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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대표 시대, 김흥국의 꿈은 이루어진다?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09. 9. 2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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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 한겨레에 게재된 사진이다.
사진의 제목은 <정몽준과 '진짜 해병대' 최측근>, 사진을 설명하는 캡션은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해병대 청소년 희망나눔축제에 참석해 해병대 전우회 홍보대사인 가수 김흥국씨와 이야기하고 있다"이다.

텍스트 기사도 따로 없는 간단한 사진 기사인데,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일단, 해병대 출신도 아니면서 '서울 해병대 전우회' 모자를 떡 하니 쓰고 있는 정몽준 대표의 모습이 그렇다. 사진이 흑백이니 시각적 효과가 덜 하지만, 칼라사진이었다면, 해병대를 '상징'하는 강렬한 붉은 색이 더욱 눈길을 끌었을테다.

그리고, 김흥국.

해병대 출신임을 너무나 자랑스러워 하는 김흥국이 자신의 해병대 경력을 유감없이 드러낼 수 있는 완벽한 장소가 바로 이런 자리인가 싶다.

2002년 대선 과정에 대해 한나라당 사무처 당직자들에게 사과를 표명할 정도로 한나라당 내의 권력적 기반과 정통성이 취약하지만, 그럼에도 어찌어찌 당 대표 자리까지 올라 유력한 대선후보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정몽준 대표와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과시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정몽준 대표에게는 '나 이런 사람이오'를 확인시키면서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할 수 있고, 밖으로는 역시 '봤지? 나 정몽준 대표의 최측근이야'를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는...



2008년 2월, 곧 있을 총선을 앞두고 김흥국은 기자회견을 자청한 적이 있다.
풍문으로 떠돌던 총선 출마를 공식화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 예견되었지만, 정작 2월 4일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김흥국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김흥국은 "가깝게 지내던 지인으로부터 정치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고 고민을 했다"며 "욕심같아서는 나라를 위한 일에도 매진해 보고 싶었으나 지금은 모든 것을 다 잊고 오로지 방송에만 전념하기로 마음을 결정했다"고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특히 "앞으로도 영원한 가수로서 연예인으로서 팬여러분들의 사랑을 받고 싶다"고 더 이상 정치계 진출을 시도하지 않겠다는 듯한 '대국민 약속'을 하기도 했다.

총선 출마 등 정치권 진출을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연예인으로서의 본분을 다하겠다는 그럴듯한 입장 표명이었지만, 한달 뒤 3월, tvN의 토크프로그램 '택시'에 출연한 김흥국은 솔직하게 본심을 토로했다. "기회를 기다렸지만 공천 받기가 힘들었다"며 "기회가 된다면 출마해보고 싶다. 남자로서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한 것이다. 즉 출마를 하고 싶었으나, 공천을 약속받지 못해 출마를 '포기'했다는 말이다. 정치계에 뛰어들지는 않았지만, 정치인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정치적 행보를 보인 것이다.

김흥국은 그 뒤로도 TV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 정계 진출과 관련해 "불러만 주면 하겠다"는 솔직한 마음을 수차례 털어놓기도 했다. 축구로 맺어진 정몽준의 후광에 힘입어 국회의원을 하는 것은 김흥국에게 오랜 '꿈'인 것으로 보인다. 이제 그가 오랜 세월 꼭 붙잡고 있었던 정몽준이란 동앗줄이 한국 사회에서 최고 권력을 가진 여당의 대표가 된 지금, 과연 김흥국의 꿈은 이루어질 것인가? 여당 대표가 행차하신 행사에서 여당 대표와 귓속말을 나누는 모습을 드러낸 것을 두고 그의 꿈을 위한 정치적 제스추어라고 짐작하는 것은 과연 무리일까?

그가 나중에 출마를 한다고 해서 18대 총선을 앞두고 "앞으로도 영원한 가수로서 연예인으로서 팬여러분들의 사랑을 받고 싶다"고 말한 것을 문제삼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위장전입을 하든, 다운계약서를 작성하든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정치적 수사 한 마디, "당시 관행이었다"는 변명 한 마디만 하면 장관을 할 수 있는 시대에 그 정도 입에 발린 말이야, 무슨 대수일까.

다만, 김흥국의 꿈을 실현시켜줄 유력한 사람이 정몽준인 것은 분명하고, 공천만 받으면 뭐가 될 것처럼 믿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알다시피 김흥국이 한나라당 공천을 받는다 해서 꼭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국회의원의 꿈을 토크쇼의 소재로 삼고, '남자로서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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