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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착한 서바이벌도 가능하다

쇼오락후비기

by hangil 2011. 4. 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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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나는 가수다'를 두고 한바탕 거센 열풍(광풍에 가까운)이 지나갔다. 열풍을 보며 무수한 생각들이 머리에 떠올랐지만 그 언저리에서 한차례 글을 쓰는 것 외에는 별다르게 할 게 없었다.
(관련글 : 서바이벌에 중독된 시청자, 발목잡힌 '나는 가수다')

수많은 사람들이 말과 글을 쏟아냈고, 또 그에 대한 더 많은 말과 글이 오고갔다. 나올만한 이야기는 거의 다 나왔고, 김건모의 재도전 이후에는 나름 제기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자성)도 나왔기에(김건모 재도전 이전에는 아무리 뭐라해도 전혀 쓸모없는 이야기로 치부될 것이 분명했던) 그 과정을 복잡한 생각과 함께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단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나가수'의 김건모 재도전보다 이를 두고 벌어진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우리 사회의 논란이 더 짚어보고 토론해봐야 할 가치가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예능 프로그램 하나를 두고 이렇게나 시끄러웠는지, 앞으로 한국의 대중문화, 인터넷문화를 논하는 데 있어 중요한 시사점을 남기게 될 것이다.

'나는 가수다'로 네이버뉴스를 검색해보니 무려 45,711건의 기사가 검색됐다!!


이 부분에 대해 개인적으로 방점을 찍은 대목이 있긴 하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생각을 더 정리해 공유해보려고 하는데, 바로 '예능에 종속된 한국' 혹은 '엔터테인먼트('연예'라고 하면 뭔가 확 오진 않는다)에 종속된 한국' 정도가 되겠다. 타이틀만으로도 감을 잡으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어쨌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을 더 정리해보련다.

나가수, 지금은 '나쁜 서바이벌'...'착한 서바이벌'은 불가능한가

각설하고, 어쨌든 김건모 재도전 이후 '나는 가수다'에 대한 논란은 한 고비를 넘겼고, 시청자들은 'I'll be back' 약속을 남긴 '나는 가수다'를 기다리는 상황이 되었다. 이참에 그동안 '나는 가수다'를 보며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간 무수한 생각들 중에 '이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제안하고 싶다.

'나는 가수다'에 대한 논란의 근본에는 '서바이벌'이 있다. 경직된 원칙과 룰을 들이대며 '서바이벌'을 강조한 사람들도 있었고, '이미 실력이 검증된 가수들을 두고 무슨 서바이벌이냐'며 기획 자체에 비판을 제기한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김건모 재도전과 정엽의 탈락을 거치면서 어쨌거나 '서바이벌'이라는 형식 자체가 '나는 가수다'에 있어 긴장감과 몰입을 불러일으키고, 가수들에게는 혼신의 노력을 다하게 하는 동기를 제공하는 핵심 요소임은 분명한 것으로 판정난 것 같다. 즉 '나는 가수다' 열풍 내지 광풍을 '서바이벌'과 떼놓고 생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바꿔 말하면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의 첫번째 존재이유인 시청률을 높이는데 있어 '서바이벌'은 이미 4차례의 방송만으로도 '나는 가수다'의 절대 요소임이 확인됐다.


개인적으로는 '경쟁'이 시청자들로부터 사랑받는 핵심요소가 되고,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동기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이 썩 내키지는 않지만 지금으로선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평가단과 시청자의 등수 매기기와 실력이 검증됐다고 인정받는 가수들 속에서 이왕이면 높은 등수를 받고 싶고, 이왕이면 탈락하지 않기 위한 경쟁 외에 과연 어떤 요소가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가수들에게 노래 한 곡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답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의 서바이벌 방식이 반드시 최선은 아니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김건모의 재도전에서 이미 판명났고, 정엽의 탈락을 통해서도 아마 많은 사람들이 꺼림칙하게 여겼을 것이다.

7명 중에 한 명을 탈락시키고 그 자리에 또 다른 한 명을 투입해 다시 경쟁시켜 또 한 명을 탈락시키는, 지금까지 '나는 가수다'의 서바이벌 방식은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지나치게 살벌하며, 보는 사람들조차도 살벌한 경쟁으로 몰아넣는 나쁜 서바이벌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앞으로도 계속 '나는 가수다'에서 가수들의 훌륭한 열창을 볼 수 있고, 그러면서도 꺼림칙한 기분(누군가의 탈락 때문에)없이 감동을 즐길 수 있는 '경쟁'은 없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프로그램 하나를 두고 이런 고민을 하게 된 것은 '나는 가수다'의 감동을 계속 경험하고 싶은 '시청자의 욕심' 때문이다.

방식은 이렇다.

첫째, 꼴찌를 탈락시키는 네거티브한 방식이 아니라 일등에게 뭔가를 제공하는 포지티브한 방식의 경쟁으로 전환한다.

: 잔인하게 한명을 탈락시키고 나머지 살아남은 모두가 꺼림칙하고 미안한 것보다는 일등을 가려내서 축하하는 게 낫지 않을까?

일등은 모두가 축하하지만,

꼴찌 또한 모두가 마음이 아프고


둘째, 꼴찌를 탈락시키고 한명씩 교체하는 방식이 아니라 평가가 모두 끝나고 나면 출연 가수들을 모두 교체한다.

: 누군가 다수가 살아남는 것보다 다같이 한꺼번에 유종의 미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함께 격려하고 함께 축하하고...

셋째, 평가를 1회 공연의 노래 한 곡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3~4차례에 걸쳐 진행한다. 그리고 다양한 미션으로 3~4차례에 걸쳐 진행한 평가를 모두 종합해 일등을 가려낸다.

: 이번 첫 출연자들의 무대에서 확인됐듯이 가수 한 명을 평가할 때 잣대는 여러가지로 조건(선택한 노래, 컨디션, 스타일)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한번의 미션으로 누군가를 탈락시키기에는 평가의 범위가 너무 좁고,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기 힘들다. 다양한 미션 마다 점수를 매기고 그것을 모두 더해 그 가운데 최고득점자를 일등으로 뽑는 것은 어떨까?

다양한 미션으로 다양하게 평가하면 더욱 제대로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넷째, 매번 교체된 가수들(가령 '나는 가수다 1기', '...2기', '...3기'...) 중에서 가려진 1등을 모아 연말에 '왕중왕전' 같은 형식으로 '나는 가수다'를 진행해 그 안에서 최고의 가수를 가려낸다.

: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 되지 않을까? 그해의 '나는 가수다 중의 가수'가 된 가수에게는 '수퍼스타K', '위대한 탄생' 오디션 우승자 이상의 뭔가를 주고... 그리고 다음해에 '나는 가수다 시즌2'를 진행하는 것, 좋지 않을까?

신정수, 김유곤 PD를 포함한 '나는 가수다' 제작진들이 꼭 봐줬으면 좋겠다. 나름대로 이런 방식의 경쟁을 생각하고 꽤 괜찮다고 자평했다. 재밌을 것 같다.

이런 방식이 아니더라도 어쨌든 바라는 것은 노래 한 곡의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나에게 감동을 준 가수가 반드시 탈락하게 되고, 그로 인해 모두가 꺼림칙한 기분을 가지는 지금의 방식만은 피했으면 좋겠다.


덧) 어쩌면 전면적인 방식 변화를 하게 된다면 탈락한 김건모와 정엽이 새로 시작하는 셈으로 다시 무대를 설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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