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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라 퇴출은 시청자의 몫, 진성호는 관심끄길

쇼오락후비기

by hangil 2009. 10. 23.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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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밝혀둔다.
나는 '방송인' 김구라를 좋아하지 않는다. 비록 인터넷방송 '프랑켄슈타인' 시절 '김구라의 도시탈출' 때부터 그의 방송을 듣고, 봐 왔지만, 보면 볼수록 아니다 싶은 생각을 들게 만드는 사람이다.

처음 육두문자를 시도때도없이 쏟아내며 거친 입담과 '독설'을 날리던 그에게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면서 찬사를 보냈던 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갈수록 별 다른 알맹이없어 그저 거칠고 자극적인 수위의 발언과 주변 사람들을 무안주고 창피를 안기는 것으로 '썩소'를 자아내게 만드는 그의 말재간은 갈수록 식상해졌다.

'독설'로 인기를 얻은 김구라인데, 나에겐 그가 정말 방송의 '독'처럼 느껴졌다. 점차 가벼워지고 자극적으로 변해가는 방송에서 김구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과히 적지 않았다. 방통심의위가 '막말 1위' 연예인으로 그를 지목한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그런데, 이런 김구라를 두고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이 퇴출을 요구했다고 한다. 국감장에서 김구라의 막말 장면까지 직접 보여줬다고 한다. KBS 낙하산 사장 이병순씨에게 "연예·오락프로그램 진행자 등을 정할 때 개입하고 있냐"며 "공정방송을 하려면 앞으로는 개입을 해야 한다. 저런 분(김구라씨)은 좀 빼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국회의원께서 오지랖도 넓으시지 일개 연예인의 프로그램 출연에까지 간섭하고, 출연시켜라 마라를 국감장에서 방송사 사장을 대상으로 묻고 있으니, 참으로 대단하다.

하지만 죄송하고 미안하게도 김구라 퇴출은 진성호 의원이 상관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아니 오히려 진 의원때문에 김구라도 정치적 탄압을 받는 것처럼 비춰져 오히려 김구라의 막말에까지 동정여론이 일까 우려된다. 심지어 김구라에 대한 정치적 탄압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일각에서 김구라를 문제삼자 곧바로 대한나라당 국회의원께서 국회에서 김구라 퇴출을 주장하니, 무슨 진성호 의원께서 듣도보도 못한 어떤 분의 하수인도 아닐진대 그래도 연결짓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즉 진성호 의원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정말 막말방송을 문제삼고 싶었다면 시점도 방법도 잘못된 것이다. 김구라가 가장 심하긴 하나, 막말은 우리 방송의 전반적인 현상이다. 그렇다며 그런 연예오락프로그램 전반에 대해 포괄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지적과 대안을 제시해야지 김구라 한 명 퇴출되면 막말 방송이 사라질 것처럼 국감장에서 국회의원에 비하면 약하디약한 연예인 한명을 표적삼는 건 치사하고 야비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막말방송과 김구라를 지상파방송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면, 그런 요구를 할 사람은 진성호 의원이 아니라 시청자들이다. 시청자들이 막말방송을 외면하고 비판을 강하게 제기한다면 막말방송은 하라고해도 하지 않을 것이고, 김구라를 출연시키라고 해도 쓰지 않을 것이다.

즉 문제는 현재 막말이 횡행하는 예능프로가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진 의원이 김구라를 문제삼았는데, 이런 탓에 최근 방송가(지상파와 케이블을 망라해서)에서 가장 바쁜 사람으로 김구라가 일등을 가지 않을까싶다.

지상파만 해도 SBS '절친노트', '붕어빵', KBS '스타골든벨', MBC '세바퀴', '황금어장', '오빠밴드'.... 각종 예능의 비정규 패널까지...

정말 지겨울 정도로 TV에 얼굴을 들이미는 김구라를 보며, '과연 김구라는 자신이 맡은 프로그램에서 최선을 다할까?' '오로지 막말로 버티는게 아닐까?'라며 걱정아닌 걱정까지 들 정도다.

어쨌든 막말방송이 시청자들로부터 선호도가 높은 건 사실이다. 잘나가는 '무한도전'에도 적지 않은 막말이 등장하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시청자들이 막말방송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따져보고, 방송에서 막말을 차츰 줄여나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제시하는 것이 적어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라는 긴 이름의 상임위 위원이신 국회의원이 할 짓이 아닐까.

그런데 혹시, 진성호 의원은 아는지 모르겠다.
김구라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무려 햇수로 4년 동안이나 조선일보에 '고정칼럼'을 썼다는 사실을. 진성호 의원은 2008년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되기 전 조선일보 기자였다. 그것도 미디어 전문기자라는 타이틀까지 가졌던 조선일보 직원이었다. 즉 김구라가 조선일보에 칼럼을 쓸 때 진성호는 조선일보 중견 직원이었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된 '김구라의 쿨가이'


김구라가 막말과 독설로 유명세를 얻기 시작한 건 개나 소나 다 아는 사실이고, 그런 김구라에게 조선일보까지 고정칼럼을 제공했으니, 김구라가 더욱 승승장구했던 것 아닌가. 김구라가 지금 막말로 활개를 치게 된 데는 조선일보의 공 또한 적지 않은 것 같은데, 진성호 의원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조선일보 기자시절 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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