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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제발 김민선에게서 손 떼라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10. 5. 1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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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광우병 촛불' 그 후 2년"이라는 타이틀도 이틀째 지면을 도배중이다. 어제는 '촛불 여고생' 한 명을 주인공 삼아 "좌파 단체와 매체들은 시위 참여를 독려하는 데" 그를 "최대한 활용했다"며 아무것도 모르고 괴담과 좌파단체에 휩쓸려 거리에 나온 것처럼 매도했다. 그리고 오늘은 '유모차부대'를 주인공을 내세워 이들 역시 인터넷 루머에 속아 눈에 뭔가 씌어 거리에 나온 것처럼 다뤘다.

2년 전 촛불이 거대하게 타오를 때는 '촛불여고생'에도, '유모차부대'에도 별다른 시선을 두지 않고, 그들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 볼 시도는 아예 하지도 않더니, 아니 한차례 그들이 "참을 수 없는 순정"으로 거리에 나왔음을 자신들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으면서, 2년이 지나서야 인터뷰를 하고 대서특필하니, 조선일보가 이렇게나 촛불 시민들에게 관심이 많은지 진작 몰랐다.

조선일보는, 어제는 유모차부대를 광우병대책위에서 조직한 것처럼 기사를 쓰더니 오늘은 그들이 인터넷 괴담에 속았든 어쨌든 자발적으로 나온 것으로 쓰는 등 지들 마음대로 갖다붙이며 온갖 마타도어로 촛불을 매도하는 데 여념이 없다. 그래서 대여섯개의 지면에 도배된 그 기사들을 하나하나 반박할 가치는 느끼지 못하겠다.

조선일보의 '촛불 2주년' 기사들 중 한 건으로 다뤄진 우희종 서울대 교수 또한 자신의 발언을 조선일보가 짜깁기하고, 왜곡했다면서도 "조선일보는 항의할 가치가 있는 신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조선일보 '광우병 괴담' 멋진 창작물”>


그런데 아래 기사에 대해서만큼은 도저히 그냥 넘어가기가 힘들다.

5월 11일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오늘 <"차라리 청산가리 먹겠다"던 그녀, 개명하고 침묵>이라는 기사에서 또 다시 영화배우 김민선(김규리로 개명)를 도마 위에 올려 난도질했다.

조선일보는 김민선의 '청산가리' 관련 발언을 "연예인들 가운데 가장 과격한 표현으로 광우병 괴담을 전파한 사례"라며 이름을 바꾼 것에 대해 "연예계에서는 그가 '청산가리 발언' 이후 이미지를 바꾸려고 개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마치 김민선이 잘못을 저질러놓고 비겁하게 이름을 바꾸는 것으로 "자신의 발언을 정정하거나 해명하지 않은 채 굳게 입을 다물"고 모른체 한다는 그런 지적인 것 같다.

도대체 김민선을 어디까지 몰아붙여야 직성이 풀릴까.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로부터 소송을 당하며 한차례 호된 홍역을 당한 것으로는 도저히 만족할 수 없나?

그가 이미지를 바꾸려고 개명했다고? 누구 때문인가? 그가 데뷔 이후 연기자로 만천하에 알려온 이름을 '청산가리 발언' 때문에 바꾸게 되었다면 도대체 누가 그렇게 만들었나? 미니홈피에 개인의 생각을 적은 것을 두고 걸핏하면 꺼집어내서 난도질하고, 마녀사냥하고, 급기야 소송까지 제기하고 그를 구석으로 몰아붙인 게 도대체 누구냐?

조선일보는 김민선 매니저를 통해 그가 "아직도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출연한 영화와 관련해서도 광우병 관련 질문이 나올까봐 일절 인터뷰를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한 연예기획사 임원은 "그녀 앞에서 광우병 이야기는 꺼낼 수도 없는 분위기"라며 "아직도 그때 발언의 파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한다.

이 정도로 만족하지 못하나? 이렇게 김민선이 힘들어 하고 있는데, 조선일보는 그것만으로는 도저히 만족할 수 없나? 아니 조선일보는 김민선이 이렇게 힘들어 하는 것을 오히려 즐기는 것 같다.

변태가 따로 없다. 김민선이 눈물 흘리며 '잘못했어요, 한 번만 봐주세요' 해야 그만 둘 건가? 아니면 그가 완전히 영화배우를 그만둬야 그때서야 김민선에게서 손을 뗄 건가?

이미지로 먹고 사는, 대중들의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하는 연예인 한 명을 두고 조선일보처럼 거대한 권력집단이 도대체 어디까지 궁지로 내몰아야 만족하겠다는 건가. 조선일보는 정녕 이런 기사를 보고 김민선이 얼마나 상처를 받을지, 혹여 잘못된 생각을 하지는 않을지 조금도 걱정되지 않나? 정말 조선일보는 철면피들의 집단이란 말이냐! 인터넷의 악성댓글보다 조선일보의 이런 기사가 수십배, 수백배 더한 상처를 주는 것을 정말 모르나?

김민선을 이미 한 차례 궁지로 내몰았던 미쇠고기 수입업체 에이미트의 '손해배상 소송'은 김민선의 승소로 결론(1심)났다.

원고들은 피고 김○○의 글 중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먹느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겠다”라는 부분이 원고들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판매업을 방해할 의도로 작성된 것이라고 주장하나, 위 글 어디에도 원고들이 표시되어 있지도 아니할 뿐 아니라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가 곧 “원고들이 판매하는 소”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볼 근거도 없다.

또한 피고 김○○가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에 이 사건 방송 시청 소감에 가까운 위 글을 작성한 것이 불특정 다수로 하여금 원고들이 판매하는 쇠고기를 먹지 말도록 선동한 것이라거나 원고들의 영업을 방해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들의 피고 김○○에 대한 청구는 나머지 점에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도 없이 이유 없다.

(서울남부지법의 1심 판결문 중 김민선 관련 부분)

"살펴 볼 필요도 없이 이유 없다"는 사안을 재판으로 끌고 가서까지 여성 연예인 한 명을 몰아붙였으면 이제 그냥 놔둬도 되지 않나?


김민선은 자신의 발언에 견디기 힘들 정도로 무거운 책임을 질만큼 졌다. 조중동 지면에서 난도질 당할 만큼 당했으면서도 영화('미인도')를 통해 대중들로부터 당당히 평가받았다. 이름도 바꿨다. 그런데도 소송까지 해서 승소도 했다. 이제 김민선을 영화배우 '김규리'로 그냥 둬라. 제발 부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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