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2곳 승리 의미있다"는 동아일보

10.28 재보궐 선거가 한나라당의 참패로 끝났다.

수도권에서 모두 지고, 세종시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충청 지역에서 심판받았으니, 준엄한 민심의 경고요, MB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심판이다.

양산에서 박희태가 이기긴 했지만, 그의 말대로 이겼다고 좋아만 하기에는 부끄러운 결과다.

이런 선거 결과를 놓고, 동아일보는 오늘 사설 <재·보선 2대3, 민심은 맵다>에서 "(2003년부터 지금까지)집권 여당이 한번도 이긴 적이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한나라당이 2곳에서 승리한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무슨 X소리일까. "그러나 한나라당은 국정을 책임진 집권 여당으로서 패배 쪽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을 붙이긴 했지만 말장난이다. 지네가 보긴에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결과고, 한나라당에게는 '패배로 받아들이라'는 것도 아니고 '패배 쪽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니, 나같은 범부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궤변이다.

10월 29일 동아일보 사설

그러면서도 또 나중에는 "2대3의 결과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한나라당의 패배"라고 또 규정하니, 이 사설을 쓴 사람은 무슨 정신으로 썼는지 도저히 이해불가다. 하지만 결국에는 '패배'라고 인정하면서도 그 원인을 두고 "공천실패의 탓이 크다",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박근혜 전 대표의 '원안+알파' 발언까지 겹치면서 자중지란의 양상을 보였다"고 해석하며, "민주당이 이번 재·보선 결과를 '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몰아가는 지나치다"고 하니 동아일보가 왜 이런 정신분열적 사설을 썼는지 조금은 이해된다.

이번 재보선 결과는 그저 한나라당으로서는 공천을 잘못하고, 박근혜가 돌출발언을 한 탓에 그저 "민심의 매운맛을 톡톡히 본 셈" 정도이고, MB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심판은 아니라는 거다. 철저히 한나라당의 시각에서 정치공학적으로 해석한 것일뿐, 유권자들이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왜 MB에 대한 지지율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는지, 더구나 한나라당의 텃밭이라던 양산에서조차 박빙의 승부가 나게 되었는지, 국민의 입장에서 선거결과를 분석하려는 시도는 전혀 하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한 분석이다. 재보선 결과를 놓고 MB정부에 대한 심판으로 보자니, 사실상 이 정권과 한몸과 마찬가지인 동아일보에 대한 심판의 의미도 되니, 동아일보로서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을거다. 선거결과가 '공천탓'이요, '박근혜탓'이지, 자기들이 지지하고, 명운을 함께 하는 MB정부에 대한 심판은 아니라는 의미일거다.

이게 무슨 언론인가. 한나라당 당보도 이렇게까지 선거결과를 아전인수로 해석할지 의문이다.

10월 29일 동아리보 1면 머리기사

오늘 동아일보 1면 기사의 제목은 <역시 수원 장안이 승부 갈랐다>였고, 기사 어디를 찾아봐도 '한나라당의 패배'라는 내용은 없다. 조선일보도 이렇게까지는 쓰지 않았다. 맛이 갈대로 간 동아일보. 이런 신문은 내가 구독할리는 하늘이 무너져도 없지만, 상쾌한 아침에 가판대에 진열된 동아일보의 이런 기사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더럽고, 오늘 하루 재수가 옴붙은 느낌이다.

부디 이런 신문이 방송까지 가지는 재앙은 막아주길 다시 한번 헌재에 간절히 요구한다.