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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의 강자' 조갑제도 거짓말하나?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09. 3. 1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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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3월 10일) 경향신문에 조갑제 씨에 대한 인터뷰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경향신문을 통해 조갑제 씨의 인터뷰를 접하니 참 색다르면서도 흥미롭게 느껴져 하나하나 세심하게 읽었다.

역시 조갑제 씨는 '신념의 강자'고, 철저한 극우적 논리로 무장된 저널리스트이자 '운동가'라 할 만 했다.

조갑제 씨는 이 인터뷰에서,

"6·15 선언은 우리 헌법을 위반하는 것입니다. 평화적인 방법으로 자유통일을 해서 북한까지 민주공화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 헌법의 명령입니다. 6·15 선언은 북한의 연방제 통일방안을 그대로 수용한 것입니다. 그래서 폐기돼야 합니다. 6·15 선언을 집행한 사람은 법적으로 응징해야 합니다."

"우리 헌법에 적힌 통일방안이 가장 이상적이에요. 자유통일로 흡수하는 게 한반도 역사의 진로 아닙니까?"

"서민은 주관적인 개념입니다. 우리나라에는 국민밖에 없어요. 그리고 경제불황은 이 대통령에게 책임을 지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 흐름이고 전 정권 때 실패한 것도 있을 테니까."

"계급적인 차별이 한국에 있습니까. 농민 출신은 대통령 못됩니까. 노동자 출신은 사장이 못됩니까. 대학 들어가는 데 무슨 제약이 있나요."

"국가가 자선기관은 아니죠. 또 국가는 법을 어기는 사람까지 보호할 수 있는 기관은 아니죠. 국가는 전쟁을 방지하고 북한 공산당이 쳐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거죠. 깡패나 범죄자들이 설치는 것을 막고, 능력이 부족해서 또는 신체장애인이어서 보호를 받아야 될 사람을 보호하고 있어요. 나머지는 민간 부문이 알아서 해야지."

"지금 이 시점에 왜 친일파 이야기가 나오죠. 친일파가 살아있습니까, 지금? 친일파가 살아있으면 우리가 현재의 문제로서 논의해야 하는데, 친일파가 살아있어요? 우리나라는 친일파 청산했잖아요."



등등 그의 생각과 주관을 거침없이 밝혔다.

기가 차는 주장이 한 두가지가 아니나, '그러려니' 넘어가고 싶다. 조갑제 씨가 한 두살 먹은 어린아이도 아니고, 지금껏 그분이 살아오면서 골수 깊이 박힌 그의 생각이 지적하고 비판한다고 바뀔 것은 아니다.

아니, 이미 '저널리스트'를 떠나(내가 보기에는) '운동가'로서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강연회를 열고 연설을 하며 극우 논리를 전파하는 그의 생각을 나는 '현실'로서 일정 부분 존중하고 싶다.

다만, 연세 지긋한 나이에 열정적인 신념의 강자로 '대한민국'을 지키고자 하는 그의 말씀 중에 그분의 '순수한 열정'과 '신념'에 비춰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 있어 그것만 하나 지적하고 싶다.

조갑제 씨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용산참사'와 관련해 "대로 상에서 남의 건물에 쳐들어가 망루 만들고 화염병을 발사하는 그런 세력을 변호하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입니까"라며 돌아가신 철거민과 살인진압의 진상을 규명하자는 사람들을 강하게 비난한 반면, "경찰과 철거용역이 함께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도 적법하진 않죠"라는 기자의 지적에 "안했잖아요"라며 "검찰 발표에서 다 부정된 거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즉, 사진과 동영상으로 보도되었음에도 검찰이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찰과 용역의 합동작전'은 '거짓된 주장'이라는 거다.

이런 조갑제 씨의 말에 대해 기자는 다시 "그러니까 검찰 발표를 사람들이 신뢰 못하죠",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검찰 수사결과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습니다"라고 지적했지만, 조갑제 씨는 "여론조사가 뭐가 필요합니까", "일단 ‘공’을 믿어야지 ‘사’를 믿습니까. 검찰은 수사전문가들인데"라며 검찰 수사에 대한 전적인 신뢰를 나타냈다.

이에 기자가 다시 한 번 "평소 검찰의 수사를 신뢰하는 편입니까"라고 묻자, 조갑제 씨는 "상당 부분 믿죠. 촛불시위 주도자들이 발표하는 것보다는 열배쯤 더 믿죠. MBC보다는 백배쯤 더 믿고"라며 적극적으로 검찰을 두둔했다.

'평소 검찰의 수사를 상당 부분 믿는다'는 조갑제 씨. 그런 조갑제 씨는 지난 2007년 8월 15일 자신이 운영하는 '조갑제닷컴'에 '政治검찰'은 수사발표문을 수정 발표해야 라는 글을 쓴 바 있다.

당시 이명박 후보의 형 이상은 씨의 명의로 되어 있던 도곡동 땅이 실제로는 이명박 후보가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는 것이란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검찰이
이상은씨 땅은 제3자의 차명으로 보인다"고 발표하자, 조갑제 씨는 이 글에서 "이는 누가 보아도 이명박씨한테 불리한 발표"라며 "검찰은 정치적 계산을 하다가 스스로 함정에 빠지는 ‘죽을 꾀’를 낸 셈"이라고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조갑제 씨는 "앞으로 검찰이 어떤 발표를 하더라도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국민들은 믿지 않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노는 검찰’이란 인상은 확실하게 박혔다"며 검찰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밖에도 지난 대선 당시 분명하게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의 여러 글을 보건대, '이회창 지지 입장'을 보였던 조갑제 씨는 BBK와 관련한 검찰의 수사를 여러차례 비판한 적이 있었다.

이랬던 조갑제 씨가 이제는 '평소 검찰 수사를 상당 부분 믿는다'고 하니, 신념과 소신의 강자로 평소 존경해 마지않는 나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조갑제 옹. 실망이에요~

덧) 이 인터뷰 기사를 쓴 경향신문 정제혁 기자.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아마도 정 기자는 평소 단() 수련 같은 평상심과 유지하는 마음의 수양을 충실히 해왔던 모양입니다. 그러니 조갑제 옹과 이토록 긴 인터뷰를 이성을 놓지 않고 하셨을테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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