가나다 순>
고은선 고은희 구경하 김경수 김경진 김도영 김민경 김상민 김성주 김성현 김시원 김연주 김영민 김영은 김영인 김용덕 김  웅 김정은 김종수 김준범 김지선 김진화 김태현 남승우 노윤정 노태영 류  란 박경호 박대기 박선우 박예원 박원기 박은주 박  현 박희봉 범기영 변진석 서영민 서재희 손은혜 송명훈 송명희 송영석 송형국 신방실 신봉승 심인보 안다영 양민효 양성모 엄기숙 오수호 우한울 위재천 유동엽 유지향 윤지연 은준수 이광열 이수정 이재석 이재섭 이중근 이진연 이철호 이호을 이효연 이효용 임재성 임종빈 임주영 임태호 장덕수 정성호 정아연 정연욱 정현숙 정환욱 조정인 조지현 조태흠 지형철 차정인 최경원 최광호 최영윤 최재혁 최형원 한규석 한승연 허솔지 홍석우 황재락 황현택(이상 94명)


나는 박대기 기자처럼 국민들에게 생생한 현장을 전하기 위해 열과 성의를 다하는 기자가 제작거부를 하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 비록 KBS가 이명박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하고 있지만 그나마 양심적인 기자들이 제작거부를 해 그나마 괜찮은 보도의 씨가 마르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KBS 사측이 김현석 기자에 대한 부당 인사를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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