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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가 찾은 1번어뢰 조개, 진실은 언론이 밝혀라

뉴스후비기

by hangil 2010. 11. 5.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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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앞으로 꽤나 극적으로 천안함 논란이 새롭게 전개될지 모르겠다.
어쩌면 조개 한 마리로 인해 그동안 천안함 침몰을 둘러싸고 전개된 논란이 일거에 정리될지도 모르겠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자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일단 간단하게 정리해보자.

11월 2일
블로거 가을밤이 자신의 블로그에 '[1번 어뢰] 스크류 구멍 속애 조개, 조개 위에 흡착물'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천안함을 침몰시켰다는 북한의 이른바 '1번 어뢰' 스크류 구멍 안을 자세히 살펴보니 조개가 있다는 거고, 이 조개껍데기 위에 하얀 흡착물이 붙어 있다는 것이다.

가을밤이 워낙 고해상도의 사진을 올려놔 누구든 한눈에 봐도 이른바 '1번 어뢰' 스크류 구멍 속의 조개를 확인할 수 있다. 그 조개는 가리비였던 것으로 판단되고, 껍데기 위 흡착물은 알루미늄이 부식해 조개 껍질 위에 쌓인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11월 3일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참여해 구성된 <언론3단체 천안함 조사결과 언론보도 검증위원회>는 '어뢰 속 정체불명 조개 발견'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조개가 발견된 곳은 어뢰추진체 맨 뒤에 있는 두 번째 프로펠러 내부이며, 조개 끝부분에 백색 물질이 꽃이 피듯 생성되어 있는 점으로 볼 때 조개의 존재는 어뢰추진체가 천안함 공격과 무관함을 강력히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언론검증위는 "조개가 언제 어뢰 추진체 속으로 들어갔는지 알수 없으나 어뢰의 수중 폭발 과정에서는 들어갈 여지가 없다고 판단된다. 또한 조개 끝부분에서 발견된 물질은 조개가 물질 생성 전부터 어뢰추진체 속에 있었음을 확인해 준다"며 "어뢰추진체가 해저에 가라앉은 뒤에 우연히 조개가 들어갔을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이는 어뢰폭발로 흡착물질이 이미 생성된 뒤에 조개가 들어갔다는 뜻이므로 조개 끝부분의 백색 물질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어뢰추진체 속에서 조개가 발견된 점, 조개 끝부분에 백색 침전물이 발견된 점은 어뢰추진체가 천안함 공격 어뢰가 아니라는 점을 강력히 시사하는 근거라고 판단"된다는 것이다.

언론검증위는 "조개의 종류와 크기 등에 대한 정밀 조사 결과 여하에 따라 결정적 증거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11월 4일
국방부가 ''어뢰추진체에 붙은 조개' 보도 관련 국방부 입장'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국방부는 "어뢰 스크류 구멍에 들어가 있는 이물질은 생물 조가비가 아니라 부서진 조개껍데기(2.5cm×2.5cm)로 확인되었다"며 "부서진 조개껍데기의 들어가 있는 상태가 느슨한 것으로 보아, 어뢰가 폭발 후 해저면에 있던 조개껍데기 조각이 조류 등의 영향으로 스크류 구멍 속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국방부 입장


조개껍데기의 흡착물과 관련해서는 "폭발 후 조개껍데기와 흡착물이 동시에 구멍 속으로 들어가면서 붙을 수도 있고, 조개껍데기가 구멍에 들어간 이후 스크류 주변에 묻어있는 다량의 흡착물이 조류 등의 영향으로 옮겨 붙을 수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날 한차례 더 자료를 내고, 발견된 조개껍데기는 "비단가리비 패각 중 일부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고, "흡착된 물질에 대한 성분도 동시에 분석 중에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진다. 

가을밤이 촬영한 사진이 몇몇 인터넷매체를 통해 알려지고 언론검증위에서 이를 근거로 다시 한 번 "어뢰추진체에 대한 국회 등 제3자의 정밀 조사를 보장하라"고 요구하자마자, 국방부가 이른바 '1번 어뢰'에서 이 조개를 빼내고, 심지어 조개껍질의 흡착물까지 떼어내 버렸다는 것이다.

