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5월 6일) MBC PD협회 소속 MBC PD 261명이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김재철, 황희만은 MBC를 떠나라"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MBC PD협회 소속 346명의 PD 가운데 보직자와 휴직자, 파견자 등을 제외한 292명에게 성명서에 같이 이름을 싣겠냐고 물었더니 90%에 가까운 261명이 흔쾌히 동의했다는 거다.
당연히 MBC에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대부분의 PD가 이름을 올렸겠지만, 그래도 어떤 이름들이 있는지 살펴봤다. 가나다순으로 정리된 이름 가운데 반가운 이름들이 눈에 속속 들어온다.
김재철, 황희만은 MBC를 떠나라
PD는 창조자다. 자유로운 생각을 바탕으로 진실을 탐구하여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를 시청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존재의의요, 사명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우리의 창조성을 억누르는 모든 제약과 외압을 거부한다. 하지만 한 달 째, MBC PD들은 우리의 이야기를, 우리의 언어를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MBC를 장악하려는 권력의 음모를 막아내고자 수많은 PD들이 파업이라는 마지막 수단으로 저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과 방문진의 하수인임이 드러난 김재철 사장은 정권이 MBC를 틀어쥐고 자신의 입맛대로 프로그램을 장악하려는 의도를 확실히 보여주는 상징이다. 이런 사장 아래서 우리의 창조성과 자율성이 살아남기를 기대할 수 없다.
우리는 김재철 사장이 취임 직후부터 ‘콘텐츠 중심의 구조 재편’이라는 미사여구 뒤로 단행한 무원칙한 패거리 인사를 비판했고, 김우룡의 망언에 분노하며 제대로 대처할 것을 요구했다. <PD수첩>, <무한도전> 등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위협과 흔들기가 계속되었지만 우리는 한 때 사장을 믿었고, 회사와 프로그램을 생각하며 계속 인내했다. 그러나 우리의 인내를 저버린 황희만 부사장 임명으로 김재철 사장은 거짓말쟁이일 뿐이며, 자기 주변을 인의 장막으로 둘러치고 소통을 거부하는 꼭두각시임을 증명했다.
이제 파업이 한 달에 이르렀다.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파행을 겪고 PD들이 자신의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해 참담해 하고 있건만, 사장은 아파하지 않고 있다. 우리의 일터 MBC가 말라 죽어가고 있는데도, 강 건너 불구경처럼 즐기고 있을 뿐이다. 자신의 거짓말과 배신에서 비롯된 이번 파업을 오히려 노조 말살의 기회로 삼겠다는 사장의 살기등등한 행보는 우리를 절망케 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껏 사내의 여러 부문과 함께 충심으로 현 파업 상황을 수습할 최소한의 조치로 황희만 부사장의 사퇴, 김우룡에 대한 고소라도 실행하라고 요구했다. 최악의 파국을 막으려 사장의 신중한 대응을 당부했다. 현 사태를 책임져야 할 사장이지만 우리는 인내하며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상생을 모색해 보고자 수차례 면담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장은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만나자는 요청도 번번이 거부했다. 오히려 사장은 정작 고소해야 할 김우룡은 내버려둔 채, 회사 구성원을 고소, 고발하며 현 사태를 해결할 최소한의 희망마저 스스로 없애고 말았다. 우리의 인내는 한계에 다다르고야 말았다.
이제 분명하다. 김재철은 더 이상 우리의 사장이 될 자격이 없음이.
이제 우리 모두 분명히 말한다. MBC PD들은 김재철 사장이 하루속히 물러날 것을 요구한다. 아울러 정권과 방문진의 낙점으로 승승장구 하고 있는 황희만 부사장도 속히 퇴진할 것을 요구한다. 30년 가까이 MBC에 바쳤던 청춘의 경력을 들먹이지 말라. 우리는 더 이상 두 사람을 MBC의 일원으로, 방송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제 두 사람의 이름은 권력의 사주를 받아 우리의 일터를 짓밟고 MBC를 정권과 자본의 발밑에 바치려 했던 더러운 하수인의 이름일 뿐이다.
