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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페이스북 무방비로 내버려둘거냐?"

SNS/IT 후비기

by hangil 2011. 3. 2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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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금요일 한겨레에 연재되는 '한홍구-서해성의 직설'은 즐겨 읽는 코너다. 대단히 재밌는, 때론 대단히 의미있는 대화들이 오고가는데 한겨레에 연재되어서인지, 지면의 뒷부분에 배치되어서인지 그다지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때론 안타깝기도 한 코너다.

지난주에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와의 인터뷰가 게재된 '직설'은 그냥 읽고 넘어가기엔 아까워서, 그리고 특히 페이스북과 관련한 안 교수의 고민을 여러 사람과 공유해보고자 소개해본다.

안 교수는 서해성 작가가 "소셜네트워크에 대한 평가가 다양하다""트위터에서 어젠다 세팅의 일방성도 그렇지만, 상품화와 맞물려 있어서 우려되는 면이 크다"고 하자 이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인류 역사상 불가능했던 타깃 마케팅이 열추적 미사일처럼(웃음) 정확하게 원하는 사람에게 광고를 밀어넣을 수 있게 됐죠. 페이스북이 더 무섭죠. 물어보지도 않은 개인정보를 다 쏟아내니까. 정확하게 한 사람에게 가는 타깃 마케팅이 가능해졌어요. 굉장히 위험하죠."

3월 25일 한겨레 '직설'


페이스북에 사람들이 스스로 공개하는 자신의 정보에 대해서는 지난번 나도 글을 쓴 적이 있고, 특히 '인터넷 실명제'와 관련지어 관심이 큰 부분이긴 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사용자의 '취사선택'의 문제로 봤고, '이렇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인터넷 실명제가 필요하냐?'는 시각으로만 접근했다.

*관련글
 - 방통위는 왜 페이스북에 시정을 요구했나? 
 - 페이스북에 승리(?)한 방통위의 자가당착

그런데 안 교수는 그것을 두고 "페이스북이 더 무섭다"고 했고, "굉장히 위험하다"고 했다. 안 교수의 말을 계속 들어보자.

"기업은 이익을 내는 쪽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데 아직 페이스북이 자기가 가진 포텐샬을 일부밖에 못 쓰고 있지만 세계 인구 10분의 1(6억)이 가입돼 있거든요. 이렇게 무방비 상태로 계속 한 사기업의 양심에 맡기고 내버려둘 거냐,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숙제 중 하나죠."

갑자기 섬뜩해졌다. 6억 인구의 속속이 훤히 드러나는 정보를 "사기업의 양심에 맡기고 내버려둘 거냐"라는 지적에서.

과연 우리는 마크 주크버거에게 우리의 정보를 맡기고 내버려둬도 괜찮을 걸까? 아니 애초에 자신의 정보를 공개하고 가까운 사람들과 페이스북을 통해 사적이고도 중대한 얘기들을 주고받을 때 '그것이 잘못 쓰이면 어떻게 될까'를 고민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아예 '페이스북은 괜찮을 것이다'며 다른 의심은 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


안 교수는 "사명감 없는 이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운영하면 바이러스보다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리고 그에 의하면 "그 대책에 관한 논의가 외국에선 되고 있다"고 한다.

안 교수의 이 같은 우려에 서해성 작가는 "페이스북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시장국가가 출현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려워요. 그물국가, 초상업적인 그물국가, 자본과 네트워크를 쥔 세력이 이를 먹어치우게 되는 거죠. 이에 대응하는 국제협약 같은 게 필요한 시점이죠"라고 공감을 나타냈다.

나 역시 안 교수의 지적을 통해 그 필요성을 새롭게 깨닫게 됐다.

만약 페이스북이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누군가가 페이스북의 그 정보들을 악용하려 한다면? 가정이지만 준비가 필요한 대목인 것 같다.

서해성 작가는 안 교수 인터뷰에 대한 소감(직설잔설)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사적 관계와 취향, 내면까지 노출된 개인들을 하나로 묶은 '그물국가'는 이미 출현했다. 소셜커머스는 중간과정 없이 자본이 개인을 직접 수탈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격적 시장이다. 자본의 끈끈한 거미줄을 찢고 이에 맞서는 '인터내셔널'(시민연대)한 그물을 짜야 할 때다.


오늘도 수차례 페이스북에 글을 남기고 친구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는 이 현실에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솔직히 모르겠다. 혼자서는 알 수 없는 것, 필요한 일이라고 많은 사람이 인식한다면, 그리고 안 교수처럼 문제를 제기하는 분이 있으니 아마도 지혜를 모을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싶다.

(페이스북에 관한 얘기 외에도 '해커', '바이러스', 'IT벤쳐', '삼성'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경청할만한 이야기가 오고갔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읽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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