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시기·장소 부적절…대선용 이벤트”(1면 8/9)
‘성과 없을 것’ 58% ‘북 안바뀔 것’ 69%(6면, 8/9)
“3가지는 하지마세요”(4면, 8/9)
남은 임기 6개월…‘9회말 역전’ 노린 깜짝 카드(4면, 8/9)
김정일엔 꽃놀이패, 노정부엔 마지막 도박판(30면, 8/9)
노무현·김정일 무엇을 위해 만나나(사설, 8/9)
노대통령이 평양에서 지켜야 할 마지막 선(사설, 8/10)
‘북 지원’만 봇물… ‘받을 것’은 실종(1면, 8/10)
왜들 평양에 못가서 안달인가(김대중칼럼, 8/13)
핵 제치고 NLL로 무슨 요술 부리려나(사설, 8/13)
(위의 문구들은 조선일보가 2차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쓴 기사들 가운데 '제목장사'로 여론몰이를 시도한 몇 가지 사례다.)
8월 8일 정부는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2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정부 측은 남측 김만복 국정원장과 북측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상부의 뜻을 받들어’ 서명한 공동합의문에서 2차 정상회담이 ‘남북관계를 보다 높은 단계로 확대 발전시켜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공동의 번영, 조국통일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 가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무릇 정부만의 기대가 아니라 2차 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접한 대다수 국민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정상회담 개최 소식이 알려진 직후 이뤄진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70% 이상의 국민이 정상회담 개최를 환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장 최근에 실시된 여론조사(동아일보 8월 14일자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들 가운데 60.2%가 ‘대선이 있다해도 남북 화해를 위해 잘된 일’이라고 2차 정상회담을 반겼으며, 과반이 넘는 51.2%가 ‘정상회담이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 이유는 이번 2차 정상회담을 통해 정전체제 아래서 50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군사적 긴장 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의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향후 민족경제공동체 건설의 초석이 될 경제협력의 규모를 획기적으로 늘릴 것과 사회·문화·체육·민간 각 영역에서 교류협력의 폭을 확대할 것에 대한 요구도 거세다.
무엇보다 2차 남북정상회담이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논의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2.13합의’ 이행과정과 맞물리게 되면서 평화체제 구축 등 남북관계의 질적 도약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여주고 있는 게 지금의 정세다.
하지만 수구냉전의 틀 안에 갇혀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관계 진전을 거부하고 정상회담을 발목 잡으려는 세력 또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우려스럽게도 그 세력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얼마 전까지 원내 제1당이었으며 현재 차기 정권을 차지할 것이 유력하게 예상되는 한나라당은 정부의 2차 정상회담 발표 직후 “시기·장소·절차가 모두 부적절한 남북정상회담에 반대한다”며 “투명성과 정당성이 보장되지 않은 남북정상회담은 결국 퍼주기 구걸 의혹과 함께 정치적 뒷거래로 끝나고 말 것”이라는 논평을 발표했다. 한나라당은 ‘정상회담 반대’ 논평 직후 정상회담을 반기는 여론에 부딪치자 대선을 의식해 ‘기왕 하기로 한 정상회담이니 잘 됐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입장을 급선회했으며, 이마저도 ‘북핵 해결’ 등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리고 한나라당보다 더 극악하게 2차 정상회담을 방해하는 또 다른 축이 바로 수구신문들이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이들 수구신문은 정상회담 개최 발표 다음날부터 한나라당의 주장을 받아 ‘시기·장소·절차’ 문제를 잡고 정상회담을 흔들었다. 그리고 시기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별 영향력이 없자, ‘북핵폐기 없는 정상회담은 소용없다’, ‘NLL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 ‘한미동맹의 상징인 을지포커스렌즈 훈련이 정상회담 때문에 축소·연기되면 안보에 구멍이 생긴다’, ‘북에 대한 SOC 투자는 국민 혈세를 축내는 대규모 퍼주기다’, ‘이면합의·뒷거래 의혹이 있다’ 등 정상회담과 관련된 거의 모든 사안을 논란거리로 만들며 정상회담을 흠집내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마치 좌충우돌 말썽을 일으키는 악동이 마구 벌집을 쑤셔대는 형국이다.
이들 신문이 어떻게 스스로 ‘반통일수구세력’임을 증명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2차 정상회담 개최 발표 다음날인 8월 9일부터 13일까지 4일 동안(일요일 제외) 4개의 주요 일간지를 비교 분석해봤다.
분석 결과 조선일보는 2차 정상회담과 관련해 단 한 건의 기사에서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한 의제를 거론하지 않았고, 역시 단 한 건의 기사에서도 ‘긍정적’인 보도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사 제목을 따로 분석한 결과, 조선일보는 기사제목에서 ‘정상회담과 관련한 긍정·기대’를 드러낸 기사는 단 한 건도 없었고, 무려 76%의 기사에서 제목으로 ‘정상회담과 관련한 의혹·논란을 부각’하거나 ‘정상회담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결과 중 특이할 만한 내용 몇 가지를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다.
