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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조기종영이 의외인 이유

드라마후비기

by hangil 2012. 3. 2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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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 시청률로 출발한 뒤 0%대 시청률에 허덕이던 TV조선 창사특집 블록버스터 드라마 '한반도'가 결국 조기종영을 결정했다고 한다.

애초 24부작으로 계획된 횟수를 무려 1/4에 해당하는 6회 분량이나 줄여 18부작으로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한반도' 조기종영 결정을 단독으로 보도한 TV리포트에 따르면, TV조선의 한 고위 관계자는 "조기 종영이라는 고육지책을 내리게 됐다""제작진과 배우의 노고를 모르지 않지만 경영합리화 방안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고, '한반도' 제작사인 래몽래인 관계자도 "지난주 TV조선으로부터 조기 종영 통보를 받았고 어제 18부 최종회 대본이 나왔다"며 "드라마는 예정보다 3주 이른 4월 3일 막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TV조선 '창사특집 블록버스터 드라마' 한반도"란다...


솔직히 '한반도' 조기종영 소식은 의외다. 

'무려' 100억원의 제작비를 쏟아부은 '무려' 창사특집 타이틀까지 달고 있는 드라마가 조기종영이라니, 뜻밖이다. 예상치 못했다. 물론 '한반도' 시청률이 1%대에서 0%대로 떨어지고 거기서 헤매고 있을 때 '과연 TV조선이 '한반도'를 끝까지 끌고 갈까'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설마 진짜 조기종영을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관련글 : 
한반도·빠담빠담 시청률이 던지는 질문

고백컨대 '한반도'를 본 적이 없으므로(아니다, 우연찮게 채널을 돌리다 약 5분 정도 본 적은 있다) 드라마 내용에 대해서, 드라마의 퀄리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나에게 그런 자격은 없는 것 같다. 다만, '한반도'를 직업적으로 본 몇몇 사람에 의하면 썩 볼만한 드라마는 아니었던 것 같긴 하다. 

내용과 퀄리티를 다 떠나, '한반도' 조기종영 소식이 의외인 가장 큰 이유는 TV조선이 이런 결정을 내린 그 자체에 있다. 

TV조선은 종편채널이다. 종편채널은 '종합편성채널'을 줄인 말이다. 방송법 제2조 18항에 의하면 "'종합편성'이라 함은 보도·교양·오락등 다양한 방송분야 상호간에 조화를 이루도록 방송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드라마는 오락 등에 해당하는 방송프로그램이다.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의 '창사특집 블록버스터 드라마 한반도'의 조기종영은 곧 TV조선이 종편으로서의 한계에 봉착했음을 의미한다. 이미 종편과 손잡은 수많은 외주제작사들이 제작비 미지급, 조기종영, 어음결제 등 종편의 횡포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지 오래다. 외주제작사들은 주로 교양프로그램이나 예능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자체제작보다는 외주제작 비율이 더 높은 종편의 한축이 이미 와그르르 무너져 있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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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작년 종편이 출범한 뒤 2012년을 나름 '종편 안착기'로 설정하고 명운을 걸다시피 내놓은 드라마마저 팍삭 무너져 내려앉은 것이다. 

 

위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TV조선이 10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블록버스터 수목 드라마 '한반도'가 2월 초부터 대(大)장정에 들어간다. 남남북녀의 운명 같은 로맨스와 통일 한반도의 거대한 모습을 그려나갈 야심작이다"라고 자랑했다.


'한반도' 조기종영은 이 같은 사실을 TV조선 스스로가 인정하는 것이기에, 그로 인한 TV조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아니 데미지가 상당할 것이기에 결코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도 어떻게든 피하고싶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결국 조기종영을 결정한 것은 그만큼 TV조선의 상황이 다급하다는 반증이다. 24부작 드라마 하나, 그것도 '창사특집 블록버스터'라는 수식까지 붙인 드라마 한편을 끝까지 끌고 갈 수 없을 정도로 TV조선은 벼랑에 내몰린 것이고, TV조선 스스로 이 같은 상황을 대내외에 밝히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을 의미한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것은 어떻게든 축소하거나 감추려들고, 자신들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것은 침소봉대하거나 부풀리기 일쑤였던 조선일보, 그런 조선일보가 만든 TV조선이 '한반도 조기종영'을 결정한 것 자체가 의외인 이유다. 



그러면 과연 그 정도의 데미지까지 각오하고 내린 조기종영 결정 이후, 상황은 과연 호전될까? TV조선과 종편들에게는 지극히 불행한 일이지만 결코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미 TV조선 등 종편들은 악순환의 굴레에 빠져들었다. 

시청률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으니-->광고를 제대로 붙일 수 없고-->광고를 제대로 붙이지 못하니-->기대만큼 매출을 얻을 수 없고-->계속 늘어나는 적자에 허덕이다보니-->제작비를 충당하기 힘들고-->제작비가 없으니-->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없고-->좋은 프로그램이 없으니시청률은 더욱 나락으로 떨어지고.

이게 종편의 현실이며, '한반도' 조기종영은 외부에서 이렇게 평가하던 종편의 현실이 공식화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앞으로 TV조선 뿐 아니라 모든 종편들이 더욱 곤두박질치고 망하는 길로 가는 결정적 시작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김정은과 황정민, 윤선주 작가, 이형민 PD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한반도' 조기종영 소식은 의외지만, 반가운 소식이다. 부디 종편의 처참한 현실을 뼛속 깊이 새기고 앞으로 "종편은 나쁜 것 아니다" 따위의 말은 삼가해주길 바란다.
(관련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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