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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탭10.1 디자인 내세우는 삼성, 득될까?

SNS/IT 후비기

by hangil 2011. 8. 2.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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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잡지를 보다 어느 광고 지면에 눈길이 머물게 됐다.

지면의 한가운데에 길고 가는 금속성 물체가 놓여져 있고 그 나머지는 약간의 텍스트 외엔 모두 여백으로 비워져 있는 광고.

언뜻 보면 '저게 뭘까?' 싶을 수도 있지만, 알만한 사람은 다 알만한 물건.

그건 바로 삼성의 '갤럭시탭 10.1'이었다.

하지만 그 광고는 갤탭 10.1의 광고가 아니었다.


한눈에 갤탭 10.1임을 알아보고 그 광고일거라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광고는 '삼성전자'의 기업 이미지 홍보 광고였다.

광고지면의 맨 위에는 '삼성전자, 디자인에서 미래를 찾다 1. 디자인 경쟁력'이란 텍스트가 있었고, 갤탭의 왼쪽엔 가장 큰 글씨로 "Design is everything"이란 카피가, 그리고 오른쪽 하단엔 아래의 내용을 담은 제법 긴 텍스트가 배치되었다.

"제품의 외양이나 감성을 중시하는 디자인을 넘어 고객의 삶에 의미있는 가치를 줄 수 있는 디자인이 삼성전자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으로 부각되고 있다. 소비자 만족을 넘어 디자인의 사회적 가치까지 생각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세계최고의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눈부신 성공 뒤에는 '가치디자인'이라는 새로운 DNA가 숨쉬고 있다. 삼성전자의 남다른 디자인 경쟁력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정작 갤탭에 대한 소개는 자세히 살펴야 볼 수 있는 크기의 제일 작은 글씨로 제품명만 달랑 쓰여져 있었다.

그러니 이건 갤탭 10.1의 광고가 아니라 삼성전자의 '디자인 경쟁력'을 자랑하는 기업 이미지 광고일텐데...그럼에도 내 눈엔 다른 모든 텍스트와 카피보다 갤탭 10.1의 옆면 이미지와 제일 작은 글씨의 제품명이 눈에 들어왔고, 아울러 몇번이나 반복되는 '디자인'과 연결되었다.

즉 '디자인이 모든 것'이라는 메인 카피는 삼성전자가 국내에 방금 내놓은 따끈따끈한 갤탭 10.1의 '디자인'을 홍보하기 위한 것으로 읽혀졌고, 따라서 삼성전자가 갤탭 10.1의 디자인을 꽤나 내세우고 싶은가보다라는 추측과 함께, 삼성전자가 갤탭 10.1의 다른 무엇보다 디자인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있음을 매우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 광고는 이 한개 지면의 광고로 끝나지 않고 장을 넘기면 다음의 양쪽면으로도 이어져 "해외 주요 디자인 어워드 휩쓸며 디자인 리더로 우뚝 서다"라는 제목 아래 구구절절 이른바 '삼성전자의 디자인 경쟁력'을 자랑하는 소개글들이 등장하는데, 여기서 또한 무엇보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2개 지면에 걸쳐 커다랗게 배치된 갤탭 10.1이다. 하지만 역시 이 양쪽 지면도 갤탭 10.1 광고는 아니다.


자, 여기서 의문과 함께 몇몇 생각들이 든다.

왜, 삼성은 지금 이 시점에 '삼성전자의 디자인 경쟁력'을 내세우고 있는 걸까?
왜, 삼성은 '삼성전자의 디자인 경쟁력'을 자랑하며 갤럭시탭 10.1을 그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걸까?
앞서 들었던 느낌, 즉 삼성전자는 왜 '갤탭 10.1의 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걸까?


뭐, 내가 유추할 수 있는 오직 한가지는 '애플 때문'이라는 거다.

7인치 갤탭을 내놓았을 때 삼성은 '양복 주머니에 쏙 들어갈' 7인치 크기의 휴대성을 가장 강조했다. 하지만 애플과의 1차 태블릿PC 전쟁은 아이패드의 완승으로 끝나고, 절치부심한 삼성이 내놓은 갤탭2는 '갤럭시탭2'라는 이름이 아닌 10.1인치 크기를 내세운(도저히, 결코 양복주머니에는 들어가지 않는) '갤탭10.1'이었다.

(관련글 : 갤탭10.1은 양복주머니에 안들어가는데 어쩌나)

이 갤탭10.1이 처음 선보인 건 올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Mobile World Congress) 2011'이었다.

그.런.데.

그때 선보인 갤탭10.1과 6개월이 지나 한국에 출시된 갤탭10.1은 모양이 다르다. 디자인도 다르고 두께도 무게도 달라졌다. 평면적이었던 옆면이 곡선 형태로 바뀌었고, 두께는 10.9mm에서 8.6mm로 더 얇아졌고, 무게는 599g에서 570g으로 더 가벼워졌다. 그 외에도 디자인이 꽤 달라졌다.

