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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먹은 추적60분 조현오 망언 특종, KBS 현실 보여줘

뉴스후비기

by hangil 2010. 8. 1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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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한 건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됐기 때문", "(천안함 사망장병)유족들 그 울부짖는 거 한번 보세요...그렇게 동물처럼 울고 불고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 등 상상하기조차 힘든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의 적나라한 망언이 담겨있는 동영상을 KBS '추적60분'팀이 지난 6월에 이미 입수하고도 특종보도를 하지 못하고 물먹었다.

'추적60분' 제작진은 이미 6월에 '조현오 망언' 동영상을 입수했고, 조현오 서울청장이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뒤 관련 아이템을 인사청문회 전인 8월 18일 단독으로 특종 보도하기 위해 준비했지만, 결과적으로 단독보도도 놓치고 특종보도도 하지 못하게 됐다. 어쩌면 18일 조현오 망언 동영상 관련 보도를 할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하다.

'추적60분' 제작진이 확보한 '조현오 망언' 동영상 중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견' 운운한 대목은 KBS 9시뉴스인 '뉴스9'에 의해 8월 13일 물먹었고, 천안함 유족들을 비하한 대목은 다음날인 8월 14일 역시 '뉴스9'에 의해 물먹었다.

8월 14일 KBS '뉴스9'의 조현오 발언 관련 보도. '추적60분' 특종을 물먹였지만 전날 보도에서 조현오의 천안함 유족 비하발언을 누락시켰다가 하루 뒤 보도했다.

같은 날 MBC '뉴스데스크'. KBS 단독보도를 받은 보도지만 '조현오 발언'의 문제에 집중했다.


'추적 60분'을 물먹인 '뉴스9'는 그렇다면 특종을 했을까?
그것도 아니다. 8월 1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운운한 부분을 '뉴스9'에서 단독보도하긴 했지만, '뉴스9'와 KBS는 오히려 칭찬을 받기는커녕 비판을 받았다. 천안함 유족을 비하한 조현오 내정자의 발언을 누락시켰기때문이다. 하루 뒤 천안함 유족을 비하하는 조 내정자의 발언을 역시 단독보도했지만 이 역시 특종으로 평가받기는커녕 오히려 '왜 KBS는 조 내정자의 문제발언을 감추려했나'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KBS의 간판 시사고발프로그램이 단독입수한 동영상으로 특종보도를 하게 됐는데도 KBS가 스스로 이를 물먹였을뿐 아니라, 그 자료를 토대로 단독보도를 하고도 칭찬은커녕 욕만 바가지로 먹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바로 공영방송 KBS의 참담한 현실이다.

KBS가 이처럼 참담한 현실에 놓이게 된 것은 첫째 사람의 문제요, 둘째 문제 있는 사람들이 권력을 휘두르게 만든 시스템의 문제다.

사람의 문제라 하면 뭐니뭐니해도 MB정권 탄생에 공을 세운 대선특보 출신인 김인규 사장을 맨 먼저 꼽을 수밖에 없다. 정권에 불리한 내용은 잘라내거나 순화시키는 반면 정권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라면 찬양가마저도 불러제낄 사람이 사장 이하 이른바 '간부'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추적60분'을 물먹인 이화섭 KBS 시사제작국장이다.

KBS 시사제작국장은 '시사기획 KBS 10', '취재파일 4321', '미디어비평' 그리고 '추적 60분' 등 KBS의 시사프로그램을 총괄책임지고 있다.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프로그램이 특종을 하게 됐는데 이화섭 국장은 오히려 특종을 방해하고 물먹이기까지 했다. 정상적인 언론사 구조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KBS '추적60분' 제작진이 낸 성명서에 의하면 이화섭 국장은 '추적60분'이 준비하던 '조현오 망언' 관련 동영상과 관련해 '이 내용은 추적 60분에서 보도할 내용이 아니다'며 보도국으로 아이템을 넘겼고 결국 '뉴스9'에서 보도됐다고 한다.