이른바 국방부의 '1번 어뢰 속 조개 전출작전'은 언론보도 등이 나온 직후인 3일 오전 전격적으로 실시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사실을 규명하기 위해 증거보존 활동을 병행한 가운데 실시한 국방부의 조치에 대해 '증거인멸 행위'를 운운하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아전인수식 주장이라고 밖에 달리 납득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리고...
신상철 전 민군 합동조사단 민간위원이 '어뢰스크류의 구멍 크기가 지름 1.8∼2.0cm인데 어떻게 2.5cm의 조개껍데기가 구멍 속에 들어갈 수 있었는지 국방부는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어떤 가리비양식업자는 '사진을 보면 새끼조개가 구멍 속에 들어가 붙은 흔적이 있다'고 주장하는 등 논란이 점점 달아오르고 있는데, 이번 조개 발견을 보며 가장 결정적으로 여겨지는 것은 국방부가 전격적으로 조개를 빼내고 조개에서 흡착물질을 떼낸 것이 아닐까 한다.

바로 그 점이 조개의 발견으로 천안함 침몰을 둘러싼 논란이 일거에 정리될 계기가 되지 않을까 여겨지는 것이다.

도대체 국방부는 왜 그랬을까?
왜 그렇게 급하게 조개를 빼내고, '증거'라 할 수 있는 것을 자신들 마음대로 훼손했을까?
도대체 왜 그리 급했을까?

처음 언론보도를 통해 가을밤의 사진을 보고 조개껍질이 수상하게 보인 건 사실이지만, 그걸로 뭐가 밝혀질까 싶어 냉소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아무리 반박하고 아무리 증거라는 것을 들이대도 국방부가 무시하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아무리 요란을 떨어도 국방부가 무시하면 금방 조용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국방부의 대응이 쏜살같았다.
조개를 전격적으로 빼내고 흡착물질을 자신들 독단으로 떼내고, 전격적으로 조개를 분석하고, 전격적으로 흡착물질을 분석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전격적으로 반박입장을 연이어 내보냈다.

뭔가 캥기는 게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1번 어뢰 스크류에서 발견된 조개와 관련해 뭔가 밝혀내야 할 것이 있다는 거다.
자, 그렇다면 이제 언론들이 나서야 한다. 기계설계업에 종사하는 블로거(가을밤)가 계기를 마련해줬다. 네티즌들이 여론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국방부도 대응했다.

그렇다면 이제 언론들이 나서 '1번 어뢰 조개'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나서야 한다.
비록 언론검증위가 나서긴 했지만 이들이 기사를 쓰고 뉴스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아니다. 언론검증위 위원장은 YTN 해직자인 노종면이다. 언론인들이 언론보도를 통해 자신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문과 진실을 알리지 못해, 그럼에도 어떻게든 알리고자 만든 어찌보면 기형적인 조직이 바로 천안함 언론검증위인 셈이다.

크기 2.5cm×2.5cm의 가리비가 어떻게 '2cm 이하'라는 스크류 구멍에 들어갈 수 있었는지,
정말 스크류 구멍은 2cm 이하인지,
조개껍질에 붙은 흡착물질은 무엇인지,
도대체 어떻게 흡착물질이 조개껍질에 붙을 수 있었는지,
나아가 각각이 의문이 해결되었을 때 과연 '1번 어뢰'가 천안함을 침몰시킨 북한의 어뢰가 맞는지,

밝혀내야 하고, 그 역할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존재는 바로 언론이다.

물론 언론들에게 이런 요구를 하는 게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잘 알고 있다.

1번 어뢰 조개가 발견되고 국방부가 조개를 빼내고, 흡착물질을 떼내고, 반박 입장을 내놨음에도 이 사안에 관심을 가진 주요언론은 경향신문과 한겨레 밖에 없었다.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지레짐작하지만, 그럼에도 언론이기에, 언론이기에 당연히 해야 될 일이기에 요구할 수밖에 없다. 이 정도라면 다뤄야 한다. 적어도 국방부가 왜 그렇게 급하게 조개를 빼내고 '증거를 훼손했다'는 지적을 받을 게 뻔한데도 굳이 흡착물질을 떼냈는지에 대해서만큼은 다뤄야 한다.

한겨레, 경향신문은 좀 더 깊이, 자세히 물고 늘어져 달라.
<PD수첩>, <추적60분>, <그것이 알고 싶다> 모두 덤벼달라.

하나라도 속 시원히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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