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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중징계 간접광고 때문? 내막 알면 기가 차

쇼오락후비기

by hangil 2011. 9. 3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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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심의위원회가 <무한도전>에 대해 '경고' 결정을 내렸다.

방통심의위는 <무한도전>이 자막으로 신조어 등 저속한 표현을 썼다는 이유, 아무리 오락프로그램이라지만 품위유지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 폭력적인 장면들이 자주 등장했다는 이유, 그리고 이런 것들이 청소년들이 볼 시간에 방송되었다는 이유와 함께 광고에 대한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를 들었다. '경고'는 방통심의위의 제재 가운데 '중징계'에 해당한다. 방송사업자 재허가 심사에서 감점이 되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제 방통심의위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별로 놀라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무한도전>만 하더라도 '저속하다'니, '품위가 없다'니 따위를 들먹이는 걸 들으며 '방통심의위도 가카를 닮아 참 일관성이 있다' 싶었고, 식상할 따름이었다.

아무리 예능 프로그램이라도 어느 정도 품위는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하게 본 점은 (방송에 나온)'볼기 때리기' 놀이가 초등학교 5, 6학년생들이 하는 것인데 그것을 다 큰 어른들의 볼기를 때려 즐겁게 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식상하다. 오락 프로에서 수준이 낮다는 점을 고려해 경고로 한 단계 (제재 수위를)올렸다.

이 말은 방통심의위 부위원장이자, 방송심의소위 위원장직을 갖고 있는 권혁부라는 사람의 말인데, 이런 말을 하는 인사와 정상적인 토론이 가능할 리가 없다.


그런데, 이번 결정을 보며 한가지, 딱 한가지 점에서 크게 놀랐다.

바로 방통심의위가 '무한도전'에 경고 결정을 내리는 데 무한도전의 간접광고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고, 이 부분에 있어 심의위원 전원(이날 회의에 참석한 인사는 8명)이 '경고'가 마땅하다고 합의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저속한 표현이나, 폭력성 등에 대한 지적은 사실 심의하는 사람의 잣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요소가 충분히 있다. 탁 까놓고 얘기하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공안검사 출신이 위원장에 앉아 있는 데서 드러나듯 지엄하신 다수 심의위원들에게 '무한도전'의 표현들이 저속하게, 그리고 품위없게 보일 수도 있다. 말도 안되는 논리를 들이대지만 지들이 그렇게 심의하겠다는데 그건 어쩔 수 없다. '그래, 그래라'고 할수밖에.


지엄하고 근엄하신 심의위원들은 '무한도전'이 자신들에게 심의를 받으면서도 자막에 '품위유지'를 넣어 자신들을 조롱한 것에 대한 괘심죄까지 적용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 광고에 대한 심의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법과 규정에 따라 그 기준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자의적으로 '광고가 심하다'고 판단해 제재를 가하거나, 반대로 자의적으로 '별로 문제없네'라고 판단해 그냥 넘어갈 게 아니라 기준에 따라 적용해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 내가 놀란 것은 그렇게 정해져 있는 기준에 따라 적용해야 할 심의의 잣대가 저속함 따위에 대한 잣대와 마찬가지로 지들 입맛대로 적용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방통심의위가 문제삼는 '무한도전'의 광고의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무수히 쏟아진 기사나 '미디어오늘'을 통해 공개된 회의록 전문을 보면 분명 방통심의위의 지적은 '무한도전의 간접광고'에 대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한 회의록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장낙인 위원 : 2분짜리 관련 영상에 나이키라는 특정상표가 (출연자)가슴쪽에 10여 차례 등장하고 있다. 블록 처리한 것은 단 한회다. 제작진이 문제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노출을 시킨 것이다.

박경신 위원 : 나이키 간접광고 부분은 지금 협찬 업체로 고지도 되지 않는 상태에서 보여준 것이다. 의견 진술 내용 보니까 방송사 스스로도 문제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부분이 있기 때문에 경고 의견에 동의를 한다.

