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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에게 종편은 나쁜 것 아니다"는 김정은에게

드라마후비기

by hangil 2012. 1. 2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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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6일 첫방송 예정인 TV조선의 블록버스터 드라마 '한반도'에서 여주인공을 맡은 김정은이 1월 26일 열린 '한반도' 제작발표회에서 종편 채널과 관련해 "종편, 이런 것 잘 모른다. 그냥 작품이 좋고 감독님이 좋아서 한다""감히 말씀 드리는 것은 배우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난다는 것을 생각하면 나쁜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지상파급 채널 4개가 한꺼번에 생긴 것은 김정은의 말대로 "배우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하고, 김정은의 말처럼 배우들에게 나쁜 것이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좋은 것'일테다.

김정은은 "종편, 잘 모른다"고 했지만, 종편이 연기자들에게, 특히 자신과 같은 특급 연기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자~알 알고 있는 것이다. 연기자뿐만은 아니다. "작품이 좋고, 감독님이 좋다"고 했듯 작가와 PD들에게도 종편채널 4개가 한꺼번에 생긴 것은 결코 나쁘지 않고, 좋은 일이다. 그래서 KBS, MBC, SBS 지상파에서 일하던 수많은 PD와 기자, 작가들이 종편으로 옮기거나 종편의 손을 잡았다. 덧붙여 수많은 프로그램 제작사들과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들에게도 종편의 등장은 '좋은 것'일테다.

'한반도' 제작발표회(이미지-오마이스타)


그들에게 종편의 출현이 나쁘지 않으니, 그들이 종편의 대본을 쓰고, 메가폰을 잡고, 연기를 하는 것 또한 나쁘다 할 수 없다. 따라서 김정은이 TV조선의 '한반도'에 출연하는 것을 두고 나쁘다 할 수 없다. 김정은이 TV조선엔 출연하는 것을 두고 나쁘다고 할거라면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해도 나쁘다고 해야 할텐데, (아마) 세상 사람 누구도 그 정도로 김정은에게 어떤 사회성을 기대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일전에 영화평론가 허지웅의 동아종편 채널A 출연이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허지웅이야 그동안 자신이 보여온 사회성, 진보성 때문에 논란을 불러일으킬 여지라도 있었지만, 지금 종편에 출연하는 거의 모든 연기자들은 그런 허지웅과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

하물며 개인적으로는 허지웅이 얼마든지 종편채널에 출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허지웅이 채널A의 영화소개프로그램에 나와 어떤 말을 어떻게 하는지 보지도 않을 것이고, 볼 시간도 없고, 그저 '허지웅은 그 정도의 인물이구나'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김정은이 '배우'의 입장에서 한 말에 동의하면서도 그 말을 들으니 심히 불쾌하다.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김정은이 TV조선의 '한반도'에 출연하는 것에 대해 "나쁜 종편에 왜 출연하냐?"고 따져물은 적도 없고, 김정은의 종편 출연이 어떤 논란이 된 적도 없는 것 같은데, 제작발표회에 나와서 "종편, 나쁘지 않아요~"라고 왜 변호를 하느냐는 거다.

기자들만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닐테다. 단도직입적으로 표현하자면 "종편이 나쁘지 않다"는 것은 "종편은 나쁘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즉 종편을 보지 않는 그 중에서도 목적의식적으로 외면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다.

"종편은 나쁘지 않으니, TV조선의 '한반도'를 봐달라"고.

구체적으로 김정은은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힘을 모아 하고 있는데 익숙하지 않은 채널이라고 해서 조금 선입견을 갖고 많이 볼 기회가 없어진다면 이건 너무 아까운 일이다"라고도 말했다.

온갖 특혜로 지상파 채널과 가장 근접한 이른바 '황금채널'을 꿰찬 종편을 두고 '익숙하지 않은 채널'이라 표현하고, "종편은 나쁘다"라는 것은 이미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 등등등등등으로 스스로 증명한 TV조선도 있음에도 이를 '선입견' 정도로 치부하는 김정은의 말은 주절주절 따질 부분이 너무나 많지만 그냥 넘어가자.


다만 김정은이 굳이 기자들(언론) 앞에서,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종편, 나쁘지 않아요"라고 말을 할 거라면, 단지 '배우'로서의 입장뿐만 아니라 '종편' 그 자체에 대해 토론할 마음가짐과 준비 정도는 되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김정은씨, 배우로서 종편이 나쁘지 않다구요? 시청자로서는 종편이 나쁘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렇게 물었을 때, 소신있게 자신의 주장을 펼칠 정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마치 치고 빠지기 하듯 드라마 제작발표회에 나와 생뚱맞게 "종편 나쁘지 않다"고 한마디 던지고, "많이 봐달라"고 하는 것은, 종편과 관련해 벌어지고 있는 무수한 사회적 논란에 비춰보면 비겁해보이기까지 한다. 개인적으로는 김정은이 그런 말을 한 것이 '배우'로서의 소신이라기보다는 TV조선 측의 오더 때문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앞서 이야기했듯 김정은이 TV조선의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을 두고 딴지를 걸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한마디해주고 싶은 것은 김정은이 "우리 열심히 하고 있으니 많이 봐달라" 말한다고 해서 시청자들이 "우리 정은이가 부탁하는데..."라면서 '한반도'를 볼 만큼 상황이 녹록치는 않다는 점이다.


이미 보지 않았나?

김정은보다 연기자로서 '레벨'이 더 높은 정우성이 한지민과 함께 출연한 중앙종편의 '빠담빠담'이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 '한반도'의 윤선주 작가도 물론 훌륭하지만 이른바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는 노희경 작가의 '빠담빠담'조차 1%대 시청률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작품이 훌륭하고, 연기자가 노력하고, 제작진이 지명도 높다고해서 종편의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심지어 김수현의 드라마조차 방송사고가 나는 모르는 사람이 태반인 게 TV조선 등 종편의 처지다.

따라서 김정은으로서는 "종편 나쁘지 않다"며 시청자들의 선입견을 걱정하기보다는 과거 '파리의 연인' 등 이른바 국민드라마에 출연해 50%의 시청률까지 맛봤던 자신이 앞으로 최하 0%대나 1~2%대 시청률을 기록해도 '종편 중 1등' 따위의 자화자찬에 만족할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더 나을 듯 싶다.

김정은은 "'모래시계'가 SBS를 자리잡게 했듯, '한반도' 또한 종편채널 자체의 분위기를 달라지게 할 수 있는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지만...글쎄 일단은 지켜볼 일이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황정민과 김정은이 출연하고, 윤선주가 대본을 쓰고 이형민이 연출을 하는 드라마가, 그것도 돈을 쏟아부은 블록버스터가 그런 취급을 받는 게 안타깝다. 진심이다. 정우성도 노희경도 안타깝다.

하지만 어쩌랴. 그래도 종편은 보기 싫은 걸~

그런 의미에서 종편의 출현이 배우들에게는 연기할 공간이 늘어나 좋은 점이 있지만, 결코 '좋다'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굳이 종편이 아니라도 갈 곳 많은 유명 배우들에게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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