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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때문에 김샌 가카와 여사님의 '깜짝' 키스

뉴스후비기

by hangil 2011. 9. 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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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일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잠실 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LG의 경기를 손주들과 함께 관람했다. 특히 이명박-김윤옥 부부는 4회가 끝난 뒤 이른바 '키스타임'에 서로 입을 맞추는 키스까지 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가카 부부의 키스 직후 인터넷에는 엄청난 양의 기사가 사진과 함께 올라왔고, 주말이 지나 월요일인 9월 5일에는 거의 모든 신문에 가카 부부의 키스 모습이 담긴 사진 기사가 게재됐다.

과연 휴일 대통령 부부가 프로야구 경기를 직접 경기장을 찾아 관람하고, 키스 타임 이벤트까지 참여한 이 소식을 언론들은 어떻게 다루어야 했을까?


그보다 앞서 가카 부부의 야구 관람과 키스에 대해 관전평을 하자면, 개인적으로 그 모습을 보며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알흠답지' 못한 모습이라 생각하지만, 이는 가카와 여사님에 대한 개인적인 호불호일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며, 화제가 되기에 충분한 사안이라 생각한다.

대통령도 인간인데 야구를 볼 수도 있고, 뽀뽀도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어떤 분들은 '나라가 이 지경인데, 무슨 짓이냐?'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 모두를 나랏일과 연관시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야구장 관람 자체가 전혀 지탄받을 일은 아니고, 부부 사이의 키스라는 것도 전혀 문제될 것 없다.

다만,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에 언론과 여론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공개된 장소의 행위라는 것은 당연히 널~리 알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가카 부부의 키스가 '깜짝쇼', '깜짝 이벤트'라 하기는 힘들 것이다.

가카와 청와대로서는 가카 부부의 다정한 모습을 알려 친근한 이미지를 얻고 싶었을테고, 좋은 쪽으로의 화제에 오르내리고 싶었을 것이다.

언론들은 가카와 청와대의 그런 의도에 백분 화답해 기꺼이 가카 부부의 키스를 널리 알렸고, 걔중에는 "다정한 남편이자 친절한 아저씨" 따위의 제목으로 가카의 좋은 이미지 형성에 적극 기여하기도 했다.

인터넷매체 가운데는 한 개 매체가 가카 부부 키스 사진이 담긴 5~6개의 기사를 제목만 요리조리 바꿔가며 연이어 올린 곳도 있을 정도다.

가카 부부의 야구장 키스를 보도한 언론 중 무엇보다 관심이 갔던 건 방송뉴스였는데, 9월 3일 지상파 방송3사는 모두 메인뉴스프로그램에서 가카 부부의 야구장 관람을 보도했다. 하지만 가카 부부의 키스 모습을 다루는 방식은 방송3사 모두 달랐다.

특히 MBC는 뉴스데스크에서 가카 부부의 키스 장면을 따로 떼, 가카의 야구 관람 소식을 전하며 "'키스타임' 때 입맞춤하는 모습이 전광판에 나와 관중들의 박수를 받았다"고 보도하기까지 했다.


MBC와 함께 '가카방송'으로 자리잡은 KBS가 프로야구 경기 소식을 한꼭지의 보도에서 종합해 전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만원 관중이 운집한 잠실 야구장을 찾았다. 관중들과 함께 이벤트에도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고 보도한 것과, SBS가 역시 프로야구 소식을 종합해 전하면서 "한편, 이명박 대통령이 가족과 함께 잠실구장을 찾아 이 경기를 관람해 눈길을 끌었다"며 아예 가카의 키스 장면을 빼고 보도한 것과 비교하면 단연 돋보이는 발군의 '가카방송'다운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렇게 가카와 여사님이 야구장을 찾는 여느 국민과 다름없는 모습을 보이고, 거기다 키스 타임에 "정열적인 키스"(서울경제의 어떤 기자는 이렇게 표현했다)까지 하며 환호와 갈채를 받는 등 다정한 부부의 모습을 맘껏 과시했는데, 한국일보가 살짝 찬물을 끼얹었다.

한국일보는 스포츠면에서 <대통령도 영부인 입에 '쪽'>이라는 제목으로 종합일간지 가운데서는 가장 상세히 가카 부부 키스를 기사화했는데, 그 내용을 보면 가카의 키스가 '깜짝'이 아니라는 것까지 알게 한 것이다.

LG 관계자는 4일 "2일 사전 답사차 야구장을 방문해 이벤트를 지켜본 청와대 측에서 먼저 대통령의 키스 타임 참여 의사를 밝혀 와 깜짝 놀랐다"면서 "대통령 덕분에 팬들의 관심도가 더욱 높아질 것 같다"고 밝혔다.


즉 가카와 여사님의 키스가 이미 사전에 준비된, 각본에 따른 이벤트라는 것이다. 한국일보에 의하면 LG 구단측 장내 아나운서인 허지욱씨도 "미리 약속된 상황이었음에도 굉장히 조심스러웠다"고 말해 준비된 하루 전부터 준비된 '가카와 여사님의 깜짝 키스'의 전말을 증언했다. 한마디로 '짜고 치는 고스톱'인 셈이다. 비록 대통령의 키스가 어느 정도는 준비됐을 거라 지레짐작했지만, 그 전말을 실제로 확인하니 씁쓸하다.


자, 이 정도되면 대통령 부부의 키스에 대한 비판도 어느 정도 제기될 수 있다. 현장에서 즉석으로 이뤄진 '다정한 대통령 부부의 사랑 표현'이 아니라, 비밀 작전이라도 수행하듯이 하루 전부터 '대통령 부부의 키스'를 기획하고 실행한 청와대를 두고 '할 일이 그렇게 없냐?'는 지적, 할 수 있는 것이다.

나 또한 대통령 부부도 야구 보러 갈 수 있고, 키스 타임에 다른 국민들처럼 뽀뽀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가, 한국일보 기사를 보고는 김 샜다. 그리고 만약 다른 언론들이 한국일보처럼 '가카 부부 키스'의 전말을 알고 있었다면 혹은 취재 과정에서 확인했다면 마치 자기들이 깜짝 놀란 것처럼 보도하는 건 독자를 기만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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