김택곤 위원 : 지상파 방송사들이 간접광고 수입에 몰두하고 있다. 무한도전은 8억의 간접광고 수입을 얻었다. 간접광고 수입이 프로그램 본질까지도 훼손하고 있다.

권혁부 부위원장 : 언론이 무한도전을 비판하는 사유가 온당치 않다. 두 개 언론사에 전화를 했는데 '(무한도전에)나이키가 노골적으로 (간접광고가)5번이나 나갔는데 아는지' 물으니 '전혀 몰랐다'고 했다.

장낙인 위원은 언론학자다. 박경신 위원은 법학자다. 김택곤 위원은 전직 방송사 사장이다. 권혁부 위원 또한 오랫동안 방송계에 몸담았던 인물이다(참고로 정연주 KBS 사장을 쫓아낸 KBS 이사 중 한명이다).

이 중에서 권혁부와 김택곤은 그렇다치고 장낙인과 박경신이 이런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놀랍다.

방통심의위원들


지금 한국에서 지상파든 케이블이든 떠나서 방송에서 간접광고는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오랜 기간 동안 할 수 없게 되어 있었지만 지난 2010년 1월 방송법 시행령이 간접광고를 허용하도록 개정됐기 때문이다. 한 2년 정도밖에 안되어서 그런지 방송을 전문적으로 심의한다는 사람들이 마치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듯 간접광고를 하는 것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심의를 하고 있다.

방송법 시행령에서 간접광고를 허용하면서 그 기준을 정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59조의3(간접광고) ① 법 제73조제2항제7호에 따른 간접광고의 허용범위ㆍ시간ㆍ횟수 또는 방법 등은 다음 각 호의 기준에 따른다.
1. 방송분야 중 오락과 교양 분야에 한정하여 간접광고를 할 수 있다. 다만, 어린이를 주 시청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과 보도ㆍ시사ㆍ논평ㆍ토론 등 객관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방송프로그램의 경우에는 간접광고를 할 수 없다.
2. 간접광고는 방송프로그램의 내용이나 구성에 영향을 미치거나 방송사업자의 편성의 독립성을 저해해서는 아니 된다.
3. 간접광고를 포함하고 있는 방송프로그램은 해당 상품을 언급하거나 구매ㆍ이용을 권유하는 내용을 방송해서는 아니 된다.
4. 방송광고가 금지되거나 방송광고의 허용시간을 제한받는 상품 등은 간접광고를 할 수 없다.
5. 간접광고로 노출되는 상표, 로고 등 상품을 알 수 있는 표시의 노출시간은 해당 방송프로그램시간의 100분의 5를 초과할 수 없다. 다만, 제작상 불가피한 자연스러운 노출의 경우는 그러하지 아니한다.
6. 간접광고로 노출되는 상표, 로고 등 상품을 알 수 있는 표시의 크기는 화면의 4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다. 다만, 이동멀티미디어방송의 경우 3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다.
② 방송사업자는 방송프로그램에 간접광고가 포함되는 경우 해당 프로그램 방송 전에 간접광고가 포함되어 있음을 자막으로 표기하여 시청자가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자, 중요한 대목만 짚어보자.

-오락프로는 간접광고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무한도전'은 할 수 있다.
-상표나 로고 등의 노출시간은 방송시간의 5/100 이내에서 할 수 있다. 이건 시간을 따져봐야 한다. 가령 '무한도전' 방송시간이 100분이라면 간접광고에 의한 상표노출이 5분을 넘겼는지를 따져야 한다. 장면의 횟수가 기준이 아니다. 더구나 자연스러운 노출이 제작상 불가피했다면 5분을 넘길 수도 있다.
-상표나 로고의 크기는 화면의 1/4 이하여야 한다. 무한도전이 간접광고를 했다면 크기가 이를 어겼는지 역시 따져봐야 한다.
-간접광고를 하면 방송전 자막고지를 해야한다. 무한도전이 간접광고를 했는데도, 자막고지를 하지 않았다면 이를 명확하게 지적해야 한다.

