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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김진애 모자이크, 방송사고나 다름없다

뉴스후비기

by hangil 2012. 2. 27.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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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4일 업데이트된 '뉴스타파' 5회를 보면 대단히 재밌는 내용이 눈에 띈다.
'뉴스타파' 꼭지 중 하나인 '공갈뉴스'에 등장한 내용인데, 정리하면 이렇다.


지난 2월 13일 방송된 KBS 뉴스에서 4대강사업 낙동강 구간 중 함안보 하류에서 발생한 거대한 세굴현상(거센 물길에 강바닥이 패이는 현상)으로 강바닥에 깊이 26m의 협곡까지 발생한 사실을 보도했는데, 전날 환경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이 벌인 현장조사와 기자회견 모습을 현장 화면으로 썼다.

보도 내용 자체는 좋았다.

2월 13일 KBS 아침뉴스 '뉴스광장'


"전문가들은 이대로 두면, 강바닥의 토사 유실로 보가 흔들려 두 동강 날수도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며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의 강한 우려를 가감없이 전했고, "수자원공사는 대형매트와 철제빔 등을 동원해 `바닥 보호공' 공사를 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여름 홍수기마다 추가 `세굴'이 반복돼, 보강 공사에 막대한 예산이 계속 들어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고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다.

(관련글 : 사상누보 4대강사업, 청문회 반드시 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정권의 명운을 걸다시피 속도전으로 추진하고 있는 4대강사업을 두고 KBS가 비판적으로 보도한 것 자체는 의미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보도에 대한 의문은 다른 곳에서 발견됐다.

바로 현장에서 있은 기자회견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뜬금없는 모자이크가 등장한 것이다.

2월 13일 KBS 아침뉴스 '뉴스광장' 중


캡쳐한 뉴스 화면을 보면 KBS는 기자회견에 참가한 사람 중 누군가의 얼굴을 화면을 뿌옇게 처리하는 블러 모자이크로 지워버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KBS가 모자이크로 지운 사람은 바로 민주통합당 김진애 의원이었다.

김진애 의원은 국회의원 가운데 4대강사업에 가장 비판적인 활동을 펼쳐온 인물이다. 건축가 출신이자 도시계획 전문가로, 4대강사업에 대한 정치적 반대를 넘어 전문성을 가지고 4대강사업의 문제를 도맡아 파헤쳐 온 국회의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회의원들 가운데 4대강사업 현장을 가장 많이 찾은 인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19대 국회가 반드시 해야 할 일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4대강사업 청문회'에 빠져서는 안 될 인물로 이야기되고 있으며, 그 자신 또한 19대 국회에 들어가면 "반드시 4대강사업 청문회를 열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2월 12일 함안보 현장에서 있은 기자회견 모습. 김진애 의원의 모습이 뚜렷하게 보인다.(사진출처-김진애의원 블로그)


KBS는 바로 이런 인물의 얼굴을 지워버린 것이다. KBS는 대체 왜 그랬을까? KBS가 김진애 의원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한 것은 의도적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데, 도대체 그 의도를 짐작하기가 힘들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정권의 나팔수나 다름없는 관제방송으로 전락한 KBS가 정권에 미운 털이 박힌 야당 정치인의 존재를 부각시켜주는 것이 싫어서'라고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건 너무 유치하다. 어린애 장난도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해당 보도가 이왕 정권에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데 굳이 정권에 비판적인 정치인의 얼굴을 지워버릴 이유가 대체 뭘까? 특히 이 뉴스를 만든 기자라면 분명히 당시 현장에서 김진애 의원이 보트를 타고 물에 들어가 수심을 측정하는 등 얼마나 핵심적인 역할을 했는지 알고 있을 것인데, 현장화면을 편집하면서 유독 김진애 의원의 얼굴을 지울 이유는 전혀 없다.

뉴스타파를 통해 이 사실이 알려지자 혹자는 '선거 시기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하는데, 이는 전혀 이유가 될 수 없다. 선거방송심의규정에 선거에 출마했거나, 하려는 사람이 선거일 90일 전부터 방송에 출연할 수 없는 조항이 있긴 하지만 이 규정은 "방송 및 보도·토론방송을 제외한 프로그램" 즉 예능이나 교양프로그램 등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도프로그램은 전혀 상관없다.

최근 영화 '부러진 화살'에 출연한 문성근 민주당 최고위원이 '부러진 화살' 광고나 영화정보프로그램 등에 등장한 것을 방송통신심의위가 규정 위반이라고 결정한 것이 바로 이 조항을 기준으로 한 것인데, 그런 문성근 최고위원도 뉴스에는 얼마든지 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 '부러진 화살'에 판사 역으로 출연한 문성근


그렇다면, 도대체 이유가 뭘까? 이유가 짐작조차 되지 않기에 개인적으로 이번 'KBS의 김진애 모자이크'를 방송사고로 규정한다.

도대체 누가 결정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청와대의 압력? 국토부의 압력? 아니면 KBS의 자체 검열? KBS의 자체검열이라면, 누가 "김진애 얼굴 지워!"라고 지시했을까? 사장? 보도본부장? 보도국장? 사회부장? 정치부장? 아니면 뉴스를 만든 기자?

해프닝이나 다름없는 사건이지만, 이 사건 하나만으로도 KBS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이런 사실이 보도가 나온 뒤 10일이 더 지나서야 해직언론인들이 만든 인터넷뉴스를 통해 알려지고 조롱거리가 되는 것 또한 외면받는 KBS의 현실이 아닐까? 이런 방송이 공영방송이라...기가 찬다.

뉴스타파 5회 '공갈영상' 중(캡쳐이미지출처-김진애의원 트위터)


언론노조 KBS본부가 3월 6일부터 파업에 들어간다고 한다. MBC와 함께 양대 공영방송이 공동파업을 벌이는 것이다. 제발 승리하시라. 뉴스에서 이런 장난질이나 봐야 하는 시청자들이 처량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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