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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도 선주협회 로비대상...외유 뒤 칼럼 써

뉴스후비기

by hangil 2014. 4. 3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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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참사를 계기로 해운 관련 업계 및 기관 전반으로 수사를 펼치고 있는 검찰이 4월 29일 한국선주협회를 압수수색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검찰은 선주협회와 이들 단체들이 포함된 해양산업총연합회가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서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에게 로비를 벌인 정황을 포착"해 압수수색을 한 것이라 한다. 


확인 결과, 선주협회는 지난해 5월 4박 5일 일정으로 새누리당 국회의원 5명(박상은 의원, 정의화 의원, 김희정 의원, 이채익 의원, 주영순 의원)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항과 싱가포르의 싱가포르항 등 해외 항만 시찰을 지원했다. 일정 중에 '간담회'도 있었는데 "해운위기 극복을 위한 국회의 지원방안"이 주제였다.(자세한 내용은 문화일보 기사 참조)


그리고 선주협회는 국회의원뿐 아니라 언론을 상대로도 로비를 펼친 것으로 확인됐다. 


선주협회의 2013년 사업보고서에는 '해운산업 홍보 강화'를 위해 펼친 사업들이 정리되어 있는데, 여기에 국회의원들의 해외 항만 시찰과 함께, '주요 일간지/경제지 논설위원 승선체험'을 한 사실이 기재되어 있다. 





'언론사 논설위원 승선체험'은 "해양수산부 부활 및 5월31일 바다의 날을 맞아 대국민 홍보 강화"와 "'바다의 날' 국경일 승격 및 해운의 중요성에 대한 사설과 칼럼 유도"를 목적으로 5월 9일부터 11일까지 2박3일 동안 일본 오사카를 다녀오는 일정으로, '선상 간담회'와 '일본 오사카항 시찰' 등을 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승선체험에 참여한 언론인은, 동아일보, 한국경제, 경향신문, 서울신문, 한국일보 5개사 논설위원 5명이었는데, 선주협회와 함께 "해운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정책지원 필요성" 등을 주제로 간담회도 가졌다. 


선주협회는 이들 언론사 논설위원의 승선체험으로 인한 '기대효과'로 "주요 일간지 칼럼 게재를 통한 홍보"를 내세우며 실적으로 "동아일보, 한국경제 및 한국일보 칼럼 게재"를 꼽았다. 


실제 2013년 5월 11일 이후 동아일보와 한국경제, 한국일보를 확인한 결과 각사 논설위원들이 '해운에 대한 정부지원' 등을 주제로 칼럼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는 5월 14일자 '허승호의 경제 프리즘'에서 허승호 논설위원이 <해운, 황후의 밥 걸인의 찬>이라는 제목으로 쓴 칼럼을 게재했다. 





허 논설위원은 이 칼럼에서 "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 홍보에 열심이지만 정부 설명대로라면 세상만사 창조경제 아닌 게 없다. 이래서는 선택과 집중이 불가능하다"며 "지금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고부가 서비스업을 집중적으로 키워내는 것이다. 좋은 일자리를 다량 창출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한 미래 성장동력이다. 5위 해운, 5위 항구에 만족할 게 아니라 금융 보험 법률 등 연관 서비스의 경쟁력을 키울 전략이 절실하다"고 썼다. 


선주협회와의 간담회 주제대로 '해운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정책지원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한국일보는 5월 15일자에 <해운업계의 '찢어진 우산'>이란 제목으로 장인철 논설위원이 쓴 칼럼을 게재했다. 





장 논설위원은 이 칼럼에서 "해운업은 교과서적인 논리만으로 방치하기엔 너무 중요하고 아쉬운 산업임에 틀림없다"며 "창조경제를 얘기하지만 ‘한강의 기적’은 종종 교과서를 뛰어 넘는 과감한 파격이 밑거름이 됐다", " ‘찢어진 우산’을 든 채 웅크린 우리 해운업의 부활을 기약할 창조적 금융지원의 여지를 모색할 때다"는 주장을 펼쳤다. 


'창조경제' 운운한 대목이 동아일보 칼럼과 닮았고, '금융지원'을 거론한 것도 비슷했다. 


한국경제에는 5월 28일 <장보고가 살아있다면…>이라는 제목으로 고두현 논설위원이 쓴 칼럼이 게재됐다. 





고 논설위원은 이 칼럼에서 "해운사들이 불황과 자금난 때문에 지난해 이후 새 선박 주문을 한 척도 못했다고 한다", "금융부담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지만 똑 부러지는 지원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정부에 대해 "모레(31일)는 바다의 날", "말만 무성하면 무엇하랴"라고 실질적인 지원을 요구했다. 


모두 선주협회가 '논설위원 승선체험'을 실시한 목적에 100% 부합하는 칼럼이었다. 


세월호 참사로 해피아라는 말이 강조되고 있고, 해운업계와 정부를 중심으로 한 유착관계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당연히 근절하고 뿌리 뽑아야 된다. 


하지만 이런 업계와의 유착이 정부나 정치권에서만 빚어진 관행일까? 언론 또한 무시못할 유착의 주체 중 하나다. 


참고로...선주협회의 국회의원에 대한 로비에 대해 기사를 쓴 문화일보에는 언론에 대한 로비 사실은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다. 선주협회 사업보고서를 확인했다면 못볼 수가 없는 내용이다. 카르텔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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