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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배속(?) 드라마, 아이리스

드라마후비기

by hangil 2009. 10. 29.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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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낯이 좀 뜨거웠다.
손발이 오그라들어 계속 보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렇게 많은 제작비를 쏟아붓고도 어찌 이렇게밖에 만들 수 없나 싶었다.

KBS 수목드라마 '아이리스' 말이다.


수레짐꾼으로 변신한 이병헌이 모자를 눌러쓰고 빠져나가려는 때, 마침 김승우가 발견하고 총을 꺼내자 이병헌이 지나던 시민을 인질로 잡고 대치하던 장면. 어디선가 나타난 현지 경찰이 왜 하필 같이 총을 들고 서 있던 김승우와 이병헌 중에서 김승우측에게만 총을 놓으라고 했는지, 도대체 그 와중에 이병헌만 어떻게 홀로 아무런 경찰의 제지없이 빠져나갈 수 있는지는 묻지 않겠다.

김태희가 타고 있다고 믿던 차가 폭발하자 '잠시' 차 뒤에 숨어 충격에 빠졌던 이병헌을 두고 왜 김승우측이 하필이면 그렇게 멀리서만 총을 쏴댔는지, 그렇게 쏟아지는 총탄을 이병헌은 어떻게 그렇게 잘도 피해다닐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묻지 않겠다.

누구 말대로 어쨌든 이병헌은 불사조 터미네이터처럼 살아남아야 '아이리스'가 계속 방송될 수 있을테니깐.

하필이면 이병헌이 활주로에 도착하자마자 경비행기가 어디선가 날아와서, 마치 택시를 잡아타듯 이병헌을 당연한듯 경비행기에 올라타 조종사를 끌어내리고 대신 조종간을 잡은 것에 대해서도 묻지 말자. 이병헌은 어디론가 날아가야 할테니깐.

김승우와 이병헌 사이의 급박하기 그지없었던 '스피디'한 추격씬 끝에, 비행기 활주로까지 달아난 이병헌을 정준호는 어떻게 따라올 수 있었는지도 묻지 말자. 어쨌든 이 둘은 계속 갈등해야 할테니깐.

손발이 정말 오그라들었던 장면은 '긴박한 추격씬'이었다.
이건 뭐, 80년대 '돌아이' 시리즈에서나 봤던 빨리감기라니. 2009년 200억원을 쏟아부었다는 블록버스터 드라마에서 이런 장면을 볼 수 있을 거라고는 미처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했다. 추측컨대 2배속은 더되고, 4배속 정도는 될 것 같은 화면전개였다.

여기저기서 지적하는 흔들리는 카메라워킹이 추격씬에서만큼은 필수적이었다. 카메라마저 고정되어 있었더라면 빨리감기가 너무나도 확연하게 티가 나니깐. 나에게는 '아이리스'의 추격씬이 '주몽'에서 봤던 '전쟁놀이'에 버금가는 코미디로 보였다.


앞서 쓴 글에서 '아이리스'를 두고 '블록버스터다운 블록버스터'라고 평가했다. 액션에 있어 허점이 수두룩하지만, 캐스팅과 연기, 그리고 영상에서만큼은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일단 취소다. 적어도 5회에서만큼은 김승우나 김소연이나 이병헌이나 모두 '긴박한 추격씬'은 긴박감있게 실감나게 묘사할 정도의 연기를 못보여줬고, 영상도 꽝이었다.

이대로라면 '아이리스'는 실패한 블록버스터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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