하지만 회의록을 보다시피 이렇게 법에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는 내용들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기껏해야 '나이키 로고가 몇번 나왔다' 정도다. 무한도전이 간접광고 규정을 위반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심의위에서 그걸 지적하려면 정확하게 해야 한다. 이건 결코 두루뭉술하게 할 게 아니다. '경고'까지 내리지 않았나?

그런데!!
대반전이 하나 있다.

9월 29일 '무한도전'에 경고 결정을 내린 방통심의위의 전체회의가 있고 나서, 방통심의위는 그 결과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가운데 광고와 관련된 지적 내용을 보면, 이렇다.

-주요위반내용 : 일부 출연자(개리)가 특정 브랜드명이 크게 적힌 상의를 착용한 모습을 비교적 장시간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내용을 방송함.
-관련규정 : 제46조(광고효과의 제한)제2항


여기서 확인해야 할 부분은 관련규정이라는 '제46조 제2항'이다. 관련규정은 바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이다. 그러면 방송심의규정 제46조 제2항의 내용이 무엇인지 보자.

제46조(광고효과의 제한 <개정 2010.2.18>)
②방송은 특정상품이나 기업, 영업장소 또는 공연 등(이하 “상품 등”이라 한다)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거나 의도적으로 부각시켜 광고효과를 주어서는 아니된다. 

이것만 보면 '무한도전'이 잘못한 거 같지만, 자세히 보면 그 내용이 추상적이어서 상위법규정인 방송법 시행령에서 구체적으로 정한 간접광고의 기준과 동떨어진다. '구체적으로 소개하거나 의도적으로 부각시켜'라는 대목은 얼마든지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제46조 제5항을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⑤법 제73조제2항제7호의 간접광고에 대해서는 제2항 및 제3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 간접광고에 대해 심의할 때는 2항에서 규정한 내용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방통심의위가 전체회의 결과를 정리해 배포한 보도자료에 의하면 '무한도전'에서 문제가 된 광고는 '간접광고'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심의위원들은 회의를 하며 주구장창 '간접광고'에 대한 이야기만 했다. 둘 중 하나가 뭔가 잘못 심의를 하고 결론을 내렸든지, 아니면 둘 다 잘못 심의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내가 유추하기로는 이렇다. 보도자료를 정리하는 쪽은 실무부서다. 실무부서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그나마 법규정에 환하다. 심의위원들이 회의한 내용을 정리하면서, '간접광고'로는 문제삼을 수 없을 것이라 판단해 회의 결과를 간접광고가 아닌 '광고효과'를 적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무한도전'에 대해 심의위원들이 떠들어 댄 말들은 근거없는 헛소리일뿐이다.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문제는 더욱 크다. 도대체 심의위원들은 '간접광고'를 가지고 문제삼았는데, 그게 문제 삼을 수 없어 회의 내용과는 상관없는 것을 땜빵식으로 넣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알길이 없다. 무한도전에 나온 간접광고가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간접광고 규정을 위반한 것인지, 일일이 시간을 재고 크기를 재보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없다. 그건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니라 무한도전이 간접광고를 위반했다고 결정한 방통심의위 위원들이 밝혀줘야 할 내용이다.


그리고 간접광고가 아니라면 무한도전에 출연한 연예인들이 신고 나온 신발과 티셔츠 등에 특정 상표를 노출시킨 것이 과연 자연스러운 노출인지, 아니면 거기다 청테이프나 다른 스티커 같은 걸 붙여야 된다는 건지, 또 아니면 일부러 광고효과를 주기 위해서 부각시킨 것인지도 방통심의위에서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

그런 것이 전혀 없이 나이키 상표가 몇 번 등장했으니 간접광고 위반이다, 그래서 '경고다'라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다. 이런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방통심의위, 정말 기가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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