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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아이폰에 무릎꿇는가

뉴스후비기

by hangil 2009. 9. 2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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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아이폰이 이르면 10월에 국내에 출시될 것이라 한다.

9월 22일 한겨레 기사

지난달 24일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위치정보보호이용법에 따라 아이폰처럼 이용자의 위치정보를 파악한 뒤 이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위치정보사업자에 해당한다"며 애플이 국내에 아이폰을 출시하려면 위치정보사업자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애플 측은 위치정보사업자로 한국의 방통위로부터 허가를 받는 데 회의적이었고 따라서 아이폰의 국내 출시 또한 부정적이었다. 위치정보사업자로 허가를 받으려면 일단 심사를 거쳐야 하고, 국내에 따로 서버와 보안설비 등을 갖춰야 하며, 위치정보 이용에 관한 기록을 보존하고 점검을 받으며 수사당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기록을 제출해야 하는데, 애플이 한국 당국의 관리와 감독을 받느니, 차라리 한국에는 아이폰을 출시를 하지 않으면 그만이었던 것이다. 아이폰이 출시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요구받은 적이 없는 것을 당하게 된 애플 측의 거부감은 당연하다 할 수 있다.

진작부터 아이폰 출시를 위한 협상이 국내 통신사와 애플 측에서 이뤄져 왔으나 위피 의무탑재를 두고 난항을 겪다 결국 방통위가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위피 탑재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아이폰 출시를 위한 걸림돌이 치워지는 듯 했으나 방통위가 다시 위지정보사업자 허가 문제를 들고 나옴으로써 아이폰의 국내 출시는 당분간 물 건너 간 것처럼 보였다.

방통위로서는 관련 법 조항을 따른 것이라 항변하지만 사실 아이폰 출시가 계속 미뤄지는 과정은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당장 이동전화 기능만 없을뿐 사실상 아이폰과 다를 바 없는 아이팟터치의 경우 위치정보서비스를 제공함에도 이미 국내에 출시된 지 오래고 수많은 사람이 이용함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럼에도 굳이 아이폰 출시에 대해서는 '위치정보사업자 허가'를 받아야 가능하다는 것은 아이폰의 국내 출시를 저지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들이 제기된 것이다. 바로 국내 휴대폰 생산업체들이 아이폰으로 인해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했다는 지적이다.

드림위즈의 이찬진 대표 같은 사람은 트위터를 통해 공개적으로 "국내 휴대전화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아이폰 국내출시가 늦어진 것"이라며 "KT와 애플은 출시하고 싶은데 누군가 의도적으로 막는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물론 휴대폰 사용자들은 물론 아이폰을 통해 무선인터넷이 더욱 활성화되길 기대하는 인터넷업계의 거센 반발도 터져 나왔다.

그런데 결국 방통위가 아이폰에 무릎을 꿇고 말 것으로 보인다.

다수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21일 방통위 관계자는 "애플이 위치정보사업자 허가를 받지 않아도 아이폰을 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제3의 업체가 사용자의 위치정보에 관해 책임을 지면 출시를 허가하겠다"고 밝혔다. 즉 아이폰 도입에 적극적인 KT가 위치정보사업자로서 책임을 지면 아이폰의 국내 출시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법을 내세워왔던 방통위가 '편법'을 동원하면서까지 아이폰 국내 출시를 허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최종결론은 내일(9/23)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나오겠지만, '한국에서 아이폰 팔고 싶으면 한국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면 될 것 아니냐?'고 배짱을 튕기던 방통위로서는 궁색하기 그지없는 꼴이 된 셈이다.

