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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총체적 무능'도 직선제 탓일까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10. 4. 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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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조선일보에 <교육계 '무차별 비리'는 직선제 탓도 있다>는 사설이 실렸다.
조선일보는 "돈을 퍼부어 당선된 사람들은 선거 과정에서 도와준 사람들을 모른 척할 수 없다"며 "교육계의 '무차별 비리'가 직선제와 관련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공정택 같은 더러운 인간의 문제를 제도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바꿔서 이야기해보자.

MB '총체적 무능'은 직선제 탓도 있다

시·도 교육감 16명과 교육의원 77명을 뽑는 6월 2일 교육분야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 제작과 선거관리인 인건비 등으로 1261억원의 교육예산이 들어간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치러온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지자체선거 역시 전국 단위 선거니 비슷한 국가예산이 들어갈 것이다. 이 돈은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충당된다. 국가가 국민들을 위해 사용할 예산이 줄어드는 것이다.

대선과 총선 출마 후보들도 돈을 쓰게 된다. 법정 선거비용은 17대 대선 당시 후보 1인당 465억 9천 3백만원, 18대 총선 당시 1인당 평균 1억9천5만원 수준이다. 실제론 법정 비용보다 훨씬 더 많이 쓰지 않겠느냐고 보는 사람이 많다. 후원회를 통해 법정 선거비용을 어느 정도 모금할 수 있지만 그래도 상당액을 후보 개인이 조달해야 한다. 결국 기업체 등에 손을 내미는 경우가 많다.

돈을 퍼부어 당선된 사람들은 선거 과정에서 도와준 사람들을 모른 척할 수 없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각종 정부부처, 공기업, 공공기관 등의 자리를 나눠 줘 보답하게 된다. 각종 국가발주 사업을 맡긴 업자로부터 받은 뇌물로 선거비용도 벌충하려 들 것이다. 돈을 바치고 한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은 그들대로 본전을 챙길 생각에 또 다른 비리를 저지르는 것이 오랜 관행이었다. 그걸 뻔히 아는 공무원들도 대통령 눈치 같은 것은 볼 생각도 않고 국민들의 등골을 빼먹는 것이다.

국민 입장에선 삶의 질 높이는 데 써야 할 국가예산 수천억원을 대통령·국회의원 선거에 빼앗기고, 저질 선거로 만들어진 정치계 피라미드식 뒷돈 구조 때문에 이중으로 뜯기고 있다. MB만 하더라도 건설업자들만 배불리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느라 나라예산을 낭비하고 있고, 국론마저 분열시키고 있다.

대통령 직선제 부활된 뒤 첫 대통령 당선자가 비자금으로 구속됐고, 대통령 친인척비리는 끊이질 않는다. 현직 대통령만 해도 부인의 사촌언니가 국회의원 공천 청탁 명목으로 30억원을 챙긴 사기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국회의원과 지자체 단체장이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는 이루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여서 걸핏하면 재선거가 치러지기 일쑤다. 정치계의 ‘무차별(無差別) 비리’가 직선제(直選制)와 관련 없는 것이라고 할 수가 없다.

위 글은 아래에서 보듯 조선일보 사설의 일부 내용만 조금 수정한 것이다. 물론 나는 MB가 아무리 잘못을 저질러도 그걸 직선제 탓이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많은 국회의원들이 선거법을 어기고 비리를 저질러도 역시 직선제 때문이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뿐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이 그럴 것이다.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87년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기 위해 피를 흘리며 싸웠겠는가. 적어도 정치에 있어, 그리고 '자치'라는 영역에 있어 모든 것에 직접민주주의를 관철할 수 없다면, 적어도 그 대표들만이라도 직접선거로 뽑아야 대표성도 생기고, 교체도 이뤄지고, 민의도 반영되고, 하는 것이다.

교육자치 역시 마찬가지. 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교육 자치를 마련하기 위해, 교육의 주체들이 스스로 참여해서 교육을 발전시키기 위해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됐다. 그런데 공정택 같은 놈이 물을 흐린다고 판 자체를 뒤집자니.

이런 주장을 사설에서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하다니. 참 대단하다.


물론 조선일보만 저런 헛소리를 한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조선일보인 동아일보도 같은 날인 오늘 사설 <교육 왜곡시키는 교육감 직선 이번으로 끝내자>에서 "능력과 자질이 뛰어난 교육계 인사도 돈과 조직력이 없으면 교육감이 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는 등 "여러 폐단이 드러나고 있는 교육감 직선제도 이대로 놓아둘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어디 교육감 후보 뿐일까? 능력과 자질이 뛰어난 정치인도 돈과 조직력이 없으면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될 수 없는 세상 아닌가?

그런데 왜 조선, 동아는 교육감 선거가 문제 삼을까? 그것도 MB가 한마디하고 나니 말이다. 암만해도 제2, 제3의 김상곤이 등장할까 두려운 모양이다.

덧) 조선일보가 교육감 직선제를 비판한 건 과거에 비해 말이 180도 바뀐 것이라 한다. 아래는 민언련이 발표한 자료(말바꾸기 ‘달인’ <조선>, 이번엔 ‘교육감 직선제’)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조선일보가 ‘돈 먹는 교육감 선거’라며 ‘교육감 직선제’를 비판하고 나선 것은 말을 바꾼 것이다.

조선일보는 2006년 12월 9일 사설 <학부모가 교육정책과 학교를 선택할 수 있어야>에서 2006년 12월 7일 시·도 교육감과 교육위원을 주민직선으로 뽑도록 하는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크게 반겼다.

사설은 그동안 교육감·교육위원 간선제가 “교장과 교사들이 사실상 학부모 대표와 지역 인사를 결정하다시피 해왔고, 따라서 교직자들이 교육감·교육위원 선거에 강한 입김을 불어넣었다”, “선거 때마다 무슨 교대파니, 무슨 사대파니 해서 편을 가르고 금품이 오가는 등의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며 부작용을 열거했다.

또 “이런 풍토 때문에 교육감이 된 사람도, 앞으로 교육감을 하겠다는 사람도 학부모와 지역사회보다는 교사와 교사단체를 염두에 둔 정책과 공약을 내게 된 것”, “교육정책도 주민이 원하는, 지역이 필요로 하는 쪽이 아니라 선거에서 이기는, 교사들 마음을 얻기 위한 쪽으로 치우쳤다”면서 교육감 간선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교육감·교육위원을 주민들이 직접 뽑을 수 있게 한 이번 법 개정은 교육정책 선택권을 학부모에게 돌려주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교육감 간선제의 부작용과 비리를 지적하며, 직선제를 반겼던 조선일보가 이 대통령이 비리의 원인이 교육감 선거 제도 자체에서 있는 것처럼 주장하자 ‘돈 먹는 교육감 선거’ 운운하며 교육감 직선제를 비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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