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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룡 그냥 두면 MBC노조 간판 내려야

코후비기(잡설)

by hangil 2010. 3. 1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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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사고를 제대로 쳤다. 예사 사건이 아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자백'을 받아낼 가망은 전혀 없어보였던 MB정권의 MBC 장악의 의도와 전말이 그의 입을 통해 낱낱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신동아 4월호에 게재된 <"김재철 사장, '큰집'에 불려가 조인트 맞고 깨진 뒤 좌파 정리했다">는 그 내용이 상상을 초월한다. 도대체 김우룡이 신동아 기자에게 어떻게 저런 말까지 했는지 그의 상식과 수준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다. 아마 김우룡은 신동아가, 그리고 신동아 기자가 '자기 편'이라 여겼나보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털어놔도 알아서 적당히 쓰겠거니 여겼나보다.

하지만 착각이다. 신동아는 아직 모기업인 동아일보만큼 망가지지는 않았다.

신동아 4월호


신동아에 실린 김우룡의 발언은 하나하나 인용하는 것조차 민망하기 짝이 없다. 그래도 몇 구절 인용해보자.

- (엄기영 사장이 자신의 인사안이 거부되고 사퇴를 하며 "방문진이 뭘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
"뭐긴 뭐냐, 나가라는 것이지. 어차피 내보내려고 했는데 자기 발로 나갔으니 120% 목표 달성했다."

- ('엄 사장 사퇴는 예상한건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솔직히 2월말까지는 버틸 줄 알았어요. 그때까지도 안 나가면 해임하려고 했어요."

- ('엄 사장과의 갈등이 계속됐죠'라는 기자의 말에)
"(엄 사장과) 얘기가 잘될 줄 알았지. 그런데 얘기가 잘 안되더라고. 내 앞에서는 네네~ 하면서, 돌아서면 뒤통수를 치는거야. 그래서 내가 사표를 내게 했지."

- (MBC 사장의 조건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건 방문진과 조율할 수 있는 사람이냐는 겁니다. 쉽게 말해, 말귀 잘 알아듣고 말 잘 듣는 사람이냐는 게 첫 번째 기준이었다는 겁니다."

- (김재철 사장의 임원/계열사 사장 인사에 대해)
"공정방송을 실현하고 무능한 사람을 정리하고, 특정 정권에 빌붙은 사람을 척결한다는 의미에서 80점 정도는 되는 인사라고 평가합니다. 그리고 이번 인사는 김재철 사장 (혼자 한) 인사가 아닙니다. 처음에는 김 사장이 좌파들한테 얼마나 휘둘렸는데. 큰집도 (김사장을) 불러다가 '쪼인트' 까고 매도 맞고 해서 (만들어진 인사입니다)."

- ('김사장 큰집에 갔다 왔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큰집에 들어갈 수 있어? 밖으로 불러내서..., (김사장이) 좌파를 끌어안고 가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이번 인사로) MBC 좌파 대청소는 70~80% 정도 정리됐습니다."

- ('김사장 역할이 청소부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내가) 청소부 역할을 해라(하니까) 그러니까 김재철은 청소부 역할을 한 거야. 그 점은 인정을 해야 돼요. 물론 김재철이 안 하려고 했지, 그걸로 (김재철 사장은) 1차적 소임을 한 거야."

- (김재철 사장 체제도 만만치 않네요'라는 기자의 말에 대해)
"엄 사장이 나가면서 이제 공영방송을 위한 8부능선은 넘어섰다. MBC 내의 '좌빨' 80%는 척결했다(고 생각합니다)."

김우룡의 이런 발언들 가운데 특히 '큰집'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는 신동아 기자조차 기사에서 "김 사장이 MBC 간부 인사를 앞두고 권력기관(큰집)과 접촉했다는 김 이사장의 얘기가 사실이라면 이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정부부처도 아닌 언론사의 인사에 개입했다는 얘기가 되는데, 이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문제기 때문이다"라고 우려할 정도였다.

김우룡은 나중에 신동아 기자가 '김 사장이 언제 어디서 누구를 접촉했는지' 추가로 물었는데, 이에 대해 "만났다는 걸 확정적으로 쓰면 안 된다. 그런 얘기가 있다고만 해야 한다"고 할 뿐 충분한 답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까지의 김우룡의 말들은 신동아 기자가 느끼기에도 "일부 발언은 위험수위를 넘나들었다"고 할 정도였고, "대부분 가감없이 공개"된 내용이다.

한마디로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들이 김우룡이 방문진 이사장에 들어선 이후 지난 8개월 동안 MBC에서 벌어진 것이다.

여러 말 할 것 없다. 김우룡은 즉각 방문진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고, MBC 장악의 첨병이 되어 온갖 더러운 짓을 벌였던 것에 대해 당연히 석고대죄해야 한다.

김우룡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반드시 몰아내야 한다. 그 역할을 바로 MBC노조가 해야 한다. MBC노조는 낙하산사장 김재철을 받아들이면서 파업을 접었다. 엄기영 사장이 강제로 쫓겨나게 한 황희만, 윤혁 두 사람을 보도와 제작본부장에서 제외시켰기때문이다. 하지만 그 결과로 김우룡 왈 "MBC 좌파 80%가 청소되었다"는 결과가 벌어졌다.

김재철 사장의 인사로 교체된 사람의 80%가 좌파였다는 말인가, 그 인사를 인정한다면 김우룡의 말을 인정한다는 것인가. 김우룡 왈 "좌파 청소부"라는 김재철 사장을 그래도 인정하겠다는 것인가? 그리고 이런 짓거리를 벌인 김우룡을 그냥 둘 수 있단 말인가.

반드시 책임을 묻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김우룡만큼은 그 자리에서 몰아내야 한다. 이렇게까지 MBC가 난도질당하고 만신창이가 되었는데도 MBC노조가 제대로 된 싸움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미안한 말이지만 MBC노조는 문 닫아야 한다.

이근행 MBC본부장은 총파업을 접으면서 힘을 남겨두겠다고 했다. 남겨둔 힘을 쓸 시기가 도래했다. 지금이 그 때다.

다행이 MBC노조는 김우룡과 관련해 "김우룡이 정권의 비밀을 폭로했든 가벼운 세치 혀로 대한민국을 농락했든 김우룡은 당장 사라져야 할 대한민국 언론의 수치일 뿐"이라며 "인터뷰 내용이 사실이든 아니든 김우룡이 살 길은 없다. 사태를 수습한다며 MBC 주변에 얼씬거리지 말고 병원에 가서 제정신부터 수습해야 할 것"이라 했고, "방문진이 설립된 이래 MBC 구성원들에게 아니 대한민국 방송사에 이렇게 치욕스러운 일은 없었을 것이다. 혀를 깨물며 다짐한다. 반드시 응징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혀를 깨문 MBC노조의 다짐이 실현될 것이라 믿으며 함께 힘을 모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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