왜 이렇게 달라졌을까?
먼저 삼성전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LiVE) MWC에서 보여졌던 모습에서 완전히 바뀌었는데, 디자인의 변화가 생긴 배경과 이유를 말씀해 주신다면?

김진수 수석  "지난 2월 개최되었던 MWC에서 발표된 10.1” Tab에 대한 관심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폰이 아닌 태블릿을 시연해 보기 위해 길게 줄지어 있는 모습을 부며 뿌듯함을 느낄 정도였죠. 당시 MWC에서 발표된 제품 가운데 갤럭시S2와 더불어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이었는데요. 폭발적인 관심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에 변화가 생긴 이유는 몇 개월의 시간이 지나면서 작은 부품의 개발이 완성되고 보다 얇은 두께와 가벼운 무게를 원하는 내부적인 움직임이 있었던 이유입니다. 내부적으론 최고 스펙을 탑재하면서도, 외관은 최대한의 심플함을 추구한, '비움의 디자인'을 실현함으로써 현재와 같이 얇고 가벼운 무게의 갤럭시탭10.1이 완성되었습니다. 갤럭시탭10.1은 스마트폰 갤럭시S2보다도 얇은 8.6mm의 두께를 자랑하고 있으며 무게도 570g 밖에 되지 않아 이동에 아주 적합한 태블릿으로 한층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삼성전자의 블로그에서 인용한 내용인데, 바뀐 디자인에 대한 질문과 답은 또 이어졌다.

LiVE) 변화된 디자인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 드립니다.

김진수 수석  "보시면 바로 느끼시겠지만, 이전의 엣지 있고 각진, 다소 남성적인 스타일에서 벗어나 소프트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바뀌었습니다. 스펙상의 사이즈가 중요한 요소가 아닌 유저의 사용성이 충분히 고려된 디자인으로 바뀌면서 오히려 가로, 세로 사이즈가 늘었죠. 대신, 두께를 상당 부분 줄여 사용성을 개선하는데 중점을 두어 새롭게 디자인했습니다. 좌우 윈도우 인쇄 영역이 좁아 불편했던 그립감을 개선했고, 엣지있는 모서리를 부드러운 라운딩으로 처리하면서 손바닥에 주어지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했습니다. 또한, 뒷면을 잘 보시면 편지봉투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이 인상적입니다. 편지지만큼 가볍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디자인이죠"

설명이 꽤나 길지만, 주목되는 부분은 뭐니뭐니해도 "몇 개월의 시간이 지나면서 작은 부품의 개발이 완성되고 보다 얇은 두께와 가벼운 무게를 원하는 내부적인 움직임이 있었던 이유"다.

"보다 얇은 두께와 가벼운 무게를 원하는 내부적인 움직임"은 왜 생겼을까?

갤탭10.1의 디자인을 담당했다는 직원은 단 한차례도 '애플'과 '아이패드'라는 단어를 거론하지 않았지만, 처음 10.9mm였던 두께가 8.6mm가 된 것은 8.8mm의 두께로 출시된 아이패드2를 의식한 거라는 건 이미 세상이 다 아는 사정이다.

오죽하면 삼성전자의 이돈주 부사장이 아이패드2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두께와 가격이 인상적이다. 앞으로 개선할 부분이 있으면 개선하겠다'라고 답했을까.

소비자의 입장에서 애플과 삼성전자가 벌이고 있는 이 경쟁은 분명 좋은 현상이다. 더 얇고, 더 혁신적인 성능을 가진, 그러면서도 가격의 거품을 빼지 않을 수 없는 이 상황은, 지켜보면 재밌고, 그러다 진짜 마음에 들면 구입해서 즐기면 된다.

그/런/데!

갤탭10.1을 두고 디자인 경쟁력을 내세우는 건 '글로벌 브랜드' 삼성전자 치고는 뭐라 그럴까, 너무 속보이는 짓이라고나 할까? 아니면 너무 촌스럽다고나 할까? 뭐 '도둑이 제 발 저린' 그런 느낌을 갖게 한다.

아이패드2

갤럭시탭10.1


지금 애플과 삼성은 특허 소송 중이다. 특히 애플은 삼성의 갤럭시S와 갤럭시탭 등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베꼈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련기사 : 애플 “갤럭시탭이 아이패드 디자인 베꼈다”…"삼성은 맹목적으로 애플 따라해")

소송이야 법원의 판결로 승자와 패자가 가려지게 되겠지만, 굳이 법원의 판결이 아니더라도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아이패드2와 갤럭시탭10.1을 보면 나름의 판단을 가질 수 있다.


적어도, 나는 갤럭시탭10.1이 '디자인의 독창성'이나 '디자인의 경쟁력'을 내세울 물건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  그리고 과연 삼성에게도 이런 전략이 득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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