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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 법관 협박" 조선일보·장상진의 과거

찌라시후비기

by hangil 2011. 12. 2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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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나꼼수에게 제대로 쫄았나보다.

그게 아니라면 '방송까지 하는 1등신문' 조선일보가 일개 팟캐스트 방송 진행자이자 '현역도 아닌 전직' 국회의원의 재판을 앞두고 사설까지 썼을리가 없다.

12월 22일 조선일보 사설 <대법관 이름 들먹이며 無罪 판결 압박하는 '나꼼수'>는 나꼼수에 대한 조선일보의 두려움이 행간 가득히 담겨 있다. 특히 사설 마지막 부분이 백미인데, 그대로 인용해보자.

"정치인 특히 야권 정치인들과 좌파들은 나꼼수에 밉보이면 정치 생명이 끝난다며 나꼼수 앞에서 설설 긴다. 재벌 기업들도 나꼼수에 찍힐까 봐 재벌 특유의 수단으로 나꼼수에 선을 대려 하고 있다. 나꼼수가 사법부 판결마저 좌지우지하게 되는 날이면 이 나라는 '나꼼수 공화국'이 되고 말 것이다."

12월 22일 조선일보 사설


'정치인 특히 야권 정치인들'이 나꼼수에게 잘보이려고 하는 건 맞다. 선거를 앞두고 얼마나 나꼼수에 한 번 나가고 싶겠는가. 나꼼수 진행자들과의 친분도 과시해보고 싶을거다. 하지만 어느 누가 "나꼼수에 밉보이면 정치 생명이 끝난다"고까지 오버한단 말인가?


조선일보는 글을 잘못 썼다. "정치인 특히 야권 정치인"이 아니라 "정치인 그중에서도 여권 정치인"이라고 해야 맞다. 지금까지 진행된바로는 여권 정치인들이 나꼼수에 밉보일 경우 정치 생명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고 있다. 오직 가카만이 나꼼수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도 정치 생명이 끝나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재벌 기업들도 나꼼수에 찍힐까 봐 재벌 특유의 수단으로 나꼼수에 선을 대려 하고 있다"는 조선일보의 주장은 놀랍기까지 하다. 조선일보답게 근거는 밝히지 않고 오로지 주장만 내세우지만, 조선일보가 워낙 '친재벌'이니 없는 일을 지어냈다고 보긴 힘든데, 그 정도로 나꼼수의 영향력이 강하다는 반증일테고, 어떻게든 그걸 막으려는 조선일보의 조급함이 가득 묻어난다.

"이 나라는 '나꼼수 공화국'이 되고 말 것"이라고 한 마지막 문장은 조선일보의 쫄아든 간을 직접 보는 것 같다. 12월 22일자 조선일보를 보면 '공화국'이라는 단어가 또 다른 지면에도 등장하는 데 바로 "평양 공화국"이란 표현에서다. 조선일보는 김정은 체제를 떠받드는 것은 평양이고, 북은 곧 '평양 공화국'이라고 주장했다. 한 나라를 지탱하는 힘을 두고 '공화국'이란 단어를 썼는데, '나꼼수 공화국'이라는 것은 곧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힘이 나꼼수에게서 나오게 될 상황을 우려해 겁먹었다는 게 아닌가!

나꼼수 앞에 잔뜩 쫀 조선일보를 발견하는 것 외에 이 사설을 읽는 재미가 또 있다. 물론 '재미'라기보다는 짜증유발과 구토유발을 일으키는 조선일보 특유의 더러운 속성을 확인하는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재미를 한 번 느껴보자.

사설 제목 <대법관 이름 들먹이며 無罪 판결 압박하는 '나꼼수'>는 "대법관 이름 들먹이며 유죄 판결 압박하는 '조선일보'"로 바꿔 읽어도 이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즉 조선일보는 나꼼수가 법관을 협박한다고 하지만, 조선일보가 판결 아침에 이런 사설을 게재한 것은 그 자체로 조선일보 역시 법관에게 협박을 가한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나꼼수는 대법원이 정씨에게 1·2심과 달리 무죄 판결을 내릴 경우 그것이 아무리 공정한 심리의 결과라 해도 국민이 그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게 만들어 버린 셈"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곧 "우리(조선일보)는 그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선언과 마찬가지다.

백보양보해 이 사설의 주장 자체가 옳다 하더라도, 조선일보는 "법관 협박" 따위를 주장할 자격 자체가 없는 신문이다.

2008년 8월 14일 조선일보 사설을 보자.



당시 광우병대책회의 조직팀장으로 있다 경찰에 폭력적으로 연행되었다가 구속된 안진걸 씨에 대해 법원이 보석 결정을 내렸고, 이 결정을 내린 서울중앙지법 박재영 판사에 대해 조선일보는 '불법시위 두둔했다'며 '판사 그만두고 나가서 시위나 해라'고 사실상 '협박'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 사설에서 "이런 판사가 아직껏 판사 노릇을 하고 있는 사법부의 현실이 놀랍기만 하다"며 "이 판사는 자신이 그 동안 촛불시위에 나가지 못하게 했던 거추장스러운 법복을 벗고 이제라도 시위대에 합류하는 게 나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사설이 나오기 하루 전 조선일보는 지면에 박재영 판사의 신상을 털어 사진까지 박아서 "판사가 불법시위 피고인 두둔 발언"이라고 제목을 달아 노골적으로 박재영 판사를 '협박'했다.



(관련글 : 조선일보는 '법복을 벗어라'고 하더니)

이랬던 조선일보가 '정봉주 재판'의 당사자나 다름없는 나꼼수가 "이 대법관은 훌륭한 분이라 (외압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대법관의 양심을 믿는다"는 말 정도 한 걸 가지고 "협박"이라니, 나꼼수에 대한 조선일보의 두려움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능하다.


한 가지 더 제법 쏠쏠한 재미를 '나꼼수' 관련 사설이 나오기 하루 전인 12월 21일 조선일보의 기사에서 찾을 수 있다.

이날 조선일보 18면에는 톱 기사로 <나꼼수(인터넷 방송) "이상훈 대법관을 믿는다">가 게재됐다. 이 기사는 나꼼수를 두고 "재판부 압박 논란"이라 했고, '한 대법원 관계자'의 입을 빌어 "수많은 사람이 듣는 방송이 선고를 앞두고 있는 법관 실명을 거론하며 압박하는 것은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했다.

12월 21일 조선일보 기사


이 기사를 쓴 기자는 '장상진 기자'.

2008년 박재영 판사의 신상을 털었던 그 기사를 썼던 바로 그 장상진 기자다. 장상진 기자는 최근에 이미 '스타덤'에 올랐던 적이 있는데, 바로 <어떤 중학교 황당한 국사 시험...선생님 맞습니까?> 기사를 쓴 기자가 장상진 기자였기 때문이다.




(관련글 : SNS에 낚시대 던진 조선일보, 오늘도 월척!)

여튼 과거 자신이 어떤 기사를 썼는지 까맣게 잊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재판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다 못해 판사의 신상까지 털어 협박을 했던 장상진이, 이제와 나꼼수 정봉주 재판을 앞두고 '나꼼수 재판 개입 논란' 따위의 기사를 쓰니, 이런 건 비평의 대상인지, 정신분석학의 대상인지 모르겠다.


여기까지 쓰고 기사를 확인해보니,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서 유죄가 확정됐단다. 그리고 정봉주는 곧 구속수감된다.

한국사회 상부구조는 아직 '조선일보 공화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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