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김제동 '오마이텐트' 편성불발과 방문진 감사의 월권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09. 11. 16. 16:45

본문

지난 10월 16일 파일럿편성되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던 MBC '오마이텐트'가 정규편성에서는 제외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KBS '스타골든벨'에서 갑작스럽게 하차했던 김제동이 단독으로 진행을 맡아 '캠핑토크멘터리'라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며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지만, 결국 MBC의 가을정기개편에서 제외된 것이다.

'오마이텐트'는 이른바 예능인을 메인 진행자로 내걸었지만 예능프로그램은 아니었다. MBC 시사교양국에서 제작하는 교양프로그램으로서 재미와 진지함을 넘나드는 김제동의 재능을 살릴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으로 기대됐지만, 끝내 김제동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만 한차례 풀어냈을 뿐, 초대손님은 한 명도 부르지 못했다. 제작진에서는 시청자들의 호평으로 정규편성을 기대하며 초대손님 섭외에도 공을 들였다고 하는데(듣기로는 타이거JK가 섭외직전이었다고..), 아쉽게 됐다.

'파일럿편성'되었다가 정규편성에서 살아남기도 하고, 제외되기도 하는 일은 방송사의 편성전략에 따른 것이니 뭐 새삼 문제삼을 것은 없다. 계속 갈 프로그램이냐, 아니냐를 한 번 떠보는 게 파일럿편성의 목적이니 떠보고 아니다 싶거나 전망이 불투명하면 얼마든지 편성에서 제외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오마이텐트'의 정규편성 불발은 아쉽다. 11시가 넘은 시간에 12.1%라는 높은 시청률을 올렸을 뿐 아니라,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기에 원래 '파일럿'의 목적대로라면 정규편성되는 게 정해진 수순인 것 같은데, MBC의 편성팀의 판단은 달랐나보다.

듣기로는 10월 16일 파일럿 방송분이 김제동 퇴출 논란이 막 뜨거울 때 방송되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반응이 정규편성에까지 이어진다고 보기는 무리라는 것과, 아울러 '오마이텐트'가 초대손님과 대담을 하는 프로그램인데, 김제동 자신이 스스로를 얘기한 것을 가지고 평가하기도 힘들다는 등의 의견이 MBC 내부에 있었던 것 같다. 전혀 이해되지 않는 이유는 아닌데, 그렇다면 왜 애초에 김제동 혼자만 다루는 포맷의 파일럿편성을 했는지 그것도 의문이긴 하다.

그런데, 이번 '오마이텐트'가 편성 불방이 되는 과정을 보면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이 있다.

지난 11월 4일 MBC의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회에서 김제동이 출연한 '오마이텐트'에 대해 "김제동 개인에 대한 편견은 없지만, KBS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하차시킨 상태에서 MBC가 한 달도 되지 않아 곧바로 캐스팅해, MBC 프로그램 진행자로 위촉한 것은 MBC의 자존심과 자부심을 훼손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KBS가 잘랐으니 MBC도 김제동을 쓰지 말아야 된다는 말인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캐스팅했다는 게 문제인지, 그게 또 MBC의 자존심과 자부심 훼손과는 무슨 상관이 있는지, 나아가 김제동이 현재 출연중인 '환상의 짝꿍'에서도 그를 퇴출시켜야 한다는 것인지, 그 의미를 이해하기가 무척 난해하지만 어쨌든 방문진 이사회에서 저런 발언이 버젓이 나왔다.

우선 전후관계만 짚자면, 김제동의 '오마이텐트' 출연과 제작은 김제동의 '스타골든벨' 퇴출보다 먼저 이뤄져 KBS가 자른 김제동을 MBC가 캐스팅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하지만 저런 발언이 방송의 전문가 중의 전문가들이 모였어야 할 방문진 이사회에서 등장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방문진 이사회에서 프로그램 출연자 섭외를 문제 삼는 저런 발언이 등장하는 것 자체가 어이 없는 일이다.
방문진법 제5조에 규정한 방문진의 '업무'에 의하면 방문진은 "진흥회가 최다출자자인 방송사업자의 경영에 대한 관리 및 감독"을 하도록 되어 있다. 방문진이 최다출자자인 방송사업자가 곧 MBC니, 방문진은 "MBC의 경영에 대한 관리 및 감독"을 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출연자 캐스팅이나 편성, 방송 내용에 대해 방문진이 왈가왈부할 권한이 없는 것이다.

방문진법 제10조 5항에서 "공적 책임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MBC의 공적 책임이 KBS에서 자른 연예인의 출연 여부와 연관되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지난 8월 새롭게 구성된 방문진에서는 이 같은 월권이 버젓이 시시때때로 자행되고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김제동과 관련한 저 발언을 한 사람이 방문진 이사도 아닌 '감사'라는 것이다.

김영 방문진 감사(이미지-미디어오늘 이치열 기자)

8월 새롭게 방문진 감사가 된 사람은 부산MBC 대표이사 등을 했던 '김영'이라는 사람이다. 김영은 미디어법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위해 구성되었던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에 한나라당이 추천한 위원으로도 참석한 적이 있는데, 함께 미발위 위원을 했던 김우룡(방문진 이사장), 최홍재(방문진 이사) 등과 함께 새롭게 구성된 방문진에 '감사'로 입성했다.

방문진법 제7조에서 규정한 '임원의 직무'에 의하면 방문진 감사의 직무 "진흥회의 업무 및 회계에 관한 사항을 감사한다"고 정해놓고 있다. 즉 방문진 감사가 할 일은 방문진의 업무에 대한 감사이지 방문진 이사들도 함부로 할 수 없는 MBC의 출연자 섭외나 편성, 프로그램 내용 등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방문진 감사 김영의 김제동 관련 발언은 명백한 월권이자, 방문진 감사의 자격을 스스로 내팽개친 망언이나 다름없다.

김영의 '월권'은 이번만이 아닌 것 같다. 야당추천으로 방문진 이사가 된 한상혁 이사는 지난 9월 "방문진의 감사는 방문진의 경영에 대한 감사가 소임일 뿐임에도 본인의 역할과 무관한 MBC 보도문제에 수시로 의견을 개진하는 등 월권을 하고 이사장도 이를 방치 내지 묵인하고 있다"고 김영에게 직격탄을 날린 적이 있다.

그럼에도 김영은 주제를 모르고 계속해서 방문진 이사회에서 엉뚱한 발언을 쏟아내고, 김우룡은 이를 방치 내지 묵인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김영의 발언 때문에 '오마이텐트'가 정규편성에서 제외된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아직 MBC가 그 정도로 맛이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김영의 발언이 MBC 편성 관계자나 경영진들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볼 수도 없다. 단 0.1%의 영향이라도 미쳤다면 그건 엄청난 문제다. 그리고 지금 방문진은 그런 엄청난 일들이 언제든 상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아무런 제어장치없이 계속 그런 일들이 반복된다면 MBC에서는 김제동처럼 정권에 밉보인 사람들은 씨가 마르게 될 것이다. 이미 손석희는 '100토론'에서 쫓겨났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