결국 아이폰 국내 출시를 둘러싼 여러 논란들은 해프닝과 다름없게 된 것인데, 언제나 그렇듯 정부(방통위)의 무책임하고 졸속적인 행정으로 피해를 본 것은 하루 빨리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되길 기다려왔던 사용자들이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방통위의 이런 해프닝은 아이폰의 사례 뿐만 아니라 수차례 확인된 바 있다. 구글의 유투브 서비스를 인터넷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에 적용을 받게 하려다 아무런 실속도 챙기지 못하고 국내외적 망신을 당한 것이 그 대표적 사례요, 나아가 트위터에 대해서조차 인터넷실명제를 적용시키려 시도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위치정보사업자 허가' 건에 대해서는 방통위가 양보했지만 한겨레 보도에 의하면 "방통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위치정보법과 별개로 아이폰이 서비스되면 정보통신망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 항목도 생겨난다며 애플에 대해 행정지도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해, 아이폰에 대한 방통위의 통제 가능성 또한 여전히 여지를 남기고 있다.
(관련글 : "구글이 한국에서 무너지고 있다"는 조선일보 /계속되는 보수신문의 악의적 '구글 까')

말로는 거창하게 '글로벌 스탠다드'니 '국가 경쟁력'이니 떠드는 MB 정부가, 기술의 진보가 가장 눈부신 정보통신 분야에서 그 밑천을 모두 드러내고 만 것이다.

그런데, 정작 더 큰 문제는 주로 정보통신 분야에서 외국계 기업을 상대로 발생한 이런 해프닝보다 국내의 방송분야에서 훨씬 더 심각한 일들이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태섭 KBS 이사를 불법적으로 해임하고, 정연주 KBS 사장 역시 불법적으로 해임시키는 등 이미 벌어진 일들은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 방통위가 벌이고 있는 일들도 유투브나 아이폰 사례에서 본 것 이상으로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것이다.

날치기로 강행처리 시도된 방송법 개정을 둘러싸고 헌법재판소에서 유효성에 대한 판단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방통위가 한나라당이 처리 시도한 방송법 개정안을 토대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밀어붙이는 게 대표적이다. 한나라당의 방송법 개정이 무효가 될 경우 조중동과 재벌이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에 진입할 수 없음에도, 방통위는 헌재의 판단이 있기 전부터 '올해 안에 종편을 도입하겠다'며 조중동방송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사실상 '특혜'를 요구하는 조선일보 기사

특히 조중동 중 누군가가 만들게 될 것이 확실한 새로운 종합편성방송의 채널을 앞자리로 해야 한다면서, 방통위에게 아무런 권한도 없는 케이블 채널 배정권이 마치 자기네에게 있는 것처럼 사업자들을 압박하고 분위기를 몰아가는 것을 보면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 이런 방통위와 손뼉을 맞춰 지면을 통해서는 노골적으로 특혜를 요구하고, 기업들과 지역신문에게 사실상 자신들의 방탄막이나 다름없는 컨소시엄 참여를 압박하는 조중동 또한 가관이다.

컨소시엄 참여를 압박하는 조중동에 대한 경향신문의 기사

아이폰 국내 출시를 막아왔던 방통위를 굴복시킨 것처럼 방송을 장악하고 통제하고 조중동을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방통위 또한 굴복시켜야 한다. 방통위가 정보통신 분야에서 유투브 사용자와 트위터 사용자와 아이폰 사용자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사업자를 통제하려 했던 것처럼 방송계가 방통위의 뜻대로 재편된다면 시청자들은 채널은 다양해졌으되 내용은 천편일률적인 방송들을 봐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하고 그나마 공적 서비스를 수행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들도 더욱 통제당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아이폰이 출시되길 바라는 여론이 방통위를 굴복시킨 것처럼 방송의 공공성과 실질적인 다양성을 요구하는 여론이 방송을 장악하려는 방통위를 굴복시켜야 한다. 1년 사이 KBS가 망가진 것처럼 방송 전체가 망가지는 것을 바라는 사람이 아니라면, 글쓰기, 토론, 서명 등 다양한 방법으로 먼저 헌재의 올바른 판단을 촉구해 하루라도 빨리 헌재가 날치기 처리 시도된 방송법 개정안을 무효로 판결내리도록 작은 힘이라도 모을 수 있다. 방통위의 방송장악을 저지하고, 조중동방송을 막아내는 데는 모름지기 이런 여론들의 지지와 행동이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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