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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탭10.1은 양복주머니에 안들어가는데 어쩌나

SNS/IT 후비기

by hangil 2011. 2. 14.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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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갤럭시탭2, 아니 '갤럭시탭 10.1'이 공개됐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MWC(Mobile World Congress) 2011'에서 공개된 '갤럭시탭 10.1'에서 '10.1'은 바로 화면크기 10.1인치를 가르키는 이름이다. 그만큼 크기를 내세운다는 의미가 될 터인데, 공개된 갤럭시탭 10.1의 크기와 그 이름을 접하며 약간의 혼란과 생뚱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일단 기기 자체에 대해서는 전혀 딴지를 걸거나 흠집을 낼 의도가 전혀 없다. 구글의 태블릿PC 전용 OS 허니콤 기반에 1GHz의 듀얼 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갤탭10.1은 1280X800 해상도의 WXGA TFT LCD와 듀얼 서라운드 사운드의 스피커가 장착됐다고 한다. 또 제품 후면에는 8백만 화소의 카메라가 장착됐고, 전면부에는 200만 화소의 카메라가 장착됐다. 

갤럭시탭10.1. 이미지출처-삼성전자블로그



또 저전력 파워 DDR2 메모리와 6860mAh 배터리로 에너지 효율성도 '뛰어나다'고 한다. 무게는 599g, 두께는 10.9mm이다. 680g에 13.4mm인 아이패드보다 크면서도 가볍고 얇다. 

하드웨어적으로나 디자인으로나 충분히 한 번 만져보고 사용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물건이다. 

갤럭시탭10.1. 이미지출처-삼성전자블로그



그런데, 나는 생뚱함을 느꼈다. 아리송하기도 했다. 특히 앞으로 갤탭10.1은 무엇이 상징하게 될까 궁금해졌다. 다른 무엇도 아닌 갤탭10.1의 이름이 가르키는 10.1인치라는 크기 때문이다. 

먼저 아래 글을 보기 바란다. 


보면 알겠지만, 지난해 갤럭시탭이 처음 나왔을 때 삼성에서도 강조하고, 언론들 역시 유난히도 강조했던 것이 바로 갤탭의 크기였다. 아이패드보다 작은 7인치의 갤탭, 양복 안주머니에 쏙 들어갈 정도로 휴대성이 좋은 갤탭.. 뭐 이런 식으로.

특히 소개한 글을 보면 알겠지만 지난해 10 월 6일 중앙일보를 보면 기사 제목 자체를 <"미디어용 태블릿 7인치가 최적">이라고 뽑고, "뉴 미디어 기능에 가장 적합한 태블릿PC 화면 크기는 현재로선 7인치(대각선 길이 17.8㎝)라고 봅니다"라는 어떤 사람의 말을 소개하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태블릿PC의 핵심은 화면 크기'라고 강조했다", "9인치가 넘는 기기는 기업의 업무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입력기능까지 충실해야 그 진가를 제대로 발휘하지만, 신문·영상 등을 보는 기능만 놓고 보면 7인치가 가장 적당하다는 설명이다", "'애플의 9.7인치 아이패드는 이동 교통수단 안에서 꺼내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편하진 않다. 7인치 태블릿PC는 e북(전자책)을 대체할 만하고 아이패드보다 더 뛰어난 제품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등등 7인치를 강조하는 온갖 미사여구는 모조리 인용했다. 여기서 7인치는 갤탭의 7인치를 띄우기 위함임은 새삼 부연하지 않겠다. 

2010년 9월 4일 중앙일보 기사


삼성과 특수관계에 있는 중앙일보가 가장 심했을 뿐 다른 대부분의 신문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7인치와 휴대성, '양복주머니에 쏙'은 갤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레토릭였다.

그런데 별안간 10.1인치 갤탭2가 나온 것이다. 마치 7인치가 태블릿PC의 '종결자'인양 강조하고, 홍보하고, 언론에서 그런 기사가 쏟아지더니 10.1인치가 나온 것이다. 9.7인치 아이패드를 이기려면  7인치 작은 크기의 휴대성으로  승부해야 한다더니 오히려 아이패드보다 더 큰 10.1인치가 나온 것이다. 뜻밖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더 커진 갤탭을 내놓은 삼성은 "앞으로도 다양한 크기와 훨씬 업그레이드된 기능의 새 태블릿PC들을 내놓을 것"이라 한다. 양복주머니에서 꺼내며 7인치가 대세인듯 홍보하다, 이제 '다양한 크기'를 내놓을 것이라 하니 어색한 면이 없지 않지만 삼성으로서야 그럴 수 있다. 그때는 그때고 고민해서 갤탭10.1을 만들어 내놓은 이상 큰 크기를 강조할 수밖에 없고, 나아가 '다양한 크기'를 이야기하는 것은 삼성으로서는 당연하다. 

그런데... 삼성 사보를 방불케하는 언론들은은 이제 어떻게 갤탭10.1을 띄울까? 또 삼성의 홍보자료를 받아쓰기할까? 삼성이 그러는 건 그런대로 지켜볼 수 있어도 '언론'이 그러는 걸 보게 된다면 민망함에 손발이 오그라들고 닭살이 돋을 거 같다. 

벌써 이런 기사가 나왔다!

<삼성은 '큰 것'으로 차별화>!! 

2월 14일 동아일보

2월 14일 중앙일보


삼성이 갤스2도 크기를 크게 만드는 등 비록 갤탭10.1만 언급하는 제목은 아니지만, 의미심장하다. 

갤탭 출시 이후에는 "보시다시피 바로 이 크기가 열쇠입니다. (양복에 갤탭을 넣으며) 이처럼 제 양복 안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7인치 크기여서 성인 남성이면 누구나 한 손에 움켜쥘 수 있습니다"라며 그 동영상뉴스(http://news.donga.com/3/all/20101110/32493975/1)까지 보여주던 동아일보가 말이다. 

동아닷컴 제작 뉴스동영상(뉴스스테이션)의 한장면


삼성의 광고에 장악된 신문들이 앞으로 아이패드보다 더 커진 갤탭10.1을 어떻게 띄울지, 개인적으로 대단히 흥미로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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