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이른바 '북방한계선'으로 불리는 이것의 존재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2차 남북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역으로 NLL이 남북정상회담을 흔들리게 하는 주요 변수로도 작용하고 있다. 바로 냉전수구신문들이 NLL을 집중 부각하며 정상회담에서 NLL을 논의하면 '우리 영토를 내어주는 것'으로 몰아붙이기 때문이다. NLL이 무엇인지, 도대체 무엇이길래 냉전수구신문들이 이것을 가지고 난리법석을 부리는지 몇 번에 걸쳐 살펴보자~)
북의 ‘큰물 피해’라는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10월 2일로 연기된 2차 남북정상회담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처음 남북 당국의 8월 28일 개최 합의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냉전수구신문들은 ‘시기·장소·절차·방법론’, ‘북핵우선론’, ‘뒷거래 의혹’, ‘퍼주기’ 등 온갖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2차 정상회담을 흠집냈다. 이들은 또 수해로 인한 회담 연기에 ‘음모론’을 제기하며 ‘회담 차기정부 이관’ 등 사실상 ‘정상회담 무산론’까지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냉전수구신문들의 주장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지향하며 2차 정상회담 개최를 지지하는 여론을 이기지 못해 별 다른 힘을 갖지 못했다. 이에 냉전수구신문들은 ‘아리랑축전’ 개최에 딴지를 걸거나, 탈북자 단체의 목소리에 비중을 싣는 등 빌미가 생길 때마다 우회적인 방법으로 정상회담 개최와 정상회담 의제에 대한 흠집내기를 산발적으로 벌이는 한편, NLL(서해북방한계선, Northern Limit Line) 논란을 집중 부각해 마치 정부가 정상회담에서 영토를 북에 내어줄 것으로 몰아붙이면서 정상회담을 흔들어댔다.
2차 정상회담 개최 발표 다음날인 8월 9일부터 8월 28일까지 20일 동안 5개 일간지(조선일보·동아일보·중앙일보·한겨레신문·경향신문)를 모니터링한 결과 냉전수구신문들은 이 기간 내내 지속적으로 ‘NLL 논란’을 부추겨왔고, 날이 갈수록 그 강도가 더 높여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동아일보가 모두 22건의 NLL 관련 기사를 내보내 가장 많은 양을 보도했고, 조선일보가 17건, 중앙이 12건, 경향은 8건, 한겨레는 8건 보도했다. 동아는 사설에서도 가장 많은 4건을 썼고, 칼럼이나 기고는 2건이었다. 중앙은 사설과 칼럼·기고가 각 3건씩이었고, 조선은 사설 2건, 칼럼·기고 1건이었다. 총 67건의 NLL 관련 기사 중 동아가 무려 1/3을 차지했고, 조·중·동을 합칠 경우 51건으로 무려 77%나 차지했다. 그만큼 냉전수구신문들이 집요하게 NLL을 물고 늘어진 것이다.
특히 이들 신문은 군 출신 인사들의 기고, 인터뷰, 대담이나 사설을 통해 ‘NLL은 생명선’, ‘NLL 논의는 곧 영토를 내어주는 것’, ‘NLL 없으면 북 잠수함 드나들 것’ 등 NLL에 대한 논의 자체를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몰아가면서 ‘NLL은 정상회담에서 논의해서는 안 되는 사안’으로 만들어갔다.
하지만 냉전수구신문들의 이 같은 주장은 NLL의 탄생배경과 실체, 역사적 진실, 국제법 등 어느 것 하나에도 합당하지 않는 생떼나 다름없는 억지 부리기다. 그러다보니 이들 신문의 주장에는 ‘NLL은 논의하면 안되는 것’, ‘NLL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것’이라는 말 그대로의 주장만 있을 뿐, 그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나 논리는 허약하기 짝이 없었다. 심지어 스스로 논리적 일관성을 잃고 맹목적인 주장만 앞세우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동아일보의 8월 27일자 NLL 관련 대담 기사다. 박승춘 전 합참정보본부장과 한철용 전 대북감청부대장의 ‘지상대담’ 형식으로 게재된 이 기사는 1면 <“NLL 철폐땐 수도권 안보빗장 풀려”>와 4면 <“NLL 없으면 인천-연평도 사이 북잠수함 드나들 것”> 등 2개면에 걸쳐 주요하게 다뤄졌다. 동아는 두 예비역 장성들이 “NLL 문제는 철저히 안보군사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NLL을 양보하면 인천과 수도권의 ‘안보 차단막’이 사라지게 된다”는 이들의 경고를 덧붙였다. ‘NLL이 안보 문제’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두 예비역 장성의 주장에서 ‘안보’ 문제를 중요하게 부각했던 동아일보는 그에 앞서 8월 10일 이재정 통일부장관이 국회에서 “NLL은 영토 개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안보적 개념으로 존재한다”고 한 발언을 두고는 “논란이 일고 있다”며 ‘파장’으로 묘사했다.
또 8월 15일 <“안보개념 NLL, 위험천만한 발상”>에서 “NLL과 관련해 안보 개념을 강조하는 것은 조정이 가능하다는 뜻인데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는 김희상 전 대통령 국방보좌관의 NLL 관련 발언을 부각시킨 바 있다. 같은 ‘안보’를 이야기하더라도 이재정 장관이 말하면 ‘위험천만한 발상’이 되고, 전직 군 장성들이 말하면 ‘우국충정’이 되는 것이다.
‘이현령비현령’ 식으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주장과 논리만 끌어다가 여론을 호도하려 한 냉전수구신문의 모습은 이밖에도 NLL 관련 보도에서 무수하게 찾을 수 있다. 특정인의 발언을 부풀리거나 앞뒤를 잘라내 문제발언으로 몰아붙이는 식의 과장왜곡보도 또한 판을 쳤다. 이 보고서에서는 NLL과 관련해 이들 냉전수구신문들이 ‘NLL은 양보할 수 없는 영토’라는 주장을 내세우기 위해 어떤 식으로 논리들을 바꿔 갔는지, 이 과정에서 과장왜곡은 어떤 식으로 나타났는지를 분석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