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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진, 호들갑 이제는 그만!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10. 4. 2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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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라고 하는 '김정은'의 최근 모습이라며 사진을 공개해 화제다.

20일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가장 유력한 후계자 후보인 김정은의 최근 사진을 공개했다"며 한 달도 더 전인 3월 4일과 5일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로동신문 등이 게재한 사진을 소개한 것이다.

마이니치는 사진을 소개하며 '3월초 당시 평양의 각 기관과 기업 등에는 5일자 로동신문에 김 대장(김정은을 지칭한다는 북한 내 표현)의 모습이 많이 실려 있으니 보라는 지시가 하달됐다'고도 했고, '북한의 핵심 관영 매체인 로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이 일제히 김정은의 사진을 공개한 것은 권력 이행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도 했다.

김정은의 사진이라며 1면에 소개한 마이니치신문


김정일 위원장이 함경북도 김책제철연합기업소 시찰 모습을 담은 이 사진은 조선중앙통신에 소개된 직후 한국 언론에서도 보도됐지만 당시는 마이니치신문이 '김정은'이라고 지목한 인물에 대해 그 어떤 언급도 없었다.

마이니치가 소개한 사진을 3월 6일에 이미 보도한 한국언론. 캡쳐이미지는 세계일보 3월 6일자.


하지만 마이니치신문이 이 인물을 '김정은'이라고 보도하자, 한국 언론들은 오늘 새벽부터 앞다퉈 '마이니치발'로 '김정은의 최근 모습이 공개됐다'며 "북한의 공식 미디어가 정은의 모습을 공개한 것은 처음으로 김정은에게 권력 이행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사진 속 인물이 입은 옷과 구두, 넥타이에까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포털을 통해 언론들의 보도를 처음 접한 뒤 사진을 보고 맨 처음 '진짜 김정은이야?'라는 의구심부터 들었다. 일단 그동안 김정은의 어릴 적 모습이라고 소개된 사진의 인물과 마이니치가 지목한 인물이 전혀 연결이 되지 않을 뿐더러 현재 26세로 추정되는 김정은의 나이에 비해 사진 속 인물은 그보다는 훨씬 더 나이가 들어보였다.

그리고 그보다 더 일본 언론이 이렇게 터트리는 북한 관련 '특종'이 웬만해서는 신뢰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아사히TV가 당시까지 '김정운'이라고 알려졌던 김정일 위원장의 3남의 사진이라며 한국인 40대 남자의 사진을 보도해 개망신당한 적이 있지 않은가.

일본 TV아사히의 김정운 사진 오보와 한국 인터넷 까페에 게재된 남성의 실제 사진



일본 언론이 북한 후계자 문제 등과 관련해 호들갑을 떨고 망신을 당한 적이 한두번이 아닌데, 이를 곧이 곧대로 믿는다는 것은 멍청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한국 언론들은 이번에도 마이니치의 기사를 받아 김정은 사진 기사를 줄줄이 쏟아냈다. 지난해 TV아사히의 오보 때도 한국 언론들도 함께 망신을 당했음에도 전혀 고쳐지지 않은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마이니치 기사 소개가 줄줄이 이어지더니, "한국 정보 당국은 해당 사진 속의 인물이 이미 지난해 초에도 공개된 바 있고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김정은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보도가 나오고, 급기야 중앙일보는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20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이라고 보도한 사진은 함북 김책제철연합기업소의 기술자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마이니치 보도를 '오보'로 확인한 기사까지 등장했다.

그런데 중앙일보의 기사가 나온 뒤에도 네이버 메인화면 '뉴스캐스트' 박스에는 <"김정일 후계자 '김정은' 사진 공개">라는 기사가 사진과 함께 게재되어 있다.

4월 20일 오전 10시까지도 뉴스캐스트는 이런 기사가 메인에 올라와 있었다.


북한 내부 소식을 다루는 태도가 일본언론이나 한국언론이나 오십보백보, 그 나물에 그 밥인 셈이다.

지난번 TV아사히의 오보 때도 비슷한 지적을 한 적이 있는데, 만약 마이니치의 기사가 어젯밤에 소개됐다면 아마 오늘 아침 신문들이 저마다 마이니치의 기사를 받아 "김정은 사진 공개"라는 식으로 지면에서 보도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언론들 또한 줄줄이 마이니치의 오보를 반복하는 망신 대열에 동참했을 것이 분명하다. 일본 언론들이 망신을 사면서도 계속해서 오보를 내면서까지 성급한 보도를 일삼는 것은 일본 내에서는 물론 한국 언론들까지 지대한 관심을 가지는 등 한 마디로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 사실 확인이라는 언론 본연의 자세는 뒷전으로 미뤄지기 일수다. 오로지 일단 터트리고 보자는 식의 한건주의만 팽배할 뿐이다. 언론의 신뢰를 갉아먹는 이런 짓,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 일본 언론뿐만 아니라 한국 언론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다.

마이니치 기사를 인용해 그동안 '김정운' 혹은 '김정은'으로 알려진 인물의 사진을 함께 소개한 연합뉴스. 이 사진 속 인물들이 정말 김정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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