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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세를 이해하려면 '우리학교'와 '나는 가요'를 보라

다큐후비기

by hangil 2010. 6. 1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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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설쳐가며 지난 새벽 북한과 브라질의 월드컵 경기를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북한표팀의 선전에 뭔가 모를 가슴 속의 열기를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경기 시작 전 정대세의 눈물을 보며 가슴 깊숙한 곳에서 치솟아 오르는 뭔가도 느꼈을 것이다.

역시나 오늘 하루 인터넷 세상의 최대 이슈는 세계를 깜짝 놀래킨 북한팀의 패기로 똘똘 뭉친 놀라운 경기 모습, 그리고 정대세의 눈물과 활약이었다.

나는 지난 2008년 2월 '동아시아선수권대회' '북한-일본' 전 이후부터 정대세 선수를 꽤나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당시 정대세 선수는
4명의 수비수를 앞에 놓고 혼자서 요리를 하면서 슛을 하는데, 겉보기에 프리미어리그 같은 곳이 아니면 구경하기 힘든 장면으로까지 여겨졌다.

정대세 선수의 눈물


그리고, 정대세 선수를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 이런저런 자료도 찾아봤는데, 그 결과 정대세 선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대세 선수 개인사를 살펴보는 것도 좋겠지만, 역시나 재일조선인(또는 재일한국인)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으로 여겨졌다.

재일조선인 특히, 정대세 선수처럼 재일조선인 3세로 태어나 총련계 조선학교(또는 민족학교)를 다닌 동포들을 이해하기 위한 좋은 자료가 이미 한국 사회에도 제법 소개된 적이 있다. 지금부터 언급하려는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학교>와, SBS에서 방송했던 <나는 가요-도쿄, 제2학교의 여름>이 바로 그것이다.

재일동포로서 북한 대표팀에서 뛰는 정대세 선수는 이들 다큐멘터리에 나왔던 많은 아이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학교' 포스터


아마 이 두 다큐멘터리는 보신 분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학교>에는 정대세 선수와 비슷한 학생들이 나온다.

일본 학교 학생들과 축구 경기를 하기 위해 여름방학 내내 뙤약볕 아래서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는 아이들, 시커멓게 그을린 온 몸을 땀으로 흠뻑 적시든 아이들, '우리 학교'를 지켜왔던, 그리고 자신들을 지켜보는 선배/부모/선생/동무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삭발까지 해서 경기를 뛰던 그 아이들. 끝내 아쉽게 패한 뒤 정말 너무나 서럽게, 서럽게 울던 그 아이들이다.

나는 정대세 선수를 보면 항상 그 아이들도 함께 생각이 난다.

정대세 선수, 본적이 한국이라고 한다. 경북 의성.
부모님 두 분 가운데 아버지가 본적이 경북 의성이고 국적도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고 하고, 어머니는 '조선' 국적이라고 한다.
정대세 선수는 아버지의 본적을 따라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었는데, 성인이 되면서 자신의 국적을 정할 때 '조선' 국적을 선택했다고 한다.(사실관계가 불분명한데, http://www.vop.co.kr/A00000301837.html 를 참고해보길 바란다..)
그런데, 총련계열의 조선학교(총련계 재일동포들은 '우리학교'라고 부릅니다)인 아이치 제2조선초급학교에 입학해 4학년 때부터 공을 찼고, 그후 역시 총련계중고급학교와 조선대학교에 다니며 축구를 계속해왔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국적은 한국이지만 북쪽을 더욱 친숙하게 느낀 것은 당연할 것이다.

애초 국적으로 따지면야 한국 대표팀으로 뛰는 게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을테지만, 예전...2006년 월드컵 예선인가 북이 일본에게 패한 것을 보고 정대세 선수는 '반드시 공화국 선수가 되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한다.

영화 '우리학교'의 장면. 일본 학교와의 경기가 끝난 뒤, 시합에서 패한 조선학교 아이들이 서럽게 울고 있다(사진 출처 : http://cafe.naver.com/docuourschool)


'나는 가요..'를 보면 총련계 우리학교에 한국 국적을 가진 아이들이 제법 많다. 흔히 조총련이라고 하면 북한과 바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는데, 해방 후 일본에 남아 있는 동포들에게 북한이 많은 지원을 했고, 일본사람들의 차별에 맞서 학교를 만들고 지켜오는 과정에서 현재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우리학교가 지켜 온 민족교육을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도 중요하게 생각해 자기 자녀들을 입학을 시킨다는 것이다. 북과 적대적인 관계라고 알려진 재일민단 쪽 사람들까지도 우리학교에 자기 아이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근데, 우리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경우 국적이 네 가지나 된다고 한다. 첫번째 북한 국적(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가진 경우, 둘째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경우, 셋째 일본 국적을 가진 경우, 그리고 넷째 '조선' 국적을 가진 경우가 있는데, '조선' 국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바로 해방 이전 '조선'이라는 국적을 다른 어떤 걸로도 바꾸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다. 따라서 법적으로 따지면 무국적자나 다름없다.

학교 교육이라든, 취업, 사회 생활 전반에 이들이 겪는 고초와 어려움은 말할 필요 조차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조선'국적을 지키고 있는 동포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한국 국적, 조선 국적, 일본 국적을 가진 아이들이 함께 공부하며 '민족적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우리학교. 바로 정대세 선수도 그 학교를 다녔던 것이다.

저 아이들이 '제2의 정대세'다

'나는 가요'를 보면 어린 아이들이 왜 서로가 국적이 다른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 장면이 나온다... 분단 현실을 깨닫는 순간이다. 그 아이들은 '통일이 언제 될 거 같아요?'라고 물으면 '3분 안에'라고 대답할 정도로 남북이 하나될 날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쩌면 같은 학교에서 다함께 공부하는 그 아이들이 이미 통일을 이뤘는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부터 우리학교를 다녔던 정대세 선수도 그런 시기를 분명 보냈을테고, 중고급학교에 다닐 때는 영화 '우리학교'의 홋카이도 조선학교 아이들처럼 일본 아이들을 이길려고 기를 쓰고 공을 찼을 게다.

비록 몸은 일본 프로리그 소속이지만, '공화국(북한)' 유니폼을 입고 한국 대표팀과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정대세 선수에게 그런 사연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니, 정대세 선수가 더욱 마음에 들고 보다 좋은 활약을 펼쳐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게 되었다.

정대세 선수 화이팅!!
안영학 선수(정대세 선수와 거의 비슷한 경우일 것이다)도 화이팅!!
북한 대표팀 모두 화이팅!!
그리고 한국 대표팀도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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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사이트 주소와 블로그 주소를 링크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 번 찾아보세요~

-영화 '우리학교' 블로그 :
http://blog.naver.com/ourschool06
- http://www.mediawho.net/entry/etc2sbsourschool001
- http://www.mediawho.net/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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