★ ‘평화체제 구축’ 한 건도 다루지 않은 조선일보
[표3]에서 확인할 수 있듯 조선이 가장 비중있게 다룬 내용은 10건을 차지한 ‘정상회담에 대한 시기·절차·방법에 대한 논란’이었다. 다음으로 ‘북핵문제’에 대한 내용이 8건을 차지했고, ‘NLL 논란’을 다룬 기사도 6건이나 되었다. 조선은 또 4개 일간지 가운데 유일하게 ‘정상회담과 관련한 안보 및 체제 불안’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4건이 모두 조선일보의 보도인 것이다.
조선일보는 반면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한 내용은 단 한 건도 다루지 않았다. 한겨레는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해 무려 9건을 다뤘고, 경향도 3건을 다뤄 조선일보와 분명히 구별됐다. 조선은 또 ‘교류협력 확대’에 대해서도 전혀 다루지 않았고, 70% 이상의 국민이 정상회담을 환영했음에도 ‘정상회담 환영’에 대한 내용도 아예 다루지 않았다.
★ 수구신문 의제설정은 수구세력 논란제기와 ‘쌍끌이’
특히 조선이 날짜별로 정상회담과 관련된 내용을 다룬 것을 살펴보면, 한나라당 등 보수수구세력의 의제설정과 얼마나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표4]를 보면 조선일보가 정상회담 개최 발표 다음날인 9일에는 ‘정상회담에 대한 시기·절차·방법 논란’을 집중적으로 다룬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북의 의도’와 ‘대선에 대한 영향’도 첫날 조선이 비중있게 다룬 내용이다. 그런 조선은 둘째날인 10일에는 정부의 ‘대북 SOC(사회간접자본) 투자’ 계획이 전해지자 이를 문제삼는 경협 관련 보도를 집중배치했다.
그리고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 NLL 논의가 불거지자 11일부터 NLL 논란에 불을 붙이더니 13일에는 NLL 논란과 관련해 무려 5건의 기사를 쏟아냈다. ‘을지포커스렌즈 훈련’에 대해서도 논란이 발생하자 11일부터 논란 부추기기에 나섰고, ‘북핵문제’는 9일부터 꾸준하게 문제 삼았다.
이런 식으로 보도를 하면서 ‘평화체제 구축’에 대해서는 입도 벙긋하지 않는 조선일보에게 ‘평화를 외면하는 반통일냉전수구세력’이라는 말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 조선 : 정상회담 ‘긍정적’으로 보는 보도 전무(全無) ‘제목장사’로 여론몰이
‘정상회담에 대한 기사의 전반적인 논조’를 보면 이 같은 지적이 더욱 확실히 증명된다.
[표5]에서 보듯 조선일보의 전체 55건 기사 가운데 ‘정상회담에 부정적인 논조를 띄는 기사’가 32건으로 무려 58%나 된다. 긍정적인 논조는 찾아볼 수가 없다. 중앙일보도 크게 다르지 않아 긍정적인 논조는 단 2건에 그쳤고, 부정적인 논조가 23건으로 33%나 된다. 이에 반해 한겨레는 부정적인 논조는 한 건도 없고 긍정적인 논조가 26건으로 41.9%를 차지했다. 경향은 부정적인 논조가 2건에 그쳤고, 긍정적인 논조는 10건이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얼마만큼 정상회담을 탐탁찮게 여기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나마 전반적인 내용에서는 ‘중립적인 논조’를 유지하는 기사도 제목을 보면 조선일보가 정상회담을 흠집내기 위해 얼마나 골몰하고 있는지 뚜렷이 나타난다.
[표6]에서 보면 조선의 기사 가운데 제목에서 정상회담의 긍정성이나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기사는 단 한 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그나마 기사 논조에서 중립적이었던 23건의 기사가 제목으로 오면 객관성과 중립성을 유지한 기사가 13건으로 확 줄어든다. 반면 제목에서 ‘정상회담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기사는 무려 28건으로 절반이 넘고, 각종 의혹과 논란을 부각하는 제목의 기사도 14건이나 차지한다.
그만큼 조선일보는 정상회담을 흠집내기 위해 온갖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어휘들을 제목에 동원했다는 뜻이다. 이는 특히 사설과 칼럼에서 도드라진다.
맨 위에 사례로 든 조선일보의 기사 제목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면 좋을 것 같다. 이런 조선일보에 비해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의 기사는 이렇게 다르다.
북-미관계 진전 ‘지렛대’로 활용(한겨레 2면, 8/9)
남북경협 ‘양적 성장’ 넘어 ‘질적 도약’ 기대(한겨레 17면, 8/9)
‘6.15선언’ 한계 넘어 ‘평화선언’을(한겨레 칼럼, 8/10)
북 ‘인프라’ 개선…남북경협 ‘질적 도약’ 꾀해(한겨레 3면, 8/10)
한반도 영구 평화체제 전환점 될 것(한겨레 19면, 8/11)
국민이 평화의 버팀목이다(한겨레 칼럼, 8/13)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전기 되기를(경향 사설, 8/9)
금강산 관광·개성사업 가속도 붙을듯(경향 17면, 8/9)
“북·미대화 진행중 성사 구체적 성과 기대할 만”(경향 7면, 8/9)
군비통제 과감한 조치·회담 정례화 발전 기대(경향 5면, 8/9)
남북관계 업그레이드 시켜 북·미수교 길닦기(경향 3면, 8/9)
- 제목에서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 등을 드러낸 한겨레와 경향의 기사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