신문에 비유한다면 어느 신문사의 기자가 특종을 하게 됐는데, 이 신문사를 책임지는 사람이 '이 특종은 우리 신문에서 보도할 내용이 아니다'라며 다른 신문사로 아이템을 넘겨버린 것과 마찬가지다. 상식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이화섭 국장은 왜 이 아이템을 보도국으로 넘겼을까?

KBS가 내놓은 보도자료를 보면 "조현오 내정자의 '발언의 적절성'만으로 방송을 하는 것은 <추적60분>의 통상적 취재나 제작방식에 비춰 대단히 이례적이니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있었나 없었나'로 심층취재를 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대신 "신속성을 살리기 위해 보도국 사회부에 검토를 의뢰하기로 했고, 당시 조 내정자의 영상파일을 입수해 리포트를 준비하던 사회부가 리포트를 하는 것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한다.

이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다.
이화섭 국장은 이미 지난 5월 KBS 보도제작국장으로 있으면서 '시사기획 KBS 10'에서 교수 출신 고위공직자들의 논문 이중게재 등 연구윤리 위반 사례를 취재했을 때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부분을 빼라'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적이 있다. MB정권의 핵심 실세에게 불리한 내용을 KBS의 보도제작국장이 삭제를 지시한 것이다. 이화섭 국장은 박재완 수석의 논문이 너무 오래됐다는 이유를 내세웠다고 한다. 알고보니 이화섭 국장과 박재완 수석은 '친구' 사이였다고 한다.

출처:언론노조 KBS본부(KBS새노조)의 특보


이 이화섭 국장이 시사제작국장이 되어 이제는 '추적60분'을 물먹이게 됐는데, 여기서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세한 내용은 위 관련글을 참고하길 바란다. 간단하게 지적하자면 김인규 사장은 지난 6월 KBS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이른바 '기자/PD 협업'을 도입했고, 그 일환으로 PD들이 제작하는 '추적60분'을 기자들의 조직인 보도본부로 이관시켰다. 그리고 '추적60분'을 책임지는 시사제작국장 자리에 기자인 이화섭을 앉혔다. 게이트키핑 강화를 내세웠지만 실상은 KBS 공채1기 기자 출신인 김인규 사장이 자신의 말을 잘 듣는 기자 간부를 내세워 PD들이 보여왔던 사회비판의식을 프로그램에서 거세하려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지금의 KBS는 공정성과는 거리가 먼 문제의 인물들이 사장 이하 간부 자리에 앉아 권력을 휘두르는 것에 더해 그 문제의 인물들이 더 큰 권력을 휘두르도록 시스템으로 고착화시키고 있는 현실에 봉착해있는 것이다.

하나 더 첨언하자면, 사람의 문제가 크냐, 시스템의 문제가 크냐를 따진다면 나는 단연 사람의 문제를 꼽을 수밖에 없다. 이번 '조현오 망언 동영상'을 최초 입수한 '추적60분' 제작진은 PD가 아니라 기자라고 한다. '추적60분' 제작진을 아예 '기자/PD 협업' 체제로 구성하면서 PD들이 만들던 '추적60분' 제작진에 기자들도 지원해 참여할 수 있게 됐는데 그 중 한 명이다.

즉 기자와 PD가 협업하는 그 자체는 잘만 운영하면 얼마든지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고,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악용하려는 사람에 의해 특종이 물먹게 된 것이다.

추적60분의 보도본부 이관에 반대해 1인시위를 벌이는 추적60분 막내PD


어쨌거나 '추적60분'이 '조현오 망언 동영상' 특종을 물먹게 된 이번 사례는 MB특보 출신 사장 아래서 공정성이 훼손당하고 게이트키핑이니 '기자/PD협업'이니의 명분이 이중삼중의 통제구조로 악용되어 비판정신을 거세당하고 있는 KBS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 가장 적나라한 경우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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