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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발언 김지윤' 고소, 그럼 원피스는 판금?

뉴스후비기

by hangil 2012. 3. 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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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똥이 엉뚱하게 튀어 불길이 번지고 있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며 구럼비 바위를 지키고, 생명의 섬·평화의 섬 제주를 지키고자 하는 주민들과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두 눈 뜨고 보기 힘든 눈물겨운 투쟁을, 엉뚱하게 '해적'이라는 표현 하나를 꼬투리 삼아 난도질하고 있다.

전형적인 논점 일탈이자, 물타기이자, 말도 안되는 어거지다.

강정마을에서 몇년째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국가권력의 무지막지한 횡포를 두고, 그런 폭력을 앞세워 기어코 만들겠다는 제주해군기지를 두고 '제주해적기지'라고 표현하는 게 도대체 뭐가 잘못이라는 건가?

조선일보 3월 9일자 1면에 게재된 기사


우리 사회에서 이미 일상화된 공적집단과 공적인물에 대한 비하나 비유, 패러디를 떠올려본다면 이 정도 표현에 이렇게 고소까지 들먹이고, 칼럼을 쓰고 1면에 기사를 싣는 게 얼마나 생뚱맞은 호들갑인지 참으로 난감하기까지 하다.

대통령을 두고 설치류에 비유하는 세상에, 해군이 하는 짓을 두고 나쁜 짓이라 생각하는 국민이 '해적'이라고 표현도 못한단 말인가.

이때다 싶어 꼬투리잡고 늘어지는 조중동만 해도 그렇다. 과거 정연주 전 KBS사장이 조중동을 두고 '조폭언론'이라 규정한 적이 있는데, 왜 그 말에 대해서는 고소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이 정도 표현에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자격지심인 듯 하다. 떳떳하다면 얼마든지 무시하고 넘어갈 표현에 이렇게나 펄쩍 뛰는 것을 보니 찔리는 구석이 있나보다. 아마도 국방부와 해군 스스로도 '우리가 지금 국민들을 고통에 빠트리는 해적질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있었나보다.

김지윤을 비난하는 국방부와 조중동, 그리고 수구꼴통들은 지난 3월 3일 업데이트된 '뉴스타파' 강정특집을 꼭 보길 바란다. 그걸 보고도 제주해군기지를 두고 '제주해적기지'라고 부르게 과연 부당한 것인지, 해군과 해군 장병들을 해적으로 몰아붙이는 표현인지 제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길 바란다.





자국민들을 짓밟고, 폭행하고, 바닷물을 먹이고, 기자들의 취재를 무서워하면서 기어코 짓고자 하는 제주해군기지를 '제주해적기지'라 표현한 게 정말 잘못되었고, 고소까지 해야 할 사안이 되나?

'원피스'라는 일본만화가 있다. 일본에서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작품이다. 우리나라에도 정식으로 출간되었으며, 만화책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도 큰 인기다.

이 만화의 주인공은 루피가 이끄는 '밀짚모자 해적단'이다. 해적왕이 되고자 하는 루피 일당이 숨겨진 보물 원피스를 찾아 전세계를 모험하는 과정이 이 만화의 큰 줄기다.


이 과정에서 밀짚모자 해적단은 곳곳에서 '해군'과 부딪히며 싸움을 벌이는데, 해군은 '정의'를 앞세워 온갖 야비한 짓과 잔인한 짓을 서슴지 않는 집단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숨겨진 역사의 비밀을 파헤친다는 이유로 한 마을을 불바다로 만들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조리 죽이기도 한다.

해군 중에도 멋지게 묘사되고 영웅적으로 그려지는 인물이 없는 것은 아니고, 해적들 중에서도 그야말로 생양아치나 다름없는 해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선악의 기준으로 나누자면 대체로 해군은 나쁜 집단, 루피 일당과 가까운 해적들은 좋은 집단으로 그려진다.


자, 이 만화에 등장하는 해군이 '한국 해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군'을 해적보다 못한 존재로 그리며 해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퍼트리는 '원피스'를 당장 판금조치하고, 이 만화를 수입해 출판하는 출판사에 대해 고소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더구나 소수정당의 아직 국회의원도 아닌 '비례대표 후보'에 불과한 김지윤의 말보다는 어린이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끄는 '원피스'에서 해군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게 해군에게는 더 치명적인 명예훼손이 아닐까?

제주해군기지를 들먹였더니 '이순신'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그럼 이순신도 해적이냐?"고 묻는 사람이나, 이런 댓글을 기사에까지 인용하는 조중동의 수준이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

2012년 3월 8일 강정마을 상황. 문정현 신부님께서 울분에 옷을 벗어가며 울부짖고 계신다.(사진-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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