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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갤럭시탭 기사보면, 종편 안될 이유 보인다

뉴스후비기

by hangil 2010. 11. 1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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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방송통신위원회가 결국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 도입과 관련한 일정을 발표했다.
나름 전문용어 축에 드는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이란 용어가 이른바 미디어법 파동을 거치면서 일반화된만큼 각각이 의미하는 것을 구구절절 따로 설명하지 않겠다. 따로 할 말이 많기 때문이다. 그냥 한마디로 '조중동방송'을 만들기 위한 세부 일정을 확정했다고 이해해도 아무런 무리가 없을 것이다.

방통위는 12일, 그러니깐 오늘 종편과 보도채널 승인 신청요령 설명회를 갖고, 11월 30일과 12월 1일 이틀간에 거쳐 승인 신청서를 접수받기로 했다. 이후 12월 8일까지 승인 신청서류에 대한 보정서류 제출 기간을 두고, 12월 중으로 승인 심사결과를 확정해 공표한다는 일정을 밝혔다. 법정 심사기한이 접수일로부터 60일 이내로 되어 있으니 1월말까지 해도 가능한데, 방통위는 12월 안에 한다고 '예정'했다.

방통위가 이 일정을 확정하는데, 방통위 안팎에서 무수한 비판과 우려가 있어왔다. 특히 지난해 미디어법 날치기 처리를 두고 헌재가 '처리 과정은 위법하지만 법은 유효하다'는 식의 애매모호하고 비겁한 결정을 내린 뒤 민주당 등 야당과 시민단체에서는 다시 한번 '부작위권한쟁의심판청구'('미디어법 부작위권한쟁의심판청구'에 대해서도 따로 알아보시기 바란다)를 헌재에 냈는데, 헌재가 결정을 미루고 있는 동안 방통위가,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최시중을 비롯한 여당 방통위원들이 일방적으로 '조중동방송'을 위한 종편 일정을 확정한 것이다.

방통위 전체 위원은 5명, 이 가운데 야당이 추천한 양문석, 이경자 두 명의 상임위원이 여당 위원들의 일방적인 강행 추진에 항의해 퇴장한 뒤 나머지 3명이 이를 확정해 발표한 것이다.

방송 진출을 학수고대하고 있던 조중동에게는 선물이나 다름없는 방통위의 결정 뒤 다소 재밌는 현상이 있다. 방통위는 일정과 함께 심사 기준도 공개했는데, 이를 두고 조중동의 반응이 약간씩 엇갈리는 것이다.

방통위가 재정적 능력 평가 항목으로 '총자산 증가율'을 채택한 데 대해 "총자산 증가율로 신청법인의 재무 능력을 평가할 경우 부채가 많을수록 좋은 점수를 받는 모순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을 실으며 불만을 나타냈다.

조선일보 기사에 대한 민언련의 모니터링 자료다.

사설에서 사업자 선정 기준 가운데 "기업의 재무능력을 평가하는 지표 가운데 '성장성' 측정 방식은 형평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며 "평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항목이므로 종편 진출을 희망하는 사업자와 회계 전문가 사이에서 공감을 받을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사설에 대한 민언련의 모니터링 자료다.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아직 본론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종편채널사업자로 자신들이 선정될 거라고 자신만만해하는 중앙일보. 하지만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도 마찬가지이지만 중앙일보도 종편사업자의 자격이 없다고 본다. 특히 대재벌 삼성과 특수관계에 있는 중앙일보가 방송에까지 진출하게 된다면 지금도 이미 '삼성공화국'이나 다름없는 우리나라는 더욱 급속히 '삼성공화국'으로 '삼성왕국'으로 나아갈 것이다.

뭐 다 아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딱 하나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될지 미리 그 그림을 짐작할 수 있는 사례를 살펴보자.

알다시피 삼성은 최근 '갤럭시탭'을 출시했다. 삼성의 갤럭시탭 출시를 두고 언론들이 보이는 보도태도는 '그야말로 가관'(남하당 박영진 톤으로 읽어주길 바란다)이 아닐 수 없지만, 역시 다들 알듯이 중앙일보를 따를 매체는 없다. 최근 순으로 한번 살펴보자.

11월 12일 중앙일보 기사


오늘 중앙일보 기사를 하나 보자. G20 관련 기사다. 그런데 그 기사 안에 갤럭시탭을 잔뜩 띄워주는 내용이 보란 듯 자리 잡고 있다. 내용만이냐, 사진도 있다. '비즈니스 서밋 이모저모'를 다룬 이 기사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문단을 그대로 옮겨본다.

삼성전자가 CEO들에게 '깜짝' 선물한 갤럭시탭이 인기를 끌었다. CEO들은 회의 도중에도 너나 할 것 없이 갤럭시탭을 켜보며 기능을 살펴봤다. 이 때문에 금융분과의 세번째 세션에서는 일부 CEO들이 호주 줄리아 길러드 총리 입장 도중 갤럭시탭을 시연하다 큰 웃음 소리가 터져나왔다. 터키 도구스 그룹의 페릿 사헨크 회장은 "지금 쓰고 있는 아이패드보다 훨씬 더 들고 다니기 좋다"고 칭찬했다.

다시 거론하진 않겠다. 이런 내용이 회의장에서 갤럭시탭을 사용하고 있는 어떤 CEO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함께 게재된 것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처남이 회장으로 있는 중앙일보에.

이에 앞서 11월 1일 중앙일보 1면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과 함께 갤럭시탭 사진이 실리기도 했다.

