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최악의 선거보도, 그나마 SBS가 K·M보다 낫다

뉴스후비기

by hangil 2011. 4. 27. 17:18

본문


이번 4.27 재보궐 선거가 가지는 의미는 결과에 따라 여러가지로 분석될 수 있을 것이다.

'좌파 심판론'을 내걸고 여전히 색깔론에 기댄 한나라당이 승리한다면 앞으로 이명박 정권의 독단과 독주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고, '정권 심판론'을 내걸고 야권단일후보를 내세운 야권이 승리한다면 야권연대와 야권단일화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다시 한 번 '필승의 묘약'이 될 것이다. 물론 이명박 정권의 급격한 레임덕과 여당 내 분란은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런데 선거 결과와 관계 없이 반드시 짚어야 할 대목이 있다.

바로 이번 재보궐 선거를 다룬 방송보도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는 논평을 내고 "방송3사 '불법·관권선거 물타기', 해도 너무한다"고 논평을 내기도 했는데, 정말 해도해도 너무했다.

저마다 이번 선거를 향후 정국을 가를 중대한 분수령으로 삼고 있지만 방송들을 하루 한 두건 정도에 불과한 형식적인 동정기사를 내는데 급급했고, 그나마의 한두건도 '서태지·이지아 이혼' 등에 묻히거나 방송들의 홀대로 뉴스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중후반부에 배치되었다.

한마디로 방송들이 재보궐선거에 유권자들의 무관심을 부추긴 것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보다 한나라당에 편향된 편파보도가 극심했다는 점이다. 방송3사 모두 이 같은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특히 공영방송이라는 KBS와 MBC의 선거보도가 SBS보다 훨씬 더 문제가 많았다.

4월 22일 KBS 9시뉴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강원도지사 선거에 나선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 측의 '불법 콜센터' 운영과 관련된 방송보도였다.

선관위와 경찰까지 나서 불법을 확인했고, 관련자들을 구속하거나 체포영장을 발부하기까지 했을 정도로 명백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방송들은 이처럼 엄청난 불법선거에 대해 관대하기 이를 데 없었고 그 문제를 전혀 지적하지 않았다.

특히 KBS와 MBC는 불법 사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졌음에도 사실로 다루지 않고 '의혹'으로 치부했다. '불법 콜센터 운영'이 그저 민주당의 '주장'이라는 것이다.

KBS는 한나라당의 '불법 콜센터 운영' 밝혀진 4월 22일부터 "강원지역에서 불법 선거운동  의혹이 제기되는 등 과열 혼탁 양상이 고개를  들고 있다"며 현장을 적발한 선관위와 경찰은 쏙 빼고 오로지 '민주당'만 거론해 "명백한 불법 선거운동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4월 22일 KBS 9시뉴스

4월 23일 KBS 9시뉴스


4월 23일에도 "민주당 최문순 후보 측은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측의 불법선거운동 의혹에 대해 공세를 계속했다"며 사실을 '의혹'으로 다뤘고, 24일에는 "불법 선거운동 논란"이라고 했으며 25일에도 "한나라당의 '불법 콜센터 운영' 의혹"이라고 보도했다. 선거를 하루 앞둔 26일에는 아예 '불법 콜센터'가 기사에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MBC도 22일 "불법 선거운동과 관권 개입 의혹 등 비방과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하는 등 사실을 의혹과 비방의 대상으로 치부할 뿐이었다.

4월 22일 MBC 뉴스데스크


두 공영방송이 이런 태도를 보이다보니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를 지지하는 불법 전화운동원이 무더기로 적발됐다"고 사실을 그대로 적시한 SBS 보도가 돋보일 지경이다.