또한 우리는 회사의 임원, 보직국장, 보직부장들에게도 요구한다. 상식을 바탕으로 한 올곧은 판단으로 현 사태의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라. 더 이상 침묵은 금이 아니다. MBC 사장을 한낱 일신의 영달을 위한 발판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사장, MBC 선배라고 하면서 MBC를 망가뜨리겠다는 사장을 어떻게 우리가 인정할 수 있는가? 노동조합 간부에게 겨눠진 칼은 우리를 겨눈 칼이다. 그 칼은 피를 보겠다는 살기어린 칼이다. 막아야 한다. 조직의 근간이라는 임원과 보직 국부장들이 후배와 동료를 위해 나서야 한다.
우리는 향후 사장이 조합과 PD들을 탄압하는 어떠한 조치들에도 단호히 맞설 것이다. 우리의 결의는 단호하며, 우리의 입장은 분명하다. 김재철, 황희만은 MBC를 떠나라!
미국산쇠고기 수입협상의 부실함을 고발했던 김보슬 PD, <아마존의 눈물>을 만든 김현철/김진만 PD, '검사와 스폰서'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폭로했던 최승호 PD, 얼마전까지 <PD수첩>을 진행했던 김환균 PD, <이제는 말할 수 있다>, <MBC스페셜> 등 시사교양프로그램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이채훈/정길화 PD, 황우석의 연구비리를 끈질기게 밝혀냈던 한학수 PD 등 MBC의 시사교양프로그램 PD는 물론,
<선덕여왕>을 연출한 박홍균 PD, <안녕 프란체스카> 등 시트콤에 이어 드라마까지 진출한 노도철 PD 등 내노라 하는 드라마 PD들과,
<일밤> 등을 거쳐 <세바퀴>를 만드는 김유곤 PD, <놀러와>의 신정수 PD, 그리고 <무한도전>의 김태호 PD 등 MBC의 간판급 예능 PD들까지...여기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 미안하게도 미처 이름이 눈에 익지 않은 라디오 PD와 편성 PD들도...
김태호 PD가 오늘 낮 트위터에 쓴 글. 이글을 올린 뒤 이근행 위원장의 상황이 급히 악화되어 병원으로 후송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미 앞서 MBC 기자 252명도 자신의 이름을 걸고 "김재철, 황희만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거기서도 숫하게 봐왔던 반가운 이름들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정작 MBC를 먹여 살리고, MBC를 시청자들로부터 사랑받는 가치 있는 방송사로 만드는 이들이 "김재철은 더 이상 우리의 사장이 될 자격이 없다"며 "하루속히 물러날 것"을 요구하는 데 도대체 김재철은 왜 아직까지 버티고 있나? 회사에는 발도 디딜 수 없는 식물사장으로 존재하는 게 '조인트'에 대한 보답 외에 자신에게 무슨 의미가 있길래 한 달이 넘도록 자리보전을 하는지, 참으로 그 인생이 불쌍타.
어제 MBC 앞에는 MBC를 지키기 위한 촛불이 다시 밝혀졌다. 이 자리에서 'MBC파업뉴스데스크 2탄'이 공개됐다. 이미 1탄은 19만명이나 조회할만큼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을 바 있다. 2탄도 재밌고, 잘 만들었다. 그리고 눈물도 나오게 만든다.
이근행 위원장이 오늘로서 12일차 단식을 하면서 이근행 위원장의 가족들까지 잘 먹지를 않는다고 한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집에서 밥이라는 말도 못꺼내게 해요. 외할머니가 왔다가 밥이라는 얘기했다가 아들한테 혼났어요. 아빠 있는데서 밥 이야기 하지 말라고."
가슴이 아프고, 저려온다.
이근행 위원장의 건강이 급속히 악화되었다고 한다. 주변에서 단식 중단과 병원 입원을 간곡히 권하고 있지만 이근행 위원장은 단식을 계속하고 있다. 의사가 장기와 뇌손상이 우려된다고 하여 링거액에 그저 의지하면서...
힘이 조금만 더 모아주자. 자신의 이름을 걸고 파업을 하고 있는 MBC의 기자와 PD들이 리포트하고 프로그램 만들 수 있게, 그리고 이근행 본부장이 밥을 먹고 그의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맘 편히 밥 먹을 수 있도록 시청자들이, 시민들이 조금만 더 힘을 모아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