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탈북한 동아일보 기자, 옛동지를 고발하나?

조중동 잡다구리 후비기

by hangil 2009. 6. 3. 17:04

본문

국정원에서 북한의 최고권력이 김정일 위원장에서 그의 3남 김정운에게로 공식 세습됐다고 확인해줬다고 한다.
얼마나 정확한 정보인지, 과연 사실인지 아직은 판단하기가 이르다.
그런 와중에 동아일보에 실린 장문의 '편지' 하나가 눈길을 끈다.
북에서 김일성종합대학까지 다니던 이른바 엘리트 출신으로서 탈북한 뒤 동아일보 기자로 있는 주성하가 쓴 '편지'다.

6월 3일 동아일보에 게재된 탈북기자 주성하의 편지

<10여년전 그날, 부자세습에 분노했던 김일성대 학우들이여...>라는 제목의 이 편지글은 "탈북 주성하 기자가 북의 옛 친구들에게 쓴 '회한의 편지'"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주성하가 실제 경험했다는 것을 전제로 "넌 우리 사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라는 물음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처참한 북한 사회의 현실이 곳곳에 담겨 있는 이 편지에는 주성하가 10여년 전 자신과 김일성대를 함께 다녔던 몇몇이 거론된다.
주성하가 3년을 지켜본 뒤 '우리 사회를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물어보자 고발하지는 않고 대신 주성하의 생각을 돌리려 애썼다는 A.
'투쟁의 불씨가 되겠다'며 김일성대 22층에서 삐라를 뿌리고 분신 자결하겠다고 했던 B.
금서를 잘 구해오던 C.
그리고 엘리트 군인으로 10년을 바치고 대학에 왔던 'D동지'가 등장한다.

주성하가 이들을 A, B, C, D 등 익명으로 쓴 이유는 당연히 아직도 북한에 있는 그들을 보호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주성하의 편지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라면, D에 대한 주성하의 표현은 북한 정권에 D를 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성하는 'D동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

엘리트 군인으로 10년을 바치고 대학에 왔었죠. 나이가 많아 우린 D동지라고 불렀었죠. 내가 먼저 접근했던 다른 사람들과 달리 D동지는 "우리 사회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먼저 내게 물었죠. 당신의 현실 인식과 분석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졸업 후 최고위급 간부의 사위가 되어 출세의 길에 들어섰죠. 정운의 후계 추대를 계기로 북한 간부들이 충성 경쟁을 벌인다고 들었습니다. D동지 역시 앞장서고 있나요?

 

주성하의 편지 가운데 'D'언급 부분

주성하를 비롯한 탈북자들이 기회날 때마다 얘기하는 것처럼 북한 사회가 그토록 엄혹하고 철통같은 감시 체계 아래 있는 사회라면, 주성하의 편지글에 등장하는 'D동지'는 누군지 금방 드러나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주성하가 김일성대를 다닐 무렵에 '엘리트 군인'으로서 '10년을 바치고' 온 나이 많은 학생으로서 '졸업 후 최고위급 간부의 사위가 된 사람'이라면 조사하면 다 나오지 않을까?

주성하는 '우리 사회 어떻게 생각해'라는 한마디로 "정치범이 될 것이 뻔하다"고 했다. 또 "김일성대 출신이 처형되는 경우엔 주민들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며 공개총살이 아니라 비밀리에 처형된다고 들은 바 있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남한 사람들에게 "자신이 분신해도 자신의 가족은 함께 몰살되지 않음에 감사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정리하자면, 만약 자신의 편지글로 'D동지'가 누군지 들통날 경우 D는 정치범이 되어 수용소에 갇히거나 비밀리에 처형당하거나, 심지어 그의 가족까지 몰살될 수 있다는 거다.


주성하의 편지에 등장하는 여러 내용들이 사실인지 아닌지 내가 알 길은 없으나, 사실이라고 가정한다면 주성하는 왜 D에 대해서만큼은 이렇게 상세하게 썼을까? 그가 졸업 후 최고위급 간부의 사위가 되어 출세의 길에 들어섰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만약 그렇다면..... 섬칫하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