11월 1일 중앙일보 1면 머리기사 중 일부


G20 회의에 참석하는 각국 정상과 수행원들은 국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자국 방송을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가 모바일 인터넷TV(IPTV)를 볼 수 있는 태블릿PC '갤럭시 탭'을 제공하고, KT가 차세대 이동통신망인 와이브로(휴대인터넷)를 통해 관련 서비스를 지원한다. 갤럭시 탭은 대여 형태로,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된다.

이 기사가 예고편이었다면 오늘 기사는 본편 정도가 되겠다.

한편 11일 중앙일보에는 역시 G20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하러 온 캐나다 '림(RIM)'의 최고경영자 짐 발실리의 인터뷰가 실렸는데, 가장 강조된 그의 말은 "잡스 애플 CEO가 화면 대각선 길이가 7인치(17.8cm)짜리인 태블릿PC는 경쟁력이 없다고 했는데, 시장 예측을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네요"였다. 발실리의 손에는 림이 지난 9월 말 공개한 '플레이북'이 들려있었는데, 기사의 소개대로 "화면 크기가 삼성전자 '갤럭시탭'과 같은 7인치"다.

'7인치'는 갤럭시탭과 관련한 핵심 '태그' 중에 하나인데, 중앙일보에서 7인치를 강조한 기사도 심심찮게 찾을 수 있음도 당연하다.

10월 6일 중앙일보 기사 중 일부. "7인치선 아이패드 추월 가능"이라는 중간제목이 눈에 띤다.


10월 6일 중앙일보 경제섹션에 <"미디어용 태블릿 7인치가 최적">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됐다. IT분야 리서치 및 자문회사인 가트너의 수석 애널리스트 크리스찬 하이다슨이라는 사람이 '미디어 태블릿-PC를 대체하나, 보완하나'라는 주제의 시장 전망 발표에서 "뉴 미디어 기능에 가장 적합한 태블릿PC 화면 크기는 현재로선 7인치(대각선 길이 17.8㎝)라고 봅니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그가 "'태블릿PC의 핵심은 화면 크기'라고 강조했다"라며 "9인치가 넘는 기기는 기업의 업무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입력기능까지 충실해야 그 진가를 제대로 발휘하지만, 신문·영상 등을 보는 기능만 놓고 보면 7인치가 가장 적당하다는 설명이다"라고 소개했다.

물론 중앙일보는 "'애플의 9.7인치 아이패드는 이동 교통수단 안에서 꺼내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편하진 않다. 7인치 태블릿PC는 e북(전자책)을 대체할 만하고 아이패드보다 더 뛰어난 제품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라고까지 세세하게 소개하며 "현재 아이패드의 히트 이후 나오는 태블릿PC는 대부분 7인치 화면이다. 삼성전자가 다음 주 국내에 출시하는 '갤럭시 탭'을 비롯해 캐나다의 림(RIM)이 지난달 말 공개한 '플레이 북', 미국 델이 준비하는 제품도 같은 크기"라며 당연히 '7인치'와 '갤럭시탭'을 묶었다. 중앙일보이기때문에 나올 수 있는 기사로 중앙일보 외 중앙일간지에서는 크리스찬 하이다슨의 발표 내용을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중앙일보가 마음놓고 '갤럭시탭'을 노골적으로 띄운 기사도 많다. 특히 갤럭시탭이 공개되고, 출시된 때 그랬다.

9월 4일 중앙일보 기사


지난 9월 삼성전자가 독일에서 열린 '국제기전전시회'에서 갤럭시탭을 공개한 뒤 중앙일보에는 <양복 안주머니에 쏙...갤럭시S '앱' 그대로 활용>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됐다. 기자가 직접 양복 안주머니에 갤럭시탭을 넣은 모습까지 사진으로 실은 이 기사에는 "갤럭시탭은 남성 양복 안주머니에 쏙 들어갈 만큼 작았다"며 "무게는 아이패드의 절반에 가까운 360g으로, 양복 호주머니에 넣은 쪽이 축 처지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았다. 아이패드는 웬만한 가방에 넣고 다녀야 하는 점과 대조됐다"고 아이패드와 적극적으로 비교했고, "갤럭시탭 전면의 위에 달린 카메라를 활용해 한국에 있는 가족과 영상통화를 해봤다. 영상통화가 지원되는 태블릿PC는 극히 드물다", "720p를 사용하는 아이패드에 비해 1080p 수준인 풀HD(초고화질)급 화질로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즐기는 데 제격이었다"는 등 찬사일변의 내용이 수두룩했다.

"대신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는 아이패드에 비해 다소 궁색해 보였다. 아이패드에서 볼 수 있는 멋진 책꽂이는 갤럭시탭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기사 두줄은 기자로서의 마지막 체면이라고나 해야 할까.

11월 5일 중앙일보 기사


지난 4일 갤럭시탭이 국내에서 처음 공개된 뒤에 중앙일보 기사는 이 기사를 거의 복제수준으로 내용을 반복하면서 역시 아이패드와의 비교우위를 강조하는데 역점을 두었다. "자동초점 기능이 있어 기기가 흔들려도 비교적 정확하게 사람의 모습을 기기 뒷면의 300만 화소 카메라로 담아냈다. 이런 기능은 아이패드는 없는 것들이다"라고 소개했고, "갤럭시탭으로는 이 밖에도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를 시청할 수 있고, 동영상을 별도의 변환작업 없이 바로 볼 수도 있다. 아이패드는 동영상을 보려면 아이튠스에서 변환을 해야 한다"고 했다.

대표적인 것들만 모아봤다.

자, 이런 중앙일보가 방송에 진출하면 어떻게 될까?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그림이니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물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라고 해서 크게 다를 바는 없다. 시청자로서 지금 방통위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종편 도입을 그냥 지켜봐도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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