SBS는 22일 "펜션 안에는 전화홍보원 수십 명이 있었고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는 전화 멘트가 적힌 문건이 발견됐다"며 핵심적인 불법 사실과 함께 "선거관리위원회는 전화홍보요원 33명을 조직해 일당 5만 원의 불법 선거운동을 시킨 조직책 김 모 씨를 경찰에 고발했다"며 선관위와 경찰의 동향도 있는 그대로 전했다. '불법 콜센터 운영'을 마치 민주당의 일방적인 주장에 의한 '의혹'으로 다룬 KBS와 MBC와는 확연히 비교되는 모습인 것이다.

4월 22일 SBS 8시 뉴스


하지만 SBS는 이후 한나라당이 최문순 후보 측의 이른바 '허위 문자메시지' 발송을 놓고 공세를 벌이자 '불법 콜센터'와 함께 묶어 '과열', '혼탁' 등으로 보도했다. 물론 KBS와 MBC는 SBS보다 훨씬 더 심했다. 바로 민언련의 지적대로 극심한 '물타기'식 보도태도를 보인 것이다.

KBS와 MBC의 이 같은 보도태도는 이미 정권에 장악된 두 방송사의 윗선에서 그야말로 작정하고 편파적인 모습을 보이기로 한 데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

MBC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에 따르면 '불법 콜센터 운영'과 관련한 MBC의 22일 첫 보도의 기자가 작성한 원래 리포트에는 "현장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운동에 서명한 도민들의 명단 등 1톤 트럭 분량의 증거물이 발견됐다"는 문장이 있었는데, 이 문장이 보도되면서 삭제됐다고 한다. MBC노조 이용마 홍보국장은 MBC의 보도태도에 대해 "이는 '엄기영 밀어주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KBS새노조 역시 공정방송추진단의 보고서를 통해 "근래에 보기 드문 초대형 부정선거 사건이지만 KBS가 이를 다루는 방식은 노골적인 '축소'와 '물타기'였다""불법선거 보도 똑바로 해라"고 요구했다.


현장에서 취재하는 기자들의 판단과는 별개로 이미 방송사 자체에서 한나라당에 불리한 내용은 축소하고 물타기하거나 아예 유권자들의 관심에서 떼어놓기로 작정한 셈이다.

하지만 정권에 장악된 두 공영방송의 정부여당에 대한 '충성경쟁'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그토록 재보궐선거를 홀대해 유권자들의 무관심을 부추기고 과열, 혼탁으로 몰아가 유권자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조장하려 했지만, 그들의 의도와는 달리 이미 재보궐선거의 투표율은 사상 최대에 육박할 정도다.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한국의 유권자들은 더 이상 올드 미디어인 방송과 신문에 휘둘리지 않고 선거에 대한 정보를 알아서 찾고, 그에 대한 현명한 판단을 스스로 내리고 있다. 인터넷이 가장 큰 기여를 했음은 물론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가 결정적인 촉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트위터를 통해 투표인증샷을 날리며 즐겁고 유쾌하게 유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 이 시대에 고리타분하게 눈에 훤히 보이는 편파보도나 일삼는 방송사가 설 자리는 없다.

이외수 선생(@oisoo)의 투표


앞으로 이 같은 추세는 더욱 강해질 것이 자명하다. 정권에 장악된 방송된 이미 정권과 한 몸인 신문들이 '해도 해도 너무한 선거보도'를 한들 유권자들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들이 계속 뻘짓을 한다면 이는 스스로 대중들에게 버림을 받는 자충수나 다름없다. 더 이상 신뢰 받지 못하는 방송, 더 이상 말발이 먹히지 않는 방송의 존재 가치가 무엇일까? 그저 시청률을 높이고 수입을 벌어다주는 예능프로나 드라마로만 존재 이유를 찾는다면 그들은 더 이상 공영방송일 이유는 없다. 더군다나 정권에 대한 충성에만 혈안이 되어 대내외적 신뢰를 갉아먹느라 능력있는 방송인들마저 속속 공영방송을 떠나고 있으니 예능으로도 재미를 보기는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방송들의 이번 재보궐선거 보도를 보며 처음에는 분통이 치밀었다가 이젠 그들이 불쌍해지고 처량하게